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로또 복권을 살 수밖에 없는 진짜 이유
- 일상/사는 이야기
- 2015. 1. 8. 07:30
로또 복권에 담은 간절한 절박함, 세상은 내게 상처를 주기 위해 존재한다
한국의 가계 부채는 이미 가계가 스스로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아득히 넘어섰다. 산더미 같은 부채를 막기 위해서 카드 돌려막기를 하는 집을 찾아보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고, 파산 신청이나 회생 신청을 하는 일은 일상이 되어버렸을 정도다. 그럼에도 부채는 점점 늘어나면서 사채 시장에 손을 대거나 가족 간에도 돈을 빌리면서 서로 얼굴을 붉히는 일도 늘어나고 있다.
어떻게 보면 정말 비참하다고 말할 수 있는 이런 삶을 사는 사람을 보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다. 비록 겉으로 '난 괜찮다.'이라며 표정을 멀쩡하게 살고 있을 수도 있지만, 속은 새까맣게 타들어 가는 심정으로 하루하루 힘들게 삶을 살 수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이런 식으로 말하는 내가 너무 부정적으로 세상을 보고 있다고 말할지도 모르지만, 난 전혀 내가 부정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지금 우리 집이 그렇게 살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집이 지니고 있는 부채는 이미 엄마와 내가 감당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고 있다. 함께 살지 않은 연도를 열 손가락으로 셀 수 있는 아빠가 만든 부채와 엄마가 사업을 하면서 조금씩 생겨난 부채, 그리고 내가 추락 사고로 수술을 하면서 생겨난 부채는 겨우 남겨서 힘겹게 먹고 사는 우리 가계에 큰 재정적 부담이 되고 있다.
엄마는 내게 이런 이야기를 블로그에 작성하지 말라고 하지만, 그래도 나는 멍청하게 이런 글을 블로그에 작성하고 있다. 왜냐하면, 우리 집의 이야기가 바로- 대한민국 어디서나 쉽게 볼 수 있는 힘 없는 가계의 모습이니까. 그리고 이런 환경은 의도적이든, 의도적이지 않든, 시퍼런 칼날로 내 마음을 갈기갈기 찢으며 상처를 줬었다. 그 상처를 조금 이겨내려면 이렇게 글로 표현할 수밖에 없었다.
로또 복권, ⓒ노지
나는 매주 로또 복권을 산다. 구매했던 로또 복권이 5등이나 4등으로 당첨이 되면, 특정한 시기를 노려서 블로그에 발행한다. 그때마다 나는 내게 변명하는 투로 글을 작성한다. 내가 로또 복권을 구매하는 데에는 작은 즐거움을 맛보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솔직한 내 심정은 '이 복권 한 장에 당첨이 되어 제발 이 빌어먹을 상황에서 좀 벗어나고 싶다.'이라는 마음이다.
매주 로또 복권, 연금복권, 즉석복권을 구매하는 사람은 다 비슷한 심정이 아닐까 싶다. 내가 토요일에 복권을 사고자 복권 판매점을 찾아가면, 정말 많은 사람이 줄까지 서가면서 복권을 구매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렇게 줄을 서서 복권을 사는 사람의 마음속에는 '로또로 인생을 떵떵 거리며 살고 싶다'이라는 욕심보다 '로또로 제발 등에 짊어지고 있는 빚을 내리고 싶다.'는 간절함이 더 크지 않을까?
나는 그런 간절함을 가지고 복권을 구매한다. 다른 사람이 보기에는 남처럼 평범하게 살고, 사고 싶은 것도 사서 다니는 주제에 무슨 그런 어려움을 호소하느냐고 말할지도 모른다. 솔직히 나도 그렇게 생각했다. 비록 우리 집이 어느 정도 빚을 가지고 있지만, 그 양이 당장 무너질 수 있는 수준이라고 생각해본 적이 한 번도 없었다. 그냥 어려우니까 절약하고, 또 절약하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는 블로그를 통해 얻는 손바닥만 한 돈을 나누어서 적금을 넣고, 책을 사고, 소원 상자로 분류해서 내가 사고 싶은 물건을 사는 데에 소비했다. 지금도 나는 그렇게 살고 있다. 비록 이 생활이 갑자기 풍요로워지지 않겠지만, 그래도 이렇게 살면서 조금씩은 더 나은 미래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 작은 희망도 가지지 못한다면, 인생은 너무 비참하다고 생각하지 않는가?
