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의 달, 오늘 우리는 정말 행복하게 웃고 있나요?
- 시사/사회와 정치
- 2015. 5. 5. 07:30
모두가 행복하다고 말하는 가정의 달, 정말 그런가요?
오늘은 5월 5일 어린이날이다. 5월은 노동자의 날,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 날 같은 나와 다른 사람의 관계 속에서 행복을 기념할 수 있는 날이 많다. 그래서 가정의 달로 불린다. 가정의 달을 맞아 모두 경기가 어려운 상황임에도 '그래도 힘내야지.' 하는 작은 용기를 갖게 되지 않을까?
26살의 나이를 먹은 지금 내가 어렸을 적에 보냈던 가정의 달을 떠올리면, 솔직히 무슨 일을 했는지 잘 기억나지 않는다. 정말 어린 나이 때부터 이런 날마다 나는 내가 하는 온라인 게임의 이벤트에 참여하기 위해 컴퓨터 앞에 앉아 시간을 보낸 기억만 있지, 딱히 행복한 기억은 없는 것 같다.
왜냐하면, 이렇게 가정의 달을 맞아 가족과 함께 오랜 시간을 보내야 하는 휴일이 늘어나는 건 나에게 있어 '행복한 휴일'이라는 이름표는 의미가 없었기 때문이다. 서로 함께 있으면 부딪히는 일만 늘어나는 우리 가족에게 모두 집에 있어야 하는 휴일은 숨이 '턱' 막히는 그런 시간이었다.
특히 그 당시에 나는 설날, 추석 같은 명절이 1년 중 가장 싫은 날이었다. 왜냐하면, '답답한 우리 가족만이 아니라 친척과 모이는 날'로 싫어도 얼굴을 봐야 했기 때문이다. 20대가 된 지금도 그런 명절을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끔찍하지만, 이제는 모이는 것을 회피할 수 있어 그나마 숨을 돌린다.
나는 이런 나의 사례가 독특하거나 드문 사례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 한국에서 가정 해체가 증가하는 일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고, 이미 많은 사람에게 '이혼은 어쩔 수 없는 일'이라는 인식이 널리 퍼져 있기 때문이다. 조금만 눈을 돌리면 우리는 해체 위기에 놓인 가정을 쉽게 볼 수 있다.
증가한 한부모 가구
간혹 우리는 드라마를 통해 이혼하는 가정의 모습을 종종 보지만, 실제로 일어나는 이혼 사례는 드라마보다 더 추잡할 때가 많다. 가장 흔한 이유로 '상대방의 간통'이 이혼의 사유가 되지만,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는 '간통'보다 '경제적 어려움'이 더 흔한 이혼의 사유가 된다.
소득 수준이 높을수록 이혼율이 적다는 이야기는 우리에게 낯설지 않다. 아마 글을 읽는 사람 중에서도 '돈 있는 배우자를 만났어야 했어.'이라며 한탄하는 사람을 보았던 적이 있지 않을까? 정말 100% 진심으로 그런 말을 하지 않겠지만, 상대방이 없다고 해서 그런 말을 하는 사람을 쉽게 볼 수 있다.
가정 해체의 위기는 이렇게 경제적 어려움 속에서 더 빈번히 발생하고, 가벼운 감정의 흔들림으로 결혼을 선택한 가정은 이런 위기 속에서 너무 쉽게 무너져 버린다. 배우자가 서로에게 상처를 주는 것도 문제가 되지만, 더 큰 문제는 엄마와 아빠의 다툼 사이에 껴 있는 아이들의 상처다.
아이들은 어른보다 더 상처에 민감하고, 겉으로 드러내지 않은 채 혼자서 아파하는 경향이 짙다. 우리 학교는 이런 아이를 위로해줄 수 있는 역할을 해야 하지만, 심리 상담실 같은 아이를 위한 환경이 갖춰지지 못했다. 그래서 가정에서 쉬지 못하는 아이는 또래의 아이와 바깥에서 자신만의 장소를 찾아 헤맨다.
