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광화문 집회는 폭력 시위인가, 폭력에 대한 저항인가
- 시사/사회와 정치
- 2015. 4. 22. 07:30
논란 속의 광화문 광장 세월호 집회 이야기,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우리 한국은 오랫동안 일본의 식민지로 지배를 받으면서 형성된 현대적 문화와 제도에서 일본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미국의 원폭 투하로 말미암아 어부지리로 독립된 이후로도 일제 강점기 시절에 고위층에 앉아 있던 사람들은 그대로 자리를 유지하면서 이름만 바뀐 우스운 꼴이었다.
친일에서 친미로 배를 옮긴 기득권은 자신들의 권력에 저항하는 시민들을 가리켜 '종북 빨갱이'로 욕을 하면서 과거 일제 순사들이 총칼로 시민을 협박한 것과 매한가지의 행동을 했다. 그리고 일본이 시행했던 문화 말살 정책과 마찬가지로 역사를 왜곡했고, 자신의 행동을 하나부터 열까지 정당화했다.
그 이후 시민들은 독재 정권에 저항해서 민주화 운동을 벌였고, 좀 더 일찍 민주화 시대를 열 수 있었음에도 세력 내에서 권력욕에 의한 내부 분열이 발생하면서 조금 그 시기가 늦춰지고 말았다. 하지만 5·18 민주화 운동과 6월 민주항쟁 등의 저항으로 마침내 한국은 진짜 민주주의를 손에 넣는 듯했다.
그러나 이런 모습은 오래가지 못했다. 오랜 기간 일본의 지배를 받았기에 곳곳에 놓여있는 일본의 잔재와 당시 부를 축적한 세력의 힘은 여전히 강성했다. 그들은 축적된 부와 권력으로 끊임없이 정치에 관여했으며, 지금 한국이 재벌 중심으로 돌아가는 데에 앞장섰다.
종종 부를 가진 자와 권력을 가진 자 사이에서 다툼이 벌어지기도 했었지만, 소시민이 저항하기 시작하면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다시 똘똘 뭉쳐서 의리를 과시했다. 스스로 '보수주의'이라고 칭하는 사람들은 그렇게 뭉쳐 군국주의에 사로잡힌 시민들을 내세워 모든 것을 정당화했다. (역사 왜곡, 교과서 왜곡, 부정…)
세월호 시위 현장, ⓒ미디어 몽구
위 사진은 아직 우리나라가 그 혼란 속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것을 명확히 보여준다. 세월호 사고 이후 우리는 '이 대한민국이라는 나라는 정말 뼛속 깊은 곳부터 썩었구나.'이라는 사실을 가슴 깊이 체감했었고, 나라가 하는 말은 100% 완전히 신용할 수 없다는 사실을 새삼스럽게 보여주었다. 1
그래서 시민들은 분노했다. 우리만 아니라, 해외에서 한국의 모습을 지켜본 많은 이민 가족과 외국인도 분노했다. 데니스 쿠시니치(미국 전 하의원)이 박근혜 정부에게 "한국에서 목숨을 바친 미국 병사들은 귀하(박 대통령)가 가지려는 '자유를 파괴할 자유'를 지키기 위해 무한한 희생을 바친 것이 아니다."이라는 뜻을 서신으로 전했다. 2
이미 나라의 품격이 완전히 땅에 떨어지고 말았다. 자칭 보수주의라고 말하는 사람들은 미국의 전 하의원 데니스 쿠시니치의 의견에 대해 쓸데없는 오지랖이라면서 현실을 외면하려고 할지도 모르지만, 이게 한국의 현실이다. 우리는 자유를 파괴할 자유에 의해 사지가 뜯겨나가는 중이다.
위험을 감지한 많은 시민은 뜻이 일치한 사람들끼리 모여 정부에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했고, 그동안 쌓여오던 정부에 대한 불신과 분노는 터지기 직전이었다. 그 와중에 이번에 터진 성완종 리스트 사건과 세월호 1주기를 맞이했음에도 해외 순방을 떠난 대통령의 행보는 불씨에 기름을 부은 격이었다.
경찰과 시민의 대립(모두 시민인데), ⓒ오마이뉴스
가진 것을 지키려는 세력과 더는 나라가 후퇴하는 모습을 보지 못하겠다는 세력이 부딪힌 이번 광화문 집회는 과거 군사 독재 정부에 맞섰던 민주 항쟁과 유사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자발적으로 모인 시위자와 경찰의 대립은 폭력성을 띄면서 피해자가 속출하고, 언론도 편을 나누어 보도하고 있다.
