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15분으로 읽는 역사 교과서 EBS 역사e3
- 문화/독서와 기록
- 2015. 1. 13. 07:30
[도서 서평] 역사e3, "나라의 근본은 무릇 백성이다. (정도전)"
나는 어릴 때 국사 과목을 상당히 좋아했었다. 역사에 관심과 흥미가 있던 바람직한 학생이었기 때문이 아니라 그냥 교과서를 달달 외우면 좋은 시험 성적을 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학교에서 치러지는 중간고사와 기말고사에서 좋은 점수를 얻을 수 있는 명백한 암기 과목은 여러 가지가 있는데, 국사 과목은 바로 그 암기 과목을 대표하는 '암기만 하면 되는' 과목이었다.
이런 모습은 예나 요즘이나 다르지 않을 것이다. 우리나라의 교육 시스템과 평가 방식은 여전히 암기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암기만 잘하면, 그 응용력이 없더라도 고득점을 얻을 수 있는 과목이 상당히 많다. 중학교 시절에 종종 100점을 받았던 사회 과목, 과학 과목, 도덕 과목 등 이런 과목은 생각하기보다 그냥 무조건 반복하면서 외우는 것이 중요했다. 그게 공부 비법이었다.
지금 많은 대학생이 시험을 치는 토익이나 JLPT 같은 시험도 암기 과목에 해당한다. 그냥 얼마나 내가 그 외국어를 할 수 있는지 평가하기보다 얼마나 반복되는 문제 패턴을 외우고, 그 문제 패턴에서 답을 찍어낼 수 있는 기술을 가졌는지 평가하는 시험이기 때문이다. 케이블 TV 채널을 통해 볼 수 있는 '토익은 기술이다.'이라는 말이 바로 거기에서 나온다.
토익은 기술이다, ⓒ영단기 CF
이런 까닭에 우리는 역사 과목처럼 중요한 과목에 그 가치를 제대로 두지 못한다. 국사 교과서는 그냥 외우기 귀찮을 뿐인 책일 뿐이다. 특히 국사 과목이 '한국사'이라는 이름으로 국사와 근현대사가 합쳐지면서 암기해야 하는 분량이 늘어나자 국사를 공부하지 않는 학생이 속출했고, 교육부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한국사 의무' 규정을 했지만, 솔직히 공부의 의의는 미미하다.
고등학교 때 학교에서 배우는 과목에서 '한국 근현대사'가 있었지만, 나는 수업을 제대로 들어본 적이 없었다. 수능 시험에서 치르는 과목인 '사회문화', '법과 사회', '경제', '정치' 이 네 과목에만 관심이 있었기에 수업 시간에는 멍하니 다른 짓을 하기만 했었다. 더욱이 '법과 사회'와 '경제' 등의 과목은 학교에서 없던 과목이라 인터넷 강의로 들었는데, 그래서 더더욱 흥미가 없는 과목이 되어버렸다.
아마 비슷한 사람이 많을 것으로 생각한다. 오해하지 말자. 나는 이것이 심각히 잘못되었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그냥 그 시절을 떠올려 보면서 '그래도 좀 더 관심을 가졌으면 좋았을 텐데….'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우리 사회가 돌아가는 모습을 보거나 여러 책을 읽을 읽으면서 역사와 인문의 중요성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종종 역사와 관련된 책을 읽는다.
역사e3, ⓒ노지
역사e3, ⓒ노지
역사e3, ⓒ노지
그렇게 읽는 책 중 하나가 EBS에서 출간되는 <역사e> 시리즈이다. 간간이 읽는 <역사e> 시리즈는 정말 전문적으로 역사를 설명하는 책처럼 어려운 책이 아니라 꽤 가벼운 마음으로 책을 읽고 있다. 아마 이 글을 읽는 사람 중에서도 이 책을 읽어보았거나 책의 내용을 EBS 역사채널을 통해서 본 사람이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TV를 보면 정말 간단한데, 책은 좀 더 해설을 적어 놓았다.)
이 책이 비록 무리하지 않고 역사에 대해 읽을 수 있는 책이기는 하지만, 무작정 쉬운 책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각 하나의 주제마다 긴 해설이 있는데, 해설을 조금 더 시간을 두고 읽어야 한다. 그래서 과거 따분하고 재미없던 중학교 시절 혹은 고등학교 시절의 역사 교과서가 떠오를 수도 있는데, 이 부분을 빠르게 읽으려고 하기보다 천천히 읽으려고 해야 질리지 않을 수 있다.
나는 매일 15분의 시간으로 책을 읽으면서 딱 하나의 이야기를 자세히 읽어보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또한, 책을 읽는 것만이 아니라 인터넷 검색을 통해 EBS 영상을 함께 보는 것도 좋다. 영상을 통해 호기심을 좀 더 가지고, 책을 읽게 되면 분명히 '아, 어렵다. 괜히 이 책을 샀나 봐. 재미가 없어.'이라는 말은 하지 않을 수 있을 테니까. (참고로 영상은 다음에서 검색하면 볼 수 있다. 바로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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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역사를 공부해야 하는 이유는 과거의 기록을 통해 현재의 잘못을 수정하고, 과거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역사 공부는 단순히 암기 과목이고, 대학에 들어가기 위한 과정일 뿐이다. 우리나라에서 '역사 교육'이 가지는 의의는 겨우 그것이고, 정치인을 비롯한 기득권은 역사를 자신의 입맛에 맞게 바꿔 정당성과 명분을 획득할 뿐이다.
나는 이를 욕할 수가 없다. 왜냐하면, 나도 그런 식으로 역사를 대했었기 때문이다. 몇 년 전까지 나는 그냥 '어려운 책'으로만 대했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일어나는 역사 왜곡, 일본과 중국에서 일어나는 왜곡을 보며 심각성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작은 관심을 가지고 <역사e> 혹은 <나의 문화 유산답사기> 같은 책을 읽어보면서 할 수 있는 선에서 알려고 한 것이다.
<역사e> 시리즈는 명료하게 설명이 되어있지만, 한 번에 이 책을 다 읽으려고 한다면 쉽게 지칠 수 있는 책이다. 그러니 하루 15분씩 읽어보면서 '아, 이런 것도 있구나!'하는 배움을, '과연, 이게 문제야. 지금은 왜 이런 잘못을 수정하지 않는 걸까?'는 문제를 제기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역사를 보고, 역사를 공부하고, 역사를 생각한다는 건 바로 그런 과정을 말하는 것이 아닐까?
아무것도 아닌 내가 이런 말을 하는 건 우습지만, 내가 이런 말을 하는 이유는 요즘처럼 가치가 왜곡되고, 진실이 도망치는 시대에 진실된 기록의 역사를 바탕으로 한 성찰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책 <역사e> 시리즈는 좋은 역사 교과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기에 추천하고 싶었다. 혹시 중고 서점 같은 곳에서 책을 만날 수 있다면, 꼭 한 번 읽어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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