외제차 살짝 긁었더니 범퍼 수리비가 800만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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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진 사람이 언제나 갑이 되는 세상이 정말 무섭습니다.


 요즘 한국에서 외제차를 보는 일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유럽과 FTA 체결 이후 가격과 성능, 디자인으로 경쟁력을 갖춘 외제차가 국내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멋을 부리고 싶은 사람과 어느 정도 경제적 소득을 가진 사람들 사이에서 적극적 마케팅을 통해 외제차는 빠르게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우리는 'BMW는 완전히 국민차네. 어디를 가더라도 BMW 시리즈는 꼭 보인다.' 같은 말을 할 정도로 외제차에 익숙해졌다. 그리고 이런 익숙함과 함께 우리는 '돈 있는 사람은 좋겠다.'고 말하는 동시에 외제차와 사고가 나면 부담해야 하는 수리비에 벌벌 떨면서 살고 있다.


 한국 브랜드의 자동차와 외국 브랜드의 자동차는 수리비가 정말 하늘과 땅 차이로 벌어진다. 괜히 외제차를 일반 운전자가 피해가는 것이 아니다. 보험 개발원에 따르면 외제차의 평균 수리비는 275만 원으로 국산차 수리비 95만 원보다 3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입이 쩍 벌어진다.


수리비가 덜덜 떨리는 외제차, ⓒJTBC[각주:1]


 이전에 뉴스에서 재미있는 실험을 한 적이 있었다. 신호가 바뀌었을 때 바로 출발하지 않는 앞 차량이 경차 혹은 국산차일 경우에는 1-3초 내에 경적이 울렀지만, 외제차일 경우에는 20초의 시간이 흐르더라도 경적이 울리지 않았다. 국산차는 만만하게 보고, 외제차는 무섭게 보는 우리의 현실이다.


 나는 이런 게 잘못되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 서민이 외제차를 타는 사람을 피해가고, 무서워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형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외제차 한 대를 실수로 길게 긁게 되면, 한 집의 전 재산이 날아갈 수도 있다고 하니 얼마나 무서운 일인가. 외제차는 도로에서 갑 중의 갑이다.


 얼마 전에 뉴스로 듣던 이런 외제차 사고를 남동생이 냈었다. 남동생이 차를 운전하다가 외제차를 박은 것이 아니라 자전거를 끌고 횡단보도를 건너다 외제차 범퍼를 살짝 긁었다고 한다. 동생의 말을 들어보니 심하게 긁힌 것이 아니라 점 하나 정도의 상처가 났다고 했는데, 수리비가 엄청났다.


모터쇼에서 봤던 외제차 아우디, ⓒ노지


 범퍼 수리비로 최소 280만 원이 든다고 차량의 주인이 말했다고 한다. 전화를 받은 나는 기가 막혀서 무슨 수리비가 그렇게 드느냐고 동생한테 따지면서 사건의 자초지종을 들어보았는데, 솔직히 나는 동생이 말한 사건의 경위가 제대로 이해되지 않았다. 횡단보도를 건너다가 어떻게 차를 긁을 수가 있을까?


 그래서 나는 혹시 차가 앞으로 나오던 중이 아니었는지, '멈추고 있었던 것이 아니라 멈추는 도중'이었던 것은 아니었는지 자세히 물어보았다. 그랬더니 한사코 동생은 자신이 잘못한 일이라면서 누가 보더라도 개인 100% 책임이라면서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물어왔다. 금액이 답답해서 말문이 막혔다.


 시간이 지나서 다시 전화를 해보니 30만 원을 주고 합의를 보았다고 했다. 왜 30만 원이나 주느냐고 했더니 아저씨가 용서해주면서 30만 원으로 넘어가기로 했다고 한다. 도대체 상대방이 뭐라고 말을 했기에 벌벌 떨면서 통장에 있는 돈 전부를 털어서 줬는지 궁금해 그 사람과 직접 통화를 해보았다.


 당사자는 횡단보도 옆에 비상등을 켜고 주차를 한 상태로 급한 일로 통화를 하고 있었는데, 그때 동생이 자전거를 끌고 횡단보도를 건너다 차를 긁었다고 한다. 나는 동생에게 전해 들은 말이 미심쩍어 혹시 멈추려고 하던 중이 아니었는지 물어보았는데, 확실히 길에 비켜서 멈춰있었다고 한다.


 내가 횡단보도에 주차한 것과 그렇게 차 상처가 심하냐고 물었더니, "횡단보도에 차 주차하면 다 부숴도 되나요? 저도 전담 변호사가 있고, 다 있습니다. 차에 XXX(튜닝을 한 것 같은데, 정확히 모르겠음.)도 달고, 구입한 지 6개월밖에 안 된 7,800만 원이 넘는 차인데 작은 상처가 보기 싫습니다."라고 말하며 화를 격하게 냈다.


 쓰레기 국산차였으면 자신도 그냥 넘어갔을 것이고, 공익이라고 하고 집안 형편도 어렵다고 해서 30만 원으로 넘어갔다면서 감사한 줄 알라고 말했다. 만약 자신이 독하게 마음을 먹었다면, 800만 원 이상의 금액을 민사 소송으로 받을 수 있다고 한다. 참, 내심 혀를 차면서 그 말을 들으면서도 두려움에 손이 떨렸다.


 어쨌든, 정확한 경위는 아직도 잘 모르겠지만, 동생이 제 손으로 잘못했다고 판단했고, 마무리를 지었기에 나는 연거푸 정중히 사과를 하고 더는 이야기하지 않기로 했다. 남동생이 대체 어떻게 자전거를 끌고 갔으면, 멀쩡히 서 있는 차를 긁었는지 모르겠다. 어휴. 답답해서 한숨만 나온다.



 이번 사건을 통해서 그동안 뉴스로 듣던 외제차와 가벼운 접촉은 일반 서민 가정에 엄청난 부담이 된다는 말을 직접 체감할 수 있었다. 그 사람의 말대로 쓰레기 국산차를 모는 어머니도 종종 다른 곳에 납품하다가 어머니 차를 기둥에 부딪혀 심하게 흠집이 생겼을 때가 있었는데, 수리비가 40만 원이 채 들지 않았다.


 그런데 외제차는 그런 흔적이 아무리 미세하더라도 200만 원이 넘고, 마음만 먹으면 민사 소송으로 800만 원에 이르는 금액을 보상받을 수 있다고 하니 정말 무서운 일이다. 사람들이 외제차를 피해 다닐 수밖에 없는지 이제야 진짜 알겠다. 그들과 시비를 붙으면 결코 우리는 이길 수 없으니까.


 전담 변호사와 막강한 힘이 있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우리 서민이 붙으면 100% 질 수밖에 없다. 이 모습은 사회의 여러 군데서 적나라하게 드러나는데, 거리에서 돌아다니는 외제차는 작은 핵탄두급의 폭탄인 것 같다. 어쩌겠는가? 가진 자를 위한 나라인 한국에서는 우리가 조심히 살 수밖에.



  1. 경찰, '외제차 교통사고 보험사기' 합동 전담팀 마련 : http://goo.gl/Zhl3Wb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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