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훈의 편견, 나만의 편견을 가지고 사는 10명의 이야기
- 문화/독서와 기록
- 2015. 1. 4. 07:30
[도서 서평] 김태훈의 편견, "곽도원, 표창원, 신해철, 낸시 랭… 10명의 사는 이야기"
2015년 새해가 시작되고, 많은 사람이 '그래, 새해는 더 열심히 사는 거야!'이라는 각오를 다지지만, 현실은 당장 눈앞에 있는 일들을 처리하면서 '하아, 올해는 또 어떻게 살아야 할까?'는 고민을 하게 한다. 2014년에서 2015년으로 바뀌더라도 인생이 크게 달라지는 건 없고, 내 월급은 오르지 않는데… 정부는 각종 서민 증세를 늘리고 있으니 답답할 수밖에 없다. 그게 정상이다.
가진 자를 두둔하면서 그들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이 세상은 우리에게 달콤한 꿈을 꿀 수 있도록 해주지 않는다. 현재 한국 사회는 우리에게 인생은 점점 꿈을 이루기 위해서 사는 것보다 목숨을 잃을 수 있는 서바이벌 게임에서 생존 투쟁을 벌이는 사회가 되어 가고 있다. 박근혜 정부 2년 동안 우리는 권력과 시민의 싸움을 벌여왔고, 올해 3년 차에도 그런 지지부진한 싸움이 이어질 것 같다.
그래도 우리는 노력해야 한다. 사는 것을 포기해서 안 되고, 이런 환경 속에서도 어떻게 내가 원하는 삶을 살기 위해서 노력해야 한다. 비록 우리가 세상을 당장 크게 바꿀 수 없겠지만, 우리가 자신의 역할을 하면서 세상의 바꾸는 데에 조금씩 기여를 한다면… 분명히 세상은 느리더라도 조금씩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자유롭게 꿈꾸고, 자유롭게 즐기고, 무책임할 정도로 꿈을 꾸어야 한다.
매해 내가 적는 나와의 약속과 목표는 조금 주눅이 들 수 있는 나에게 보내는 응원의 메시지이자 질책이다. 다른 사람보다 덜 가지고 있고, 다른 사람보다 부족하고, 다른 사람과 다른 길을 걷고 있기에 나는 스스로 다독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매해 블로그에 공개적으로 목표와 약속을 올리고, 그것을 계기로 해서 좀 더 높이- 좀 더 크게- 좀 더 넓게- 꿈을 꾸려고 한다.
비록 바보 같아 보일지도 모르지만, 세상은 그렇게 바보 같은 사람에 의해서 움직여진다는 것을 잊지 말자. 새장 속의 새처럼 하늘을 바라보며 '저 하늘은 얼마나 멋질까?' 하고 생각하기보다 새장 밖의 새가 훨씬 더 멋진 삶을 살 수 있는 것처럼, 자유롭게 상상하면서 그 상상을 쫓을 수 있어야 진짜 내 삶을 살 수 있다.
김태훈의 편견, ⓒ노지
오늘은 그렇게 나의 작은 의식이 만든, 어릴 때 나를 가르쳐준 어른이 만든, 사회적 편견이 만든, 나를 새장 속의 새로 만든 새장에서 나와 하늘을 비상할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는 한 권의 책을 소개하려고 한다. 그 책은 위 이미지에서 볼 수 있는 <김태훈의 편견>이라는 책인데, 이 책은 칼럼니스트 김태훈이 각자의 삶을 사는 10명과 만나 인터뷰를 한 내용을 엮은 책이다.
어느 사람이 어느 사람을 인터뷰한 책은 우리가 시중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책이다. <김제동이 만나러 갑니다> 시리즈는 이미 많은 대중이 읽은 책이었지만, 이런 책이 우리에게 보여주는 건 '나와 크게 다르지 않은 사람이 어떻게 특별해졌는가?'이라는 질문에 대한 답이기에 내 인생을 고민하는 데에 답을 찾는 데 힌트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아니, 인생처럼 크게 볼 필요가 없다. 그냥 오늘을 어떻게 하면 즐길 수 있는가, 그 답을 찾는 작은 힌트를 얻을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이런 책을 읽는 독자가 얻고 싶은 건 '과연 내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할까?' '정말 그렇게 살아도 될까?'는 질문에 대한 답일 테니까. 그 질문에 대한 답은 알고 있지만, 스스로 확신을 얻고 싶을 뿐이다. 그 과정에 이런 책은 도움이 될 수 있다.
<김태훈의 편견>은 우리가 익히 잘 알고 있는 곽도원, 표창원, 낸시 랭, 신해철 등의 인물부터 시작해서 특정 분야에 관심이 있는 사람은 알고 있을 류승완, 정유정, 장소영, 천명관, 이은걸 총 10명의 이야기를 적고 있다. 각 인물의 이야기는 대화 형식으로 인터뷰한 것을 그대로 옮겨 놓았기에 쉽게 읽을 수 있다. 하지만 관심이 없는 분야는 조금 읽는 속도가 더딘 게 흠이라고 할까?
