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나는 온라인 게임을 끊지 못하는 걸까?

10대에 시작한 온라인 게임, 20대에도 끊지 못하는 온라인 게임

 어릴 적에 나는 학교생활에 잘 적응하지 못했었다. 여기에는 가정불화와 개인적 성격의 차이가 뒤섞여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다고 생각하는데, 그냥 나는 어릴 때부터 사람이 싫었다. 특히 왜 쓸데없이 단체 기합을 통해 나까지 피해를 받는 것과 쓸데없이 친한 척하는 모습이 역겨웠었다.

 어차피 등만 돌리면 서로를 향해 보이지 않는 욕을 하는 그 인간관계에서 도대체 무엇을 기대할 수 있을까? 어릴 때부터 그런 뒷모습을 자주 보았던 나는 거짓 포장한 가면을 쓰고 생활했었지만, 때때로 너무 내가 비참하게 느껴질 때가 많았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현실을 늘 비판적으로 보게 되었다.

 그런 '쓰레기' 같은 현실에 진절머리가 나면서 나는 본격적으로 온라인 MMO RPG 게임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마지막 왕국2>부터 시작해서 <디아블로2>, <바람의 나라> 등의 게임을 하면서 '중독'이라는 말이 아깝지 않을 정도로 많은 시간을 게임 캐릭터를 육성하는 데에 투자를 했다.

게임 육성(바람의 나라), ⓒ노지

 점차 책을 읽는 시간이 더 늘어나면서 게임을 하는 시간이 줄었지만, 나는 아직도 종종 온라인 게임을 하면서 시간을 보낼 때가 많다. 지난 일요일에 방송된 <김제동의 톡 투유>에서는 '게임 중독'에 관한 이야기가 나왔었는데, 사람들이 게임을 하는 이유에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할 수 있었다.

 우리 한국 청소년 사회에서 게임에는 있고, 공부에는 없는 말이 바로 '친구'라고 한다. 학원과 학교에서 공부를 할 때는 '친구'가 없고, 모두 '경쟁자'이다. 하지만 게임을 할 때는 함께 파티(그룹)을 형성해서 놀 수 있는 '친구'가 된다. 그래서 많은 10대 청소년이 친구를 만나기 위해 게임을 한다고 한다.

 지금 생각해보면, 과거 내가 온라인 게임을 했던 이유 중 하나도 현실에서 별로 없는 친구를 온라인 게임을 통해 만날 수 있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오랫동안 게임을 하던 유저들끼리 친하게 지내고, 게임 내에서 어려운 일이 있으면 도와주면서 그것을 나는 '즐거움'으로 느꼈던 것일까?

수다 떨기, ⓒ노지

 이런 모습은 지금도 별반 다르지 않다. 예전처럼 긴 시간을 투자해서 열심히 하지는 않지만, 종종 게임에 접속해서 플레이를 계속하는 이유는 그냥 게임 속에 있는 친구를 만나기 위해서다. 국내에서 상당히 오랫동안 서비스되고 있는 <바람의 나라>는 거의 그런 게임이라고 말할 수 있다.

 <바람의 나라>는 MMO RPG 형식이라 레벨을 올리기 위해서 열심히 시간을 투자해야 하고, 캐릭터를 강하게 하려고 현질(현금으로 아이템을 구매하는 일)을 해야 한다. 하지만 짧은 과정 동안 함께 캐릭터를 키우던 사람들끼리 어느 사이에 친구가 되어 '대화'를 하기 위해 접속한다.

 우리 사회에서는 오프라인 인간관계 속에서도 외로움을 느끼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직접 얼굴을 맞대도 편하지 않고 불편한 게 요즘 사회다. 이런 살벌한 경쟁 속에 억지로 서게 되는 사람들이 부담 없이 친구를 만나고, 대화를 할 수 있는 게임에 접속하게 되는 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르겠다.

 청소년이 게임을 하는 주된 이유 중 하나가 친구를 만나기 위해서고, 그다음 이유가 '게임 하면 아무 생각이 안 나요' '이건 노력한 만큼 돼요.' 같은 이유라고 한다. 결국, 우리가 언제나 결과로 서열을 매기는 사회 속에서 지친 청소년이 좀 더 평등한 환경이 있는 게임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공부에 없는 친구를 찾기 위해서, 경쟁으로 서열이 나누어지는 게 아니라 좀 더 평등함 속에서 즐기기 위해서 많은 청소년이 게임을 한다. 어릴 적에 내가 온라인 게임에 빠졌던 이유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리고 이 이유는 지금도 내가 온라인 게임을 끊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무턱대고 '게임 중독'은 병이라면서 나무라기보다 왜 아이가 게임을 하는지 이유를 살펴본다면, 우리 어른이 해야 할 일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게임 내에서만 친구와 만나 부담 없이 대화하고, 현재를 즐길 수 있게 해버린 건… 어른의 욕심으로 이루어진 성적 지상주의가 만든 결과물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