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말하는 새정치연합 재보선 패배 이유

반응형

새누리당의 압승으로 끝난 관악을 재보궐 선거, 왜 그랬을까?


 많은 사람…이라고 말하기는 어렵겠지만, 상당수 사람의 관심 속에서 치러진 재보궐 선거는 새누리당의 압승으로 끝을 맺었다. 애초 이번 재보궐 선거는 통진당 이석기의 종북 논란 사건 이후 벌어진 선거라 새누리당의 추세가 초기부터 점쳐지고 있었다. 오죽하면 공짜로 먹는 선거라는 말이 있을 정도였다.


 그러나 성완종 리스트 사건이 터지면서 재보궐 선거는 쉽게 예상할 수 없게 되었다. 새누리당과 새정치 모두 어느 쪽이 유리하게 판이 흘러가게 될지 예측하지 못했고, 여러 언론에서도 서로 반반의 확률을 예측하면서 이번에 생기는 의석 자리 중 반이라도 차지하면 '승'이라고 말할 정도였다.


 아마 이 글을 읽는 사람 중에서도 '와, 이거 정말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라며 이번 재보궐 선거를 지켜본 사람이 적지 않으리라고 생각한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치러진 이번 재보궐 선거는 새누리 김무성 의원과 새정치 문재인의 작은 전초전이었기에 그럴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새누리당의 압승이었다. 성완종 리스트 사건 이후 새누리당은 당황하면서 선거 유세를 펼쳤었지만, 그 기회를 제대로 살리지 못한 야권 분열은 손에 쥘 수 있었던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이번 재보궐 선거는 그렇게 야권의 한계를 보여준 한 개의 사례로 남게 되었다.



 뭐, 이번 재보궐 선거 결과를 놓고 어떤 사람은 '투표하지 않은 20대'를 향해 비판할지도 모르겠다. 확실히 낮은 투표율을 보면 그런 비판도 할 수 있겠지만, 20대 모두가 새정치를 지지할 것으로 생각하는 건 큰 오산이라고 생각한다. 일베의 예가 있듯이 20대도 모두 성향이 다를 수밖에 없다.


 그래서 나는 이번 선거 결과에 대한 비판의 방향을 조금 다른 방향으로 돌려보고자 한다. 개인적으로 매번 지방 선거와 총선이 치러질 때마다 나는 내가 사는 지역의 유세 현장을 방문해 그들이 하는 말을 들어보았었는데, 그때마다 새누리당과 새정치 사이에서는 확연한 차이가 분명하게 드러났다.


 시민들은 새누리당을 가리켜 '거짓말하는 정당'이라고 말하지만, 새정치를 가리켜 '바보 정당'이라고 말한다. 왜냐하면, 새정치는 선거 유세를 하는 동안 하는 말이 언제나 '정권 심판'이라는 와 닿지 않는 말을 반복하면서 자기들 내에서 밥그릇 싸움을 하면서 뿔뿔이 흩어지는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이번 재보궐 선거에서도 이런 모습은 여전했다. 여태까지 지켜진 것이 거의 없는 새누리당의 감언이설에 이번에도 많은 사람이 '그래도 한 번 더'이라는 마음을 가지고 지지할 수 있는 유세였다면, 새정치는 내내 또 정권 심판론을 들먹이면서 움직이지 않는 시민에게 와 닿지 못했다.


작년 선거 유세 현장, ⓒ노지


 정권 심판. 확실히 많은 시민이 이것을 원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시민이 정말 원하는 건 허무맹랑한 '정권 심판'이 아니라 '먹고 사는 데에 어려움이 없는 환경'이다. 그래서 매번 시민들은 하는 말과 행동이 일치하지 않고, 정부를 욕하더라도 다시 그 정부를 지지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것을 새누리당은 잘 알고 있다. 그래서 그들은 지난번에 했던 거짓말을 교묘하게 수정하여 다시 시민들에게 역설하고, 다시 한 번 더 기회를 달라는 호소를 한다. 그렇지 않아도 시민의식이 낮다는 평가를 받는 한국의 대다수 시민은 미심쩍어하면서도 내게 이익이 된다고 하면 다시 또 지지한다.