아마 이번 사건을 보는 사람들의 시선도 지금 어느 자리에 서 있는가에 상당히 다르게 보고 있을 것이다. 자칭 우스운 보수 쪽에 선 사람들은 박근혜 정부를 지지하면서 시위에 참여한 사람들의 모습을 보며 '불법 시위'라고 말할 것이고, 조금 모자란 진보 쪽에 선 사람들은 '항쟁'이라고 말할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나처럼 한 걸음 더 떨어져서 정부에 불신과 좋지 않은 감정을 가진 채, 지금 우리나라가 가는 모습을 조용히 지켜보는 사람도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과거 일제 시대부터 그랬듯이, 군사정부 시절이 그랬듯이, 우리는 이번에도 여러 사람의 정의가 부딪히는 역사에 남을 한 장을 보고 있다.
현재 정부는 헌법재판소의 '경찰 차 벽 설치는 위헌이다.'이라는 판결을 어긴 채, 차 벽으로 시위대를 막아서고 있다. 만약 해외에서 이런 일이 발생하면, 모든 경찰 버스는 박살 났을 것이라고 해외 언론 기자 3는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만큼 지금 정부가 취하는 행동은 도를 벗어난 행동이라는 거다. 4
그러나 정부를 지지하는 측은 시위대가 규정을 어긴 것이 먼저라고 말한다. 그들이 장소를 벗어났고, 각종 이물질을 던진 것이 원인이라고 한다. 또한, 현재 광화문 광장은 여러 대사관의 위치와 서울시의 조례로 집회가 금지되어 있어 집회법 위반으로 체포할 수 있는 상황에 놓여있다. (*문제는 과잉 진압과 과잉 시위)
그리고 논란이 된 한 시민이 태극기를 불태우는 장면은 나라가 시민을 버렸기 때문에 나온 장면이 아닐까? <징비록>을 보더라도 백성을 버린 군주의 말로가 잘 나타난다. 분노한 백성들이 모여 왕이 떠난 왕궁을 태우고, 무지한 군주 앞에 찾아가 화를 내더라도 군주는 백성을 탓하며 칼로 위협하고, 거짓말을 할 뿐이다. 5(파천이나 해외순방이나 도찐개찐)
ⓒ징비록
지금 우리가 직면한 현실은 냉혹하다. 세월호 사건과 직·간접적으로 관련이 없는 우리는 오늘도 평범하게 일상을 보내지만, 안에서는 부당한 공권력에 저항하는 사람들이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저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이렇게 그 사건을 기록하며 작은 응원을 보내는 것뿐이라 한숨이 나온다.
아마 이 모습에도 이런저런 의견을 제시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시위대도 잘못했고, 경찰도 잘못했다고. 만약 모두 그렇게 생각한다면, 이제는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나누어야 하지 않을까? 잘잘못을 분명히 하고, 잘못이 다시 반복되지 않기 위한 대책을 논의하기 위한 대화를 말이다.
그런데 한쪽에서 일방적으로 그 대화를 거부하니 지금처럼 물리적 충돌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지금, 그 과정을 우리는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있다. 서로가 '정의'이라는 이름표를 붙인 신념을 머리에 두른 채, 서로를 향해 폭력을 행사한다. 승자 없이 모두 패배자가 되는 싸움임에도 불구하고.
지금 당신은 어디에서, 어디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가? 이 글의 제목 '세월호 광화문 집회는 폭력 시위인가, 폭력에 대한 저항인가?'이라는 질문에 대한 답은 바로 지금 당신이 서 있는 자리와 머리에 두른 이름표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하지만… 나는, 아닌 건 아니라고 난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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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디어몽구 영상 '세월호 1주기, 전쟁터 방불케 한 집회현장' : http://www.mongu.net/1042 [본문으로]
- 허핑턴 포스트 코리아 : '지금 민주주의는 그 어느 때보다 더 중요하다' http://goo.gl/xvHMBm [본문으로]
- 아이엠 피터 : '노란리본' 달았다고, 고등학생 '불심검문'한 경찰 : http://goo.gl/IzMBL9 [본문으로]
- 오마이뉴스 : 외신기자 "외국이었다면 박살났다" http://goo.gl/XTWdwl [본문으로]
- 슬로우 뉴스 : 그날 태극기는 왜, 어떻게 불탔는가 http://goo.gl/cH9Ytn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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