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를 운영하면서 이럴 때 당혹스럽다
- 일상/사는 이야기
- 2015. 1. 16. 07:30
'파워블로거'라는 수식어가 종종 당혹스러울 때가 있다
내가 블로그를 운영한 지 벌써 6년의 시간으로 접어들었다. 처음에는 그저 의미 없는 일상을 기록하는 블로그로 시작해서 소박한 이야기를 하는 블로그였다. 하지만 책을 읽고 감상 후기를 쓰는 것을 넘어서 평소 내가 교육 분야와 사회 분야에 가지고 있는 생각을 이야기하면서 블로그는 점차 커지게 되었고, 꾸준히 운영해오면서 티스토리로부터 '우수 블로거'이라는 타이틀도 얻게 되었다.
그리고 단순히 '우수 블로거'이라는 타이틀만이 아니라 지역의 SNS 활동, 전통 시장 서포터즈 활동, 그 이외에 다양한 대외 활동도 함께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단순히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그런 일에 흥미가 생겨서 '한번 해보고 싶다'고 생각해서 시작했었다. 이런 활동을 통해 평소 내가 알지 못했던 사람도 만나게 되었고, 좀 더 내가 사는 지역의 일에 관심을 두게 되었다.
이런 식으로 블로그를 운영하다 보니 어머니는 종종 내가 김해시 블로그 활동을 한다거나 등의 이야기를 주변 사람들에게 하고는 했었는데, 어머니의 그런 말 때문에 상당히 땀을 삐질삐질 흘렸던 적이 있었다. 왜냐하면, 어머니의 말이 와전되면서 주변으로 퍼져나가고, 무슨 내가 정말 대단한 영향력을 가진 듯한 식으로 전달되면서 내 블로그가 알려졌기 때문이다.
올해의 책 시상식에 참여했음, ⓒ노지
당혹스러울 때는 '노지 블로그는 전국 상위권에 있다.'이라는 말을 들을 때인데, 이럴 때는 정말 쓴웃음을 지으면서 '아니, 그 정도는 아닌데….'이라며 대답을 할 수밖에 없다. 비록 내가 운영하는 이 블로그 <노지의 소박한 이야기>가 우수 블로거 타이틀을 달았다고 해도 전국 상위권은 아니다. 그저 변방의 작은 블로거로 꾸준히 운영했기에 우수 블로거 타이틀을 달 수 있었던 것 뿐이다.
전국 상위권에 들어가는 블로그는 역시 매달 백만 명 이상의 방문자를 유치하는 아이엠피터 님의 블로그나 블로그 활동을 통해 개인 미디어로 활약하며 요즘 같은 시대에 값진 기록을 하는 미디어 몽구 같은 사람의 블로그라고 생각한다. 그분들은 단순하게 글을 잘 쓰는 것을 넘어서 블로그를 비롯해 페이스북, 유튜브 등 SNS를 통해 정말 많은 사람을 통해 글이 공유되며 큰 영향력을 발휘한다.
그렇기에 나는 절대 전국 상위권에 있을 수가 없다. 비록 내 블로그를 방문해주는 사람이 적은 건 아니지만, 그래도 정말 나는 그분들처럼 좋은 글을 가치 있게 활용하고 있다는 생각은 할 수 없으니까. 그래서 현재진행형으로 노력하고 있다. 내가 즐기는 방식으로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이 순간을 가치 있게 하기 위해서. 그래서 '전국 상위권'이라는 말을 들을 때는… 기쁘지만, 상당히 머쓱하다. (긁적긁적)
토박이 식당, ⓒ노지
그리고 가장 당혹스러울 때에는 '블로그에 음식점 후기를 올리면 대박이 난다.'이라는 말을 들을 때이다. 나는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자주 내가 먹는 음식의 사진을 찍어서 방문했던 음식점을 소개하는 글을 올렸었다. 아마 이건 나만 아니라 블로그를 운영하는 사람은 모두가 공유하는 경험이라고 생각한다. 블로그가 식사 자리에 모이면 모두 카메라부터 들이댄다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그래서 이런 블로그로 피해를 본 사례도 드물지 않게 볼 수 있다. 일명 '파워블로거지의 횡포'이라는 사건으로 부를 수 있는 몇 가지 사건은 블로그를 가지고 갑(甲) 행세를 하면서 점주를 협박하거나 '블로그'에 올려준다는 조건으로 부당한 요구를 한 사건이다. 이런 사건으로 블로그에 올라가는 것만으로도 '대박을 칠 수 있다' 혹은 '쪽박을 칠 수 있다'는 잘못된 생각이 많이 퍼졌다.
그런 이유로 나도 종종 어머니가 '엄마가 아는 집에서 블로그에 한 번 올려달라고 하드라. 한 번 먹으러 가자.'이라는 말을 하시는데, 이럴 때마다 정말 당혹스러운 기분이다. (물론, 어머니와 나는 우리가 계산해서 먹는다.) 블로그에 맛집 포스팅을 한 번 하는 것으로 그 집이 대박이 날 수 있다면, 나는 이미 대박이 나야 하지 않았을까? 그 정도의 영향력을 가진 블로그라면, 정말 대박 블로그다.
그러나 내 블로그는 전혀 대박 블로그가 아니다. 방문자 수에 허덕이며 어떻게 메인에 노출될 수 없을까 종종 신경을 쓰는 그런 작은 블로그다. 내가 책 한 권의 감상 후기를 쓴다고 해서 그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는 것이 아니듯, 내가 음식점 후기를 쓴다고 해서 그 음식점이 대박 맛집으로 유명해질 수는 없다. 그렇게 큰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면, 정말 얼마나 기분이 좋을까? 아하하. (아니 부담스러워서 오히려 싫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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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이라는 시간 동안 블로그를 운영해오면서 정말 많은 일이 있었다. 많은 일에 도전해보기도 했고, 어떤 때는 크게 낙담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모든 게 값진 경험이었고, 블로그를 통해 삶을 즐기고 싶다는 내 꿈은 지금도 현재진행형으로 그 형태를 갖춰가고 있다. 내가 꾸는 꿈 뒤에 있는 건, 갑(갑) 행세를 하면서 포스팅으로 협박하거나 막대한 수익을 올리는 것이 아니다.
그저 오프라인에서 잘 전달할 수 없는 내 이야기와 생각을 '블로그'라는 공간을 통해 공유하고, 이런 모종의 활동을 통해 내가 삶을 즐기는 것에 있다. 이 길을 가는 동안 '우수블로그'이라는 타이틀도 얻었고, '파워블로거'이라는 수식어로 불리게 되었고, 종종 오해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절대 작은 블로그 한 개가 어떤 책을 베스트셀러로, 어떤 음식점을 대박 맛집으로 만들어 줄 수는 없다.
블로그에 포스팅을 통해서 검색 노출이 되어 인지도가 높아질 수도 있고, 책이나 음식점을 찾는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작은 정보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블로그의 긍정적인 영향력은 바로 거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기성 언론에 알려지지 않는 정보를 공유하고, 그 정보를 가치 있게 활용하는 것이 블로그 같은 개인 미디어와 SNS의 긍정적 외부 경제 효과이니까.
앞으로도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종종 당혹스러울 때가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어떤 음식점에서는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자마자 부리나케 달려오기도 한다. 부디 제발 그런 일이 없기 위해 블로그를 통해 갑 행세를 하는 사람이 없었으면 좋겠다. 그냥 일상생활로 음식 사진을 찍어서 '오늘 이거 먹었다' 같