내가 개인적으로 <김태훈의 편견>에서 가장 인상 깊게 읽을 수 있었던 부분은 표창원 교수님과 인터뷰를 한 내용이었다. 표창원 교수님께서 말씀하시는 모든 내용과 정말 날카롭게 우리 사회의 문제를 지적하는 내용은 정말 흥미로웠다. 읽는 동안 고개를 끄덕이면서 교수님의 의견에 동의하면서 우리 한국 사회의 문제를 생각해볼 수 있었는데, 그 부분을 조금 옮겨보면 다음과 같다.
김태훈의 편견, ⓒ노지
표창원 : 간단하게 이야기하자면 이런 거예요. 제가 강의 때 많이 쓰는 비유인데, 예를 들어서 우리가 밸런타인데이 때 연인과 함께 데이트를 하는데 세계 최고의 요리사가 독점적인 레스토랑에서 최고급 요리를 해준단 말이죠. 악사들이 연주를 해주고 멋진 종업원들이 서빙을 해줘요. 얼마나 환상적이고 멋져요? 그런데 그 멋진 테이블 바로 옆에 3~4일 또는 일주일 정도 굶은 것으로 보이는 남루한 차림의 탈북 소녀가 쓰러져서 퀭한 눈으로 쳐다보고 있다면, 과연 수백만 원 짜리 한상차림이 행복을 줄까요? 입에 넘어갈까요? 자꾸 신경 쓰이고 거리낄 것 아니냐는 말이죠. 그때 우리 사회는 어떻게 해왔을까 생각해보면 '내가 지금 이 멋진 식사를 연인과 즐기려고 하는데 왜 기분 망치는 이런 노숙인이 여기 와 있어, 빨리 다른 데로 치워주시오' 이것이 우리가 그동안 살아온 방식이 아니냐는 거죠. 그것보다는 내가 지금 누리는 식사의 반만 해도 충분히 멋지지 않을까, 굶주린 애들이 얼마나 많을지 모르겠지만 나머지 반을 그들이 기본적인 식사를 할 수 있도록 내놓는, 세금의 방식이든 기부의 방식이든, 그런 접근이 자신들도 더 행복하고 우리 사회도 충분히 나아질 수 있지 않느냐는 거죠. 그러나 그동안 우리 사회의 접근 방법은 '내 행복을 누리는데 내 눈앞에서 방해 안 되게 치워줬으면 좋겠어'가 아니었나요? 파업하는 노동자들 문제라든지 쌍용 문제라든지 다 그렇다는 거죠. 그런 부분들이 과연 우리 사회 전체의 시스템이 얼마나 공정한가의 문제와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해요. 이 시스템 자체가 공정하지 못할 때 정말 순수하게 자신의 노력으로 많은 것을 성취한 사람마저도 그 성취를 제대로 누릴 수 없는, 마치 잘못한 게 없는데도 죄책감을 느껴야 하는 것 같은 강박관념에 시달리는, 대단히 비정상적인 사회로 가는 거죠. (p86)
표창원 : 사실 저는 젊은이들 탓만 절대로 할 수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얼마 전 철도노조 파업 때 나왔던 이야기가 '귀족노조, 연봉 6000만 원 이상인데 파업한다'는 거예요. 그 인식 자체가 노동자는 행복해서는 안 되고 여유로워서는 안 된다는 사회적 편견을 드러내고 있거든요. 그러다 보니까 젊은이들이 존중 받는 극소수의 1퍼센트에 들어가지 않으면 삶이 불행해진다는 인식을 가질 수밖에 없는 거죠. 사회가 그렇게 내몰고 있다는 거예요. 겉으로는 직업에 귀천이 없다고 이야기하면서 실제로는 특정 직업에 대한 선호와 폄하를 하게 되고, 자신의 자녀 혹은 그 배우자가 될 수 있는 대상자를 그걸로 평가하잖아요. 제가 제일 공포스러운 게 뭐냐 하면, 우리 아이들의 학교 기숙사에 붙어 있는 글귀, '잠을 한 시간 더 자면 배우자의 얼굴이 바뀐다'는 그런 이야기가 어린 영혼들을 병들게 만들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젊은이들 탓만 할 수는 없을 것 같고요. '왜 그렇게 사느냐'고 할 수 있는가에 대해서 많이 반성해야 될 것 같습니다. (p114)
표창원 교수님의 이야기는 정말 날카로운 지적이었다. 그리고 책을 읽으면서 '나는 과연 우리 사회 문제를 어떻게 보았는가?'는 질문을 던지면서 반성을 하게 했다. 나는 늘 블로그에 내 주관적으로 사회 문제와 정치 문제 등을 이야기하면서 작은 의견을 주장하지만, 사실- 그 논리는 턱없이 부족할 때가 많다. 모든 게 내 경험에서 나온 것이 바탕이 되다 보니 자연스럽게 한쪽으로 글이 치우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이런 인터뷰 도서를 통해 좀 더 많은 사람의 이야기를 읽을 수 있는 책이 정말 마음에 든다. 비록 종종 '아, 왜 이런 이야기를 하는 걸까?'는 생각이 들 때도 있지만, 전체적으로 책에서 읽을 수 있는 이야기는 내가 바라보는 시야를 좀 더 넓히는 데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표창원 교수님의 이야기처럼 정말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도움이 되는 이야기도 읽을 수 있어 매력적이다.
