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상륙한 '크레이지 호스 파리'를 직접 보다
- 문화/문화와 방송
- 2015. 5. 4. 07:30
선정적인 누드쇼? 아니, 관능적인 예술 퍼포먼스 '크레이지 호스 파리'
지난 5월 1일(금)에 나는 오랜만에 서울로 가는 KTX를 탔었다. 연휴를 맞아 놀기 위해 서울을 찾은 것이 아니라 서울에서 열린다는 '크레이스 호스 파리'이라는 공연을 보기 위해서였다. '크레이지 호스 파리'는 원래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는 세계적인 공연이지만, 65주년 기념으로 특별 투어를 하면서 한국의 서울에서도 공연을 개최하게 되었다고 한다.
애초에 나는 '크레이지 호스 파리'이라는 공연의 이름은커녕, 아무것도 몰랐었다. (원래 사람은 자신의 테두리 안에서는 많은 것을 알지만, 어느 정도 그 테두리를 벗어난 분야는 모르기 마련이니까) 그런데 내가 소속된 블로그 지원 매체 TNM에 '크레이지 호스 파리' 주최 측으로부터 파트너를 초청하고 싶다는 요청이 들어왔다는 공지를 통해 공연의 이름을 알게 되었다.
구글을 통해 정보를 찾아본 이후 나는 '그렇게 세계적인 쇼라고 하니 한번 보고 싶다.'는 욕심이 생겨 다소 무리를 하더라도 공연을 보기 위해 서울로 올라갔다. 프랑스를 대표하는 예술성에 현대적인 감각과 유머를 합친 예술 퍼포먼스인 '크레이지 호스 파리'는 프랑스를 대표하는 '물랭루주'와 '리도'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세계 3대 쇼라고 한다.
KTX를 타고 출발, ⓒ노지
크레이지 호스 파리, ⓒ노지
티겟 부스, ⓒ노지
많은 사람이 기다리는 중, ⓒ노지
공연을 관람하거나 출연한 유명한 사람들, ⓒ노지
공연장 내부 시작하기 전, ⓒ노지
크레이지 호스 파리 공연장인 '쉐라톤 그랜드 워커힐 시어터'를 찾는 데에 상당히 고생을 했다. 서울 지리가 밝지 않다 보니 광나루역에서 헤맸었고, 셔틀버스를 탔음에도 중간에 중도 하차해버리는 바보 같은 실수를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래도 공연 시작 시각에 맞춰 장소에 도착했는데, 이미 많은 사람이 와 있었다.
'크레이지 호스 파리'는 파리의 3대 카바레 쇼라는 이름도 가졌다고 한다. 카바레는 프랑스 상류 사회의 사교 공간이자 무대 예술가들의 집합소인데, 역시 이런 공연을 아는 사람은 다 아는 듯 했다.. 그런 상류 사회의 공연이기도 하니 '샴페인 좌석'이 기본으로 세팅된 것 같았다. (내 좌석은 오직 쇼 관람만.)
좌석에 앉기 전 주변 테이블에 놓인 샴페인에 눈길이 갔었지만, 공연이 시작하니 샴페인에 대한 생각은 머릿속에서 완전히 날아가 버리고 말았다. 시작부터 볼 수 있었던 그 관능적인 미(美)가 넘치는 퍼포먼스는 지금도 머릿속에서 떠오른다. 비록 좌석이 너무 앞이라 목이 아팠지만, 퍼포먼스는 내내 눈을 뗄 수 없었다.
ⓒ크레이지호스 파리
ⓒ크레이지호스 파리
ⓒ크레이지호스 파리
공연을 보면서 어떤 사람에게 '선정적인 공연'으로 보여질 수 있다고 생각했었는데, 인터넷에서 기사를 검색해보니 꽤 그런 논란이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직접 눈으로 본 '크레이지 호스 파리'는 선정적이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관능적인, 과감한 예술 퍼포먼스'라고 말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동작 하나하나에서 절대적 연습이 필요했음이 눈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크레이지 호스 파리'에 출연하는 여성은 매해 수백 명이 지원하지만, 그중에서 겨우 14명 정도가 선발이 되어 오랜 연습 기간을 거쳐 무대에 오른다고 한다. 그만큼 이 공연은 경쟁이 치열하고, 많은 사람이 꿈꾸는 무대이기에 무대에서 나오는 열정이 관객석으로 그대로 흘러들었다. 특히 빛과 그림자, 다양한 무대 장치를 이용해 여성의 몸으로 보여주는 그 퍼포먼스는 정말 신비로운 느낌이었다.
전통적인 '크레이지 호스 파리' 공연에서는 남자 배우도 두 명이 나온다고 하던데, 이번에 내가 본 공연에서는 남자 배우는 오직 한 명만이 나왔다. 그러나 아쉬움은 없었다. 홀로 등장한 남자 배우의 공연도 훌륭했었고, 그가 선보인 몸을 비트는 몇 가지 동작은 '어어! 저게 어떻게 가능해!?'이라는 괴성 섞인 감탄을 저절로 하게 했다. 남자 배우도, 여자 배우도 모두 굉장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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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크레이지 호스 파리' 공연을 직접 보고 나서 나는 '세상엔 정말 놀라운 문화가 많구나!'이라는 사실을 체감했다. 만약 내가 이번 공연을 직접 눈으로 보지 않았다면, 그저 기사를 통해 '선정적 퍼포먼스?' 딱 이 정도의 말밖에 하지 못하는 지식을 가지고 있었을 것이다. 역시 사람은 그저 읽는 것 이상으로 직접 체험해보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아직 태어나서 한 번도 가보지 못했던 파리에서 열리는 공연을 직접 보았던 지난 5월 1일 금요일. 그 날의 기억은 왠지 점점 사라지는 흐릿한 꿈 같다. 여자친구 혹은 같이 갈 친구가 없어서 늘 뮤지컬이나 오케스트라 공연도 혼자 보았을 때도 비슷했지만, 혼자서 본 '크레이지 호스 파리' 공연은 더 그런 느낌이 강하게 든다.
언젠가 기억 속에서 잊힐, 하지만 강한 인상이 남았던 공연 크레이지 호스 파리. 만약 다음에 또 기회가 된다면, 한 번 더 다른 프로그램으로 짜인 공연을 보고 싶다. 아직도 눈을 감으면 떠오를 것 같은 그 무대의 모습. 아련한 여름을 맞이하는 추억의 한 장에 '크레이지 호스 파리'는 그렇게 장식이 되었다.
*이 글은 주최 측으로부터 무료로 공연을 관람 기회를 제공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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