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쿠라장의 애완그녀, 새하얀 도화지 위에 꿈을 그리는 소설
- 문화/독서와 기록
- 2014. 12. 24. 07:30
[라이트 노벨/도서 후기] 사쿠라장의 애완그녀, 일색의 단조로운 일상에 색을 더하는 이야기
나는 책을 읽을 때마다 종종 내가 가슴에 품고 있는 꿈과 하고 싶은 일에 대해 멍하니 생각해보고는 한다. 책의 주인공처럼 당당히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멋진 삶을 살고 싶다고 생각하면서도, 현실적으로 그런 일은 어렵다고 생각하며 고개를 가로저으며 낙담하기도 한다. 아마 많은 자기계발서 혹은 소설 등을 읽었던 사람은 비슷한 경험을 해보았을 것으로 생각한다.
<알리바바 마윈의 12가지 인생강의>, <왜 일하는가>, <나는 나에게 월급을 준다>, <100달러로 세상에 뛰어들어라>, <멈추지 마, 다시 꿈부터 써봐> 등의 다양한 책을 읽으면서 나는 그 꿈을 실천해보기도 했고, 가만히 멈춰서 생각해보기도 했다. 어떤 사람은 '꿈을 이루는 건 꿈 같은 이야기다. 평범하게 취업해서 먹고 살 궁리나 해라.'이라는 말을 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꿈을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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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하면, 사람이 살아가는 데에는 역시 꿈이 있어야 하고,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스물다섯의 나이를 먹고 피아노를 배우면서 박자가 맞지 않아 곡이 곡처럼 들리지 않아 내게 화를 내면서도 할 수 있는 건 '내가 하고 싶은 일이자 즐겁게 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비록 현실은 초라할지 몰라도, 꿈을 꾸면서 하고 싶은 일을 한다는 건 반짝이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자기계발서는 언제나 이성적으로 꿈에 접근해서, 언제나 현실을 뛰어넘는 실천력으로 도전하라는 메시지를 조금 건조하게 이야기한다. 하지만 꿈을 소재로 하는 소설이나 에세이 같은 문학 작품은 좀 더 따뜻하게 그 메시지를 우리에게 전달해주는데, 과거에 읽었던 <만약 고교야구 여자 매니저가 피터 드러커를 읽는다면>이 그 대표적인 책이었다. 정말, 그 책은 좋은 책이었다.
그리고 오늘은 남들에게 조금 비웃음을 살 수도 있지만, 똑같이 꿈을 이야기하는 한 소설을 소개하려고 한다. 그 소설은 <사쿠라장의 애완그녀>이라는 작품이다. 이 작품은 '라이트 노벨' 장르에 해당하는 소설로, 일본에서는 애니메이션으로 방영되며 많은 호평을 받았다. 여 주인공이 지닌 재능이 조금 말도 안 되게 뛰어나기도 하지만, 꿈을 좇아 서툰 성장을 하는 이야기가 정말 잘 그려져 있다.
사쿠라장의 애완그녀, ⓒ노지
이 작품 <사쿠라장의 애완그녀>의 등장인물은 '스이메이 예술대학교 부속고교'에 다니는 '카미이구사 미사키', '시이나 마시로', '칸다 소라타', '아오야마 나나미', '아카사카 류노스케', '미타카 진' 등의 중심인물이 있고, 소설 시리즈가 뒤로 갈수록 추가 등장인물 '칸다 유우코', '하세 칸나', '히메야마 이오리', '리타' 등의 인물이 등장해 사쿠라장에서 생활하게 된다.
'사쿠라장'이라는 이름은 부속 고교의 기숙사로, 평범한 고교생이 사용하는 기숙사와 달리 조금 다른 사연을 가진 학생들이 생활하는 공간이다. 미사키는 너무 뛰어난 재능과 좀 잡을 수 없는 활동력 때문에, 소라타는 버려진 고양이를 주워서 기르는 성격 때문에, 나나미는 아르바이트로 생활하다 기숙사 비용이 밀렸기 때문에… 등 다양한 사연으로 사쿠라장에 오게 된다.
그리고 그 사쿠라장으로 와서 주인공 칸다 소라타가 만나게 되는 인물이 바로 <사쿠라장의 애완그녀>이라는 제목에 어울리는 여 주인공 시이나 마시로이다. 시이나 마시로는 이미 천재적인 기질로 그림을 그리면서 세계의 인정을 받는 인물이었는데, 그녀는 그림을 그리는 것을 제외한 모든 생활력은 제로에 가까웠다. 그래서 사쿠라장으로 오게 되고, 그녀를 소라타가 돌봐주면서 이야기는 시작한다.
