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세계가 멸망했으면' 하고 바랄 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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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사는 이유를 찾지 못해서 나는 늘 숨 쉬는 일이 고통스럽다.


 사람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것은 물, 공기, 빛 세 가지라고 한다. 단순히 생존에 필요한 세 가지 요소가 그렇고, 사람이 좀 더 사람답게 살아가기 위해서는 음식, 자본, 환경 등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요소를 갖춰질 필요가 있다. 우리는 오늘도 그 요소들을 더 좋게 채우고자 아등바등 살고 있다.


 그러나 아무리 그런 요소를 채운다고 하더라도 사람이 '살고 싶다.'는 마음을 품지 못하면, 사람은 제대로 살아갈 수 없다. 아무리 실력이 뛰어난 의사라도 살고자 하는 의지를 갖지 못하는 환자를 치료할 수 없는 것처럼, 아무리 외적인 요소로 풍요로워지더라도 내적인 요소가 공허하면 빛을 잃는다.


 나는 가끔 '세계가 멸망했으면' 하고 바랄 때가 있다. 오늘 이 시간을 사는 순간이 너무 무료해서 그냥 세계가 멸망해버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혼자서 손목을 그어서 자살을 할 수도 있겠지만, 그렇게 죽기에 세상에 풀지 못한 감정과 아직 읽지 못한 책이 너무 많아 남아 있다.


 그래서 나는 그런 미련을 이겨내기 위해서는 그냥 한 번에 세상이 멸망하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그냥 눈을 감으면 끝나버릴 것 같은 세상을 상상하는 게 아니라 세계가 정말 운석이 떨어지든 핵전쟁이 일어나든 여러 가지 방향으로 전개되어 한 번 멸망해버렸으면 좋겠다. 젠장, 빌어먹을!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 ⓒ유우키 유우나는 용사다


 이런 내 생각은 내가 생각해도 조금 정신이 이상하다고 생각한다. 주변 사람에게 가끔 이런 말을 직접 밖으로 내뱉으면 한순간 경직되면서 어떻게 말을 해야 할지 몰라 당황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당연한 반응이라고 여겨지지만, 때때로 세상을 나 혼자 재미없어하는 건가 싶어 답답하기도 하다.


 단순하게 인생을 살면서 삶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해보지 않은 사람은 '그냥 살면 되지!! 너무 어렵게 삶을 살려고 한다.'고 말할지도 모른다. 나도 가끔 아무 좀 더 가볍게 삶을 살아도 괜찮다고 생각하지만, 언제나 나는 '아, 오늘도 텅 빈 것 같아. 도대체 왜 사는 걸까?'는 고민을 나도 모르게 한다.


 어머니는 언제나 내가 부정적인 사고방식을 바꾸라고 한다. 내가 너무 부정적으로 접근하기 때문에 아무것도 되지 않는다고 말씀하신다. 분명히 일리가 있는 말이지만, 나도 노력을 해보았으나 어떤 식으로 접근하더라도 마지막에는 꼭 최악의 그림을 그리게 되어 나 스스로도 늘 한숨만 내쉰다.


 지나치게 현실을 싫어하는 경향이 사고에 오류를 일으켰거나 짓밟혔던 과거의 아픔을 이겨내지 못한 후유증이거나 그냥 뇌에 이상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솔직히, 나도 내가 왜 이렇게 자꾸 부정적으로 생각하는지 모른다. 단순히 추측으로 어떤 부분에서 문제가 있기 때문이라고 추리할 뿐이다.



 오늘도 더운 여름 날씨 속에서 '하아, 사는 게 너무 괴롭다. 숨 쉬는 것만으로도 폐가 찌부러질 것 같아. 묻지 마 범죄를 일으키는 사람은 이런 기분을 해소하고자 범죄를 일으키는 걸까?'는 생각을 한사코 해본다. 머릿속에서 답답한 이 기분을 풀 수 있는 방법을 찾고자 하지만, 찾을 수가 없다.


 그래도 삶을 포기하지 않고 사는 이유는 오늘 내가 해야 할 일을 실천하고, 내일 나를 기다리는 책을 읽기 위해서다. 오직, 그것만이 무료한 세상에서 내가 사는 것을 포기하지 않고 사는 이유다. 만약 누군가 나에게서 읽고 싶은 책을 빼앗아간다면, 도대체 나는 하루라도 숨 쉬면서 살 수 있을까?


 TV로 야구를 보면서 소리를 쳐보기도 하고, 맛있는 치킨을 먹어보기도 하고, 야한 짓을 하는 상상을 해보기도 하고, 개그 프로그램을 보기도 하고, 애니메이션을 보기도 하고, 게임을 하기도 하고, SNS로 정치인에게 욕을 하기도 하지만… 삶에 대한 근본적으로 살아갈 이유는 채워지지 않는다.


 오늘을 힘없이 사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플래너에 적은 일을 성실히 수행하고, 배고프면 먹고, 웃고 싶거나 감정을 느끼고 싶으면 책과 애니메이션을 보고, 피아노를 연주하는 것. 딱 그것뿐이다. 공허함이 가득한 세상에서 나는 오늘도 나로 남아있기 위해서 그렇게 발버둥 치고 있다. 참, 보잘것없는 인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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