 '설마 그렇게 바보겠어?'이라고 의심하지 말자. 그런 바보 같은 모습이 나타난 것이 이번 결과다. 어머니도 새정치의 이런 부분을 강하게 비판하시는데, 특히 어머니는 이번 선거의 패배 원인을 '세월호 사건'을 손꼽으셨다. 시민들이 지겨워하는 세월호를 자꾸 우려먹으니 지지를 받지 못한다는 거다.


 기성세대에 속하는 어머니 의견에 어떤 사람은 강한 반박을 하고 싶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솔직히 난 우리가 이 말을 부정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세월호 진상 규명을 제대로 하지 않고, 사후 대처를 똑바로 하지 못하는 정부가 괘씸하게 본다. 우리가 괘씸하게 여기는 건 단지 그것 하나다.


 박근혜 정부의 괘씸한 행동을 욕하면서도 우리는 언제나 먹고살 길을 고민한다. 그리고 어떤 선택의 순간에 괘씸한 행동을 비판하는 것과 좀 더 내게 이익을 줄 수 있는 것 사이에서 선택하라고 하면, 우리는 머릿속의 '정권 심판'과 달리 내 이익을 얻을 수 있는 쪽으로 손을 뻗을 수밖에 없다.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우리는 무위에 도달한 성인이 아니기에 귀가 솔깃한 말을 흘려들을 수 없다. 그래서 매번 거짓말인 것을 알고, 욕을 한때 했던 상대라도 자신도 모르게 손이 가게 되는 것이다. 특히 과거에 먹고 살기 어려웠던 시절을 살았던 기성세대의 선택은 더 치우칠 수밖에 없는 현상이 당연한 게 아닐까?



 그래서 어머니의 '세월호 사건을 운운하며 정권 심판론만 제기한 것이 치명적인 실수'라는 의견을 우리는 부정할 수 없다. 이 글을 쓰는 나도 솔직히 그렇게 생각하고, 새정치를 보는 사람도 내심 비슷한 결론을 가지고 있지 않을까 싶다. 조금 더 새정치가 잘해주길 바라지만, 그릇이 너무 작은 것 같다.


 만약 내년에 치러질 총선에서도 이번 재보궐 선거와 같은 모습을 새정치가 여전히 보여준다면, 또 한 번 패배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내년 총선에 패배하게 되면, 그다음에 치러질 대선도 우리는 기대할 수가 없다. 시민은 '정의'가 아니라 '이익'에 움직인다는 불편한 진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새정치는 새누리와 다른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서 경제적 이득이 아니라 정권 심판론을 주장하는 것을 꺼릴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건 바보 같은 일이라는 것을 명확히 말하고 싶다. 지금은 박근혜 대통령이 워낙 유체이탈을 많이 해서 시민들이 비판하지만, 막상 선택의 순간을 맞닥뜨리면 시민은 절대 '정의'로 움직이지 않을 테니까.


 과연 새정치는 이번 실패를 통해 똑바로 처신하여 내년에 성공할 수 있을까? 과연 시민은 지난 과거의 실패를 통해 조금이라도 더 현실을 직시하면서 바른 선택을 할 수 있을까?


 이 두 질문은 다른 사람이 아니라 바로 우리에게 해당하는 질문이다. 우리가 바뀌지 않으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 새정치는 매번 밥그릇을 얻기 전부터 자기가 밥그릇을 차지하겠다고 집안 싸우지만, 새누리는 밥그릇을 먼저 얻은 후에 밥그릇 쟁탈전을 벌인다. 그래서 새누리는 강하다. 되는 집안과 되지 않는 집안의 차이는 분명한 이유가 있기 마련이다.



반응형
그리드형(광고전용)

이 글을 공유하기

댓글

Designed by JB FAC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