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스방 에이스' 고교 단체복 논란 속에 숨은 진짜 문제

'참신하면서도 기발한 재미?' 아니면 '선정적인 문제?' 논란에서 드러난 청소년 문화


 얼마 전 인터넷에 어느 고등학교의 단체복에 새겨진 문구가 논란이 되면서 화제가 되었었다. 보통 중 고등학교 시절에 참여하는 교내 체육대회는 각 반의 재량에 따라 단체복(보통 티셔츠)을 맞추는데, 여기에 어떤 특징을 부여하는 가에 따라 재미있는 옷이 만들어져 추억의 한 장으로 남는다.


 나는 이런 행사를 별로 즐기지 않았기 때문에 어떤 특징이 있는 옷을 입었는지 잘 기억나지 않는다. 그저 아이들이 단체복의 가격을 두고 의견을 모았던 부분만 기억에 남아 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런 과정이 모두 학교 수업에서 배울 수 없는 것을 배울 수 있었던 교육이었다고 생각한다.


 요즘 10대 청소년이 만드는 문화는 내가 고등학교에 다녔던 시절과 비교하면 상당히 바뀌었다.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할 수 있을까?'는 기발함이 돋보이는 게 많은데, 특히! 작년에 화제가 되었던 특정 고교의 이색적인 졸업 사진은 많은 사람의 관심을 받으며 선풍적인 인기를 끌기도 했다.


 그런데 이번에 화제가 된 어떤 고교의 체육대회 단체복은 '화제'가 아니라 '논란'이라는 단어를 사용할 만큼 조금 의견이 분분하게 나누어지고 있다. '애들끼리 즐겁게 놀자고 한 건데, 너무 오버한다.'는 의견이 있는 반면, '도대체 애들이 생각이 있는 건가'는 의견이 있다.


ⓒ인사이트


 위 사진이 논란이 되었던 어떤 고교에서 입은 단체복 사진이다. 이 사진은 페이스북에서 최초로 퍼지기 시작한 것으로 아는데, 이 사진이 인터넷 기사로 퍼지면서 많은 사람이 눈을 사로잡았다. 나도 페이스북을 통해 우연히 이 사진과 기사를 보게 되었고, 처음에는 말문이 막히고 말았다.


 아마 이 기사를 보았던 많은 사람이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키스방 에이스?', '안마방 에이스?' 이게 도대체 무슨 말인지 어안이 벙벙해져서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몰랐다. 순간적으로 '참, 기발하게 생각도 했다.' 하는 생각을 하면서도 '요즘 애들은 어른의 성 문화를 다 아는구나.' 하는 생각도 했다.


 키스방은 현재 유사 성행위 업소로 단속을 당하면서도 곳곳에서 당당히 운영되고 있고, 안마방도 키스방과 비슷하게 안마를 한다고 포장해서 속으로 불법 성매매가 이루어지는 일이 다반사로 일어나는 곳으로 취급되고 있다. 언론 보도를 통해 이미 모르는 사람이 '더 적은' 업소에 해당한다.


 어른들이 공공연히 드러나 있음에도 '공부나 해!'라고 잔소리하는 것을 비웃기라도 하는 듯이 당당히 체육 대회 단체복에 '키스방 에이스' '안마방 에이스' 같은 문구를 적은 고교생들을 우리는 정말 어떻게 보아야 하는 걸까? 기발하다고 해야 할까, 잘못했다고 야단을 쳐야 할까? ……어려운 문제다.


ⓒ구글 이미지 검색 화면


 기사에 대한 자료를 찾기 위해서 '키스방 에이스'이라는 검색어를 구글에 쳤을 때, 이미지 검색창에서 볼 수 있는 이미지가 바로 위 이미지다. 스마트폰, 태블릿PC, 데스크톱 등 여러 기기를 이용해서 정말 쉽게 '키스방'과 관련한 자료를 찾아서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게 되어있다.


 우리가 스스로 이런 단어를 검색해보는 일은 일상에서 별로 없겠지만, 이렇게 뉴스에서 화제가 될 때마다 호기심이 생기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나도 그런 사람 중 한 명인데, 10대 청소년은 오죽할까? 이런 과정을 통해 자연스럽게 알게 되고, 단체복에 새겨 장난치는 일도 벌어지는 거다.


 10대 청소년 사이에서 '일베'가 유행하는 것처럼 어떤 성적인 단어도 거의 일상적으로 사용된다. 아마 나처럼 남중, 남고를 연속해서 나온 사람들은 남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조금만 되돌아보아도 아이들 사이에서 비일비재하다는 사실에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요즘은 더해도 이상하지 않다.


 그런데 문제는 어른이 그런 사실을 외면한다는 거다. 필요한 성교육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피임에 관한 이야기도 "머리에 피도 안 마른 게 쓸데없는 말 하지 말고, 공부나 해!" 하고 호통을 칠 뿐이다. 이미 청소년 사이에서 키스방, 안마방 같은 단어가 아무렇지 않을 정도로 알 수 있는 건 다 알고 있는데 말이다.



 많은 한국 사람이 일본을 가리켜 '성진국'이라고 말하면서 그들의 열린 성 문화를 놀라워한다. 솔직히 우리나라에서 쉽게 상상할 수 없는 일이 일어나고, AV 배우가 연예계 데뷔를 하는 모습은 쉽게 상상할 수 없는 일이긴 하다. 하지만 과연 우리나라는 '성진국'이라는 별명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


 우리나라는 그저 외면하고 있을 뿐이지, 우리나라 자체는 성 문화에 크게 열려있는 나라라고 난 생각한다. 그리고 지금도 점점 그 모습이 겉으로 드러나기 시작하고 있지만, 애써 태연한 척을 하면서 '난 그런 거 몰라.' 하면서 시치미를 떼고 있을 뿐이다. 그러니 문제를 보완하지도 못한다.


 '키스방 에이스' 고교 단체복 사건이 우리에게 보여준 건 딱 하나의 작은 불편한 진실이다. 이미 많은 청소년이 이런 업소와 뜻을 알고 있고, 어른은 애써 모르는 척하면서 '공부나 해라!'라며 잔소리를 한다는 것. 문제를 바로 잡기 위해 가르치지 않고, 잔소리로 외면한다고 해서 해결되지 않는데…….


 잠시 입시에 눈을 뗀 사이에 청소년은 점점 우리 어른이 모르는 것도 알게 되었다. 이미 스마트폰을 이용해 정보에 접근하는 데에 익숙한 10대에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가치의 기준을 명확히 제시하여 도덕적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가르치는 일뿐이다. 이번 논란은 그것을 또렷이 보여주었다.


 참고할 만한 자료 : http://news.jtbc.joins.com/article/article.aspx?news_id=NB10762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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