게다가 이런 문제는 이혼율이 높은 저소득 계층이 아니라 이혼율이 낮은 고소득 계층에서도 일어난다. 집안에 경제적 어려움이 크지 않고, 양부모가 모두 있더라도 학교 폭력의 가해 학생이 되는 이야기를 <아니야 우리가 미안하다> 책을 통해 읽어볼 수 있었다. 이게 지금 우리 사회의 민낯이다.
아니야, 우리가 미안하다, ⓒ노지
그래서 나는 솔직히 '가정의 달'이라는 이름이 썩 반갑지 않다. 매번 언론 보도를 통해 행복하게 웃음을 짓는 모습을 보여주지만, 나는 그 웃음 중 50% 정도는 가짜 웃음이라고 생각한다. 다른 가정이 행복한 모습을 보여주니 우리도 행복해야 한다면서 억지웃음을 짓고 있을 뿐이라고 생각한다.
'미친 거 아니냐?'이라는 말을 하지 말자. 나도 알고 있다. 이런 내가 너무 내가 삐딱하게 우리의 사는 모습을 보고 있다는 것을. 정말 그 순간에 행복해서 웃음을 짓고,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가족과 연인, 친구가 있는 사람이 우리 세상에는 훨씬 더 많을 것이다. 이 글을 읽는 당신도.
그러니 우리가 사는 사회는 웃으면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여러 문화 공간이 있고, 가정의 달을 맞아 곳곳에서 따뜻한 이야기가 울러 퍼질 수 있다. 비록 그사이에 경제적 손실과 이익이 계산이 이루어지고, 일가친척이 모여 덕담을 나누다 뒤돌아서서 서로를 향한 욕설을 내뱉는 모습이 그려지더라도.
쓴웃음밖에 나오지 않는다. 다른 사람은 정말 행복하게 이번 가정의 달을 맞이하고 있을지도 모르지만, 나는 그저 세상과 동떨어져서 책이나 읽으면서 내 삶의 문제를 고민하는 시간을 보낼 생각이다. 이 선택지 이외에 나는 다른 어떤 선택지를 상상할 수가 없다. 대체 뭐가 가정의 달인 지….
아직도 우리 세상에는 많은 문제가 있다. 세월호 사고를 두고 정부와 시민은 부딪히고 있고, 아이들의 차별 없는 행복을 위한 계단 중 하나인 무상급식은 외면당하고, 있는 사람은 갑질을 하면서 없는 사람을 노예처럼 부리고 있다. 나는 묻고 싶다. 정말 당신은 가정의 달, 오늘, 행복한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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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앞에서 던진 질문에 '행복하다'고 답할 수 없다. 단지 행복해지고 싶으니까 오늘을 공백으로 보내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 행복해지고 싶으니까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즐겁게 웃고 싶다. 비록 다른 사람처럼 가족과 연인과 친구 사이에서 행복하지 못하더라도 이게 또 다른 행복 아니겠는가?
우리 세상에는 가짜 웃음, 가짜 행복, 가짜 사랑이 넘쳐 나는 세상이다. 모든 가짜 속에서 진실을 발견하는 일은 어려운 일이다. 세상만사 모두 자신이 속는다는 것을 알고 있어도 우리는 부정하려고 하지 않는다. 아니, 못한다. 부정하게 되면, 자신의 웃음이 거짓인 것이 들통 나게 되니까.
오늘도 간절히 나는 바란다. 앞으로 내가 가는 길에 실패가 있더라도, 내가 웃을 수 있는 결과를 향해 마지막까지 갈 수 있었으면… 모든 게 가짜로 채워지는 우리 사회에서 내가 가진 뜨거운 열정은 진실한 것이기를… 내 삶이 타인에 의해 좌우되는 가짜가 아니라 진짜 내 삶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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