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고 랜드와 고인돌 유적의 대립, 왜 우리는 역사를 선택하지 않나
- 시사/사회와 정치
- 2015. 1. 12. 07:30
청동기 시대 고인돌 유적을 포기하고, 레고 랜드를 세운다? 어떻게 생각하세요?
우리는 모두 역사 교육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역사 유물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역사 교육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역사 왜곡에 대해 강력히 비판을 한다. 한국과 일본, 중국은 역사를 두고 서로 대립을 자주 해왔다. 일본에서 일어나는 야스쿠니 신사 참배와 잘못된 역사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고, 한국과 중국은 이를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그러나 그 비판의 시선을 우리에게 돌려보자. 우리나라 대한민국은 과연 이런 역사 왜곡과 논란에서 자유롭다고 말할 수 있을까?
다른 사람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우리나라에서 이루어지는 역사 왜곡은 지금도 현재진행형으로 발생하면서 정부의 친일 행위 미화와 독재 미화 등 다양한 방식으로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황우여 교육부 장관의 국정 역사 교과서 운운과 극우 세력의 강한 군국주의에 대한 찬양은 이미 일본과 오십보백보의 수준이다.
더욱이 중국에서도 동북공정으로 우리나라의 고구려 역사를 중국의 역사로 왜곡을 하는 일이 비일비재한데, 이런 역사 문제 때문에 종종 우리나라와 마찰을 빚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이런 왜곡에 대한 대응이 범정부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으면서 그냥 생색내기에 그치고 있다. 역사학자와 일반 시민이 목소리를 높이더라도 그 한계가 있기에 일본과 중국은 우리 역사를 더 우습게 보는 거다.
ⓒJTBC 뉴스룸
또한, 우리나라에서는 역사 유적 관리 수준도 안전하지 못하다. 이전에 <1박 2일>에 출연하면서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이후로 한 번 더 많은 사람에게 '역사'를 바로 보여줬던 유홍준 교수님의 말을 통해서도 방치되어 있는 우리나라 역사 유적이나 유물에 대한 이야기를 읽을 수 있었다. 그리고 지금 가장 큰 건 바로 위 사진에서 볼 수 있는 강원도의 고인돌 유적지가 아닐까 싶다.
엄청난 사업 아이템으로 불리는 '레고 랜드'의 부지로 사용하기 위한 땅이었던 강원도 춘천의 땅에서 청동기시대의 유적이 발견됐다. 청동기시대 고인돌과 마을 유적지 등 모두 1400기가 넘는 유적이 무더기로 출토된 것이다. 전혀 새로운 형식의 고인돌도 발견되면서 다른 세계 학자들도 흥미로운 관심을 보이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레고 랜드를 위해 고인돌을 훼손하는 일이 일어나고 말았다.
지금도 이건 많은 논란이 되고 있는데, 시민단체와 역사학계 쪽에서는 '레고 랜드를 위해서 소중한 역사 유적을 파괴할 수는 없다.'면서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역사 유적과 사익을 모을 수 있는 기업의 사업. 이 둘 중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는 기업과 해당 지자체, 그리고 시민의 의견이 합해져야 할 것이다. 해외 같으면 당연히 '역사 유적을 보존'을 먼저 두고 대안을 논의하겠지만, 우리나라는 그렇지 못하다.
이와 비슷한 사례와 포르투갈의 코아 암각화의 사례를 참조할 수 있을 듯하다. 1994년 겨울, 포르투갈 코아 계곡에서 가뭄으로 계곡 수위가 낮아지면서 말과 들소가 그려진 구석기시대 암각화가 모습을 드러냈다. 당시 이 계곡에서도 댐 공사가 완공을 앞두고 있었다. 학계는 댐 공사의 중단을 요청했고 이후 코아 계곡의 암각화를 보존하는 문제를 놓고 1년 넘게 공방이 이어졌다. 결국 정부는 댐 건설비용 전액을 보상해주면서 공사 중단을 발표했다.