약 3년 전까지 심리적 문제를 약에 의존하다 나는 약에 의존해서는 안 되겠다고 생각해서 내가 스스로 나를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 나섰고, 그것으로 나는 더 사람을 멀리하면서 책과 애니메이션만 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글을 쉬지도 않고 썼었다. 쉴새 없이 내 생각을, 내가 바라보는 사회의 모습을 글로 썼고, 때때로 너무 아파서 어떻게 할 줄 몰라 그냥 키보드를 두드리고 발행하기도 했다.
오늘 이렇게 글을 쓰는 것도 그 과정 중 하나다. 빌어먹을 이 상황을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고, 브레이크가 고장 난 고속 열차처럼 돌진만 해버릴 내 마음을 좀 더 정리하기 위해서, 다른 시선으로 보기 위해서 글을 쓰게 되었다. 아무래도 나는 2015년에 더 오프라인을 멀리하게 되고, 사람을 더 싫어하게 되고, 세상을 더 부정적으로 보게 될 것 같다. 역시 나는 이렇게 살 수밖에 없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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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년 동안 인생을 살아오면서 나는 블로그를 통해 어느 정도 성장할 수 있었다. 온라인에서는 누구와도 쉽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고, 어느 정도 오프라인에서도 인터넷을 통해 알게 된 사람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 이 작은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제법 웃을 수도 있게 되었고, 크고 작은 즐거움을 공유하면서 하지 않아도 되는 이야기도 할 수 있게 되었다. 정말 대단하지 않은가?
그러나 세상은 전혀 바뀌지 않았다. 옅은 웃음을 얼굴에 띄는 순간, 세상은 여전히 내게 상처를 주면서 '너는 그렇게 살 자격이 없어.'이라고 말하는 것 같다. 어제 나는 <사랑에 대한 모든 것>이라는 책을 소개하면서 '나는 절대 사랑받을 수 없는 존재다.'이라고 말했는데, 여기에 말을 하나 더 붙이자면 '나는 절대 사랑할 수 없는 존재다.'이라는 말을 붙이고 싶다. 내가 그러면, 모두 아파할 테니까.
아마 올해 2015년의 세상은 내게 잔인한 칼을 휘두를 것 같다. 내게 다가오는 그 칼을 맞아 나 또한 칼을 들고 세상을 향해 휘두를 것인가, 아니면, 칼에 찔러 삶을 잃어버릴 것인가, 아니면, 그냥 바보처럼 아무것도 모르는 것처럼 살 것인가, 아니면, 그냥 칼에 찔리더라도 혼자 아파하면서 이렇게 블로그에 이야기를 적으면서 묵시록과 같은 삶을 보내게 될 것인가…. 선택의 기로에 놓였다.
분명 나는 용기가 없어 그냥 칼에 찔리더라도 혼자 아파하면서 이렇게 블로그에 이야기를 적으면서 삶을 보내게 될 것 같다. 책과 애니메이션에 의존하고, 온라인 관계에 의존하면서 마치 다른 일이 없었다는 듯이 살아가게 될 것이다. 그리고 간간이 밖에 나가 로또 복권을 사면서 '제발, 내 몸을 묶고 있는 보이지 않는 실을 끊을 수 있으면 좋겠다.'는 간절한 소원을 하늘에 빌겠지.
내가 할 수 있는 건 겨우 이 정도뿐이다. 내가 할 수 있는 생각도, 삶을 사는 방식을 선택하는 것도 이 방법뿐이다. 그럼에도 재미있게 살고 싶다고 생각하는 건 내 사치일까? 멍청한 바보의 헛된 망상일까? 오늘도 나는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얻고자 이 글을 쓴다. 나는 부족하다. 그래서 노력하지만, 노력하지만, 가슴 속에서 피눈물이 흐르는 것은 좀처럼 그칠 줄 모른다. 아아, 젠장. 오늘도 세상은 해가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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