사쿠라장의 애완그녀, ⓒ노지
<사쿠라장의 애완그녀>의 이야기는 그저 단순한 일상 이야기로 시작한다. 하지만 '시이나 마시로'이라는 인물의 영향으로 그저 일색이었던 소라타의 일상생활에 색이 더해지기 시작하고, 그는 마시로의 영향을 받아 형태가 없던 꿈을 조금씩 도화지 위에 그리기 시작한다. 그 과정에서 실패하기도 하고, 재능과 노력의 차이를 느끼면서 아파하기도 하지만, 정말 열심히 최선을 다해서 노력한다.
이 작품은 그런 이야기를 하는 작품이다. 뭐, 일부 단조로워 보일 수도 있겠지만, 작품이 진행되는 동안 볼 수 있는 여러 이야기는 읽는 내내 즐거움을 느끼게 해주었다. 애초에 '라이트 노벨'이라는 장르의 작품은 언제나 유머스러움에 진지함을 더해서 책을 읽는 독자가 지치지 않게 해준다. 정말 내내 진지하게 전개가 되는 작품도 있지만, 대체로 웃으면서 혹은 울면서 읽을 수 있는 작품이다.
<사쿠라장의 애완그녀>는 그런 모습을 잘 표현하고 있다. 특히 소라타와 마시로, 나나미, 미사카 등의 인물이 '사랑'이라는 감정을 서툴게 배워가면서 성장하는 이야기는 몰입해서 읽을 수 있는 부분이었다. 책의 표지가 내내 마시로였기에 주인공과 맺어지는 건 마시로였지만, 소라타를 진심으로 좋아하면서 좋은 모습을 자주 보여준 나나미의 이야기는 많은 사람이 눈물을 흘리며 읽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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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사람은 인생이라는 새하얀 도화지 위를 그림도 없이 새까만 색으로 덮어버리기도 하지만, 어떤 사람은 다채로운 색상으로 정말 멋진 작품을 그리기도 한다. 도화지 위에 어떤 그림을 어떤 색으로 그릴 것인지는 개인이 어떤 것을 가슴에 품고 있는 가에 달렸다. 마시로가 소라타를 처음 만났을 때 "넌 무슨 색이 되고 싶어?"이라는 질문은 바로 이 작품의 주제였다고 생각한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에서도 '백지 편지'에 대한 답장을 넣어주는 나미야 할아버지의 이야기가 있다. 할아버지는 "백지이기 때문에 어떤 지도라도 그릴 수 있습니다. 모든 것이 당신 하기 나름인 것이지요. 모든 것에서 자유롭고 가능성은 무한히 펼쳐져 있습니다. 이것은 멋진 일입니다. 부디 스스로를 믿고 인생을 여한 없이 활활 피워보시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이라는 답을 넣어주신다.
세상은 우리에게 그저 남들과 똑같은 지도로 똑같은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것이 인생을 똑바로 사는 법이라고 말하고, 아무것도 그려지지 않은 새하얀 도화지 위에 다채로운 감정을 담은 그림을 그리는 것보다 세상이 원하는 형식적인 색으로 칠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을 요구한다. 뭐, 그게 자신의 인생에서 자신의 답을 찾지 못한 사람에게는 답일지도 모른다. 이건 내가 뭐라고 할 수 없으니까.
그러나 나는 하고 싶은 것을 고민하면서 그저 남이 보여주는 답안지를 베껴 그리기보다 내 감정을 담은 다채로운 그림을 그리고 싶다. 이 라이트 노벨 <사쿠라장의 애완그녀>는 그렇게 노력하는 주인공들의 이야기를 즐겁고, 때로는 함께 아파하면서 읽을 수 있는 소설이다. 비록 '라이트 노벨'이라 읽지 않을 사람도 있겠지만, 기회가 된다면 꼭 읽어보았으면 좋겠다. (총 11권의 이야기이다.)
그리고 이 글을 읽을, 혹은 읽은 독자에게 마지막으로 묻고 싶다. "지금 당신은 당신 앞에 펼쳐진 새하얀 도화지 위에 무엇을 그리고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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