교수님의 인터뷰 내용 중 일부만 옮기더라도 이렇게 긴 글이 되어버린다. 책 <김태훈의 편견>은 이런 식으로 그 사람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해서 인터뷰를 하는 저자의 이야기를 더하는 이야기인데, 여러 인물의 이야기를 통해 '그 사람이 어떻게 살아왔는가'에서 그 사람이 무엇은 가슴에 품은 채 삶을 사는 지를 읽을 수 있었다. 표창원 교수님의 이야기는 정말 책을 덮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긴 여운이 남은 이야기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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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이라는 새로운 한 해가 시작되었지만, 여전히 사람들 사이에서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는 고민이 앞설 것이다. 비록 나처럼 비전과 목표를 적은 작은 글을 작성하더라도 그 두려움은 떨칠 수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 뭐, 이건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 내일 내게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알 수 없는 것처럼, 이번 주 로또 당첨 번호를 알 수 없는 것이 바로 우리가 사는 인생이라는 것이니까.
<김태훈의 편견> 같은 책은 책 속의 주인공이 우리와 크게 다른 사람이 아니고, 그저 다른 사람의 조롱을 좀 더 이겨낼 수 있었던, 좀 더 끈기 있게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전심전력을 다 한 사림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게 해준다. 우리는 그 사람과 비교하면서 자책하는 게 아니라, '나도 좀 더 노력하면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는 방향으로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말은 지금 이 글을 읽는 독자만이 아니라 이 글을 쓰는 내게 하는 말이기도 하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을 좀 더 간절히 여기는 사람만이 그것을 이룰 수 있는 법이다. 비록 우리가 사는 세상은 쉽게 그것을 손에 넣을 수 있는 말랑말랑한 세상이 아니지만, 원래 길은 험할수록 더 목적지에 도달했을 때 더 즐거운 법이라는 것을 잊지 말자. 그들도 했는데, 우리가 할 수 없는 이유는 없지 않은가?
사람들은 말한다.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재능이 있어야 하고, 돈이 있어야 하고, 사람이 있어야 한다고. 하지만 세상을 바꾼 위대한 천재는 모두 창고에서 혼자서 골똘히 연구하는 것에서 시작했다. 그리고 세상 사람이 비웃어도 그것을 가지고 밖으로 나와 "이것이 혁신입니다."이라고 말하면서 모두를 놀라게 했다. 그것이 가능했던 건 단지, 자기가 하는 일에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김태훈의 편견>을 통해 그 믿음을 자신에게 더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이 책을 읽다 보니 20대 청춘이 평균적으로 걸어가는 길에서 벗어나 블로그 1인 미디어를 꿈꾸면서 걸어가는 내 길이 어려워 보이면서도 더 빛나 보였다. 언젠가 나도 이 길을 걸으면서 만나게 되는 다양한 블로거나 사람의 이야기를 이렇게 멋지게 만들 수 있었으면 좋겠다. 꼭.
정유정 : 제가 작가로서 6년 정도 무명으로 지내면서 열한 번 공모에 떨어졌을 때 어떤 힘으로 이겨냈는지 질문을 받을 때가 있었어요. 작가가 되고 싶은 사람들에게 한마디 해달라는 요청을 받을 때도 있어요. 저는 그럴 때 이런 이야기를 들려줘요. 제가 패배주의에 젖어 있고 힘들었을 때, 스스로에게 '너는 작가가 되고 싶냐, 글을 쓰고 싶냐'고 질문을 던졌어요. 작가가 되고 싶다는 건 직업에 대한 이야기예요. 글을 쓰고 싶다는 건 나의 자유 의지, 욕망에 대한 얘기고요. 그 질문에 대한 답이 '나는 글을 쓰고 싶어'로 나오면 거기에서 왜 쓰고 싶은지가 나오는 거거든요. 글을 쓰고 싶다면 작가로 성공을 하든 못 하든 글을 써야 되는 사람이에요. 작가가 되어서 성공하고 돈도 벌고 싶다면 작가가 아니라 어떤 것을 해도 잘할 수 있어요. 작가는 그냥 직업인 거예요. 내가 원하는 게 직업인지 자유의지인지 알기 위해서는 스스로에게 묻는 수밖에 없어요. 교육이 아이들이 스스로 생각하는 능력을 거세해버린 측면이 있지만, 지금이라도 스스로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할 것 같아요. 자기 인생이니까요. 영어 단어 하나 외우는 것보다 우선해서 '나는 누구인가, 무엇을 원하나' 생각하다 보면 뭘 해야 할지 답이 나오지 않을까 싶어요. 그 노력을 하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p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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