이후 댐 건설사무소는 유적관리소가 되었고, 코아 계곡은 세계적인 명소로 자리잡았다. 지금도 매년 1만 5천 여명의 관광객이 코아계곡의 암각화를 보기 위해 방문한다. 2000년 프랑스 일간지 엑스프레시옹은 코아 암각화의 보존조치를 두고 '전 세계를 감동시킨 기적'이라고 보도했다. (p126_역사e3)
이미 우리나라에서는 역사 교육의 중요성이 화두가 되고, 일본의 역사 왜곡과 중국의 역사 왜곡에 맞서 우리나라 역사를 지킬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상당히 많아졌다. 하지만 우리나라 내에서도 과거 잘못된 친일과 독재 역사를 왜곡하는 일이 발생하고 있어 갈등이 깊어지기도 하는데, 이 문제를 바로 잡기 위해서는 먼저 역사가 중요하다는 인식을 가지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가 강원도 춘천에서 발견된 역사 유적지를 버리고, 그 유적지 위에 레고 랜드를 세운다면 아마 전 세계적으로 안타까운 탄식과 함께 비아냥을 받을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지금 당장 눈으로 보더라도 무엇이 중요한지는 불 보듯 뻔한 일이니까. 만약 청동기 고인돌 유적지가 묻혀 버린다면, 일본과 중국은 서로 넉살 좋게 웃으면서 '역시 한국은 바보 나라야.' 하지 않을까 싶다. (너무 리얼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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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 글을 읽는 사람들에게 물어보고 싶다. 과연 우리는 무엇을 선택해야 하는 걸까? 역사 유적지를 선택해야 하는 걸까? 아니면, 그냥 바로 당장 돈을 벌어들일 수 있는 레고랜드를 선택해야 하는 걸까?
질문의 대답은 어디에 가치를 두고 있는가에 따라 답이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지나간 역사에 관심이 없고, 역사 유적지보다 당장 눈앞의 이익이 중요한 사람에게는 당연히 레고랜드 같은 명백히 사업 아이템으로 큰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선택할 것이다. 역사에 관심이 많고 단기적으로 수익은 없더라도 장기적으로 큰 가치가 있는 사람은 역사 유적지 보존을 선택하지 않을까?
질문에 대한 대답이 거의 반강제적으로 '역사 유적지가 중요하다'는 뉘앙스를 풍기게 되어버렸는데, 뭐, 이건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 앞에서 소개한 한 사례처럼 역사 유적지를 통해 보존하는 것이 오히려 장기적인 안목으로 볼 때 더 경제적 가치가 있을 수 있고, 평범한 경제적 가치가 아니라 역사를 보존하면서 발생하는 가치이기에 더 값지다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어떻게 생각하는가?
경북 영주 금광마을에서도 영주댐 건설로 수몰 위기에 놓인 낙동강 지류 내성천의 수변지역에서 청동기시재부터 조선시대를 아우르는 문화재가 쏟아져나왔다. 현재 내성천을 지키기 위해 영주댐 건설을 중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반도 곳곳의 하천에는 수천, 수만 년 동안 켜켜이 퇴적된 구석기, 신석기, 청동기시대의 선사유적이 매장되어 있다. 하지만 소중한 우리의 문화재들은 전국 곳곳에서 진행되는 국책사업으로 인해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고 있다. 문화재가 출토되어도 모르고 지나가거나, 그 사실을 외부에 알리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매장문화재보호 및 조사에 관한 법률 제5조 제2항에는 '개발사업 시행자는 공사 중 매장문화재를 발견할 때에는 즉시 해당 공사를 중지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하지만 현실에서 이 법률은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문화재는 한 나라의 국격이자 국가 이미지를 결정짓는 핵심요인이다. 우리보다 더 오랫동안 이 땅에 존재해온 문화재들이건만, 우리는 아직도 보물을 보물답게 보존하는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지금도 국보 제285호인 울산 반구대 암각화는 여전히 침수를 되풀이하고 있다. (p127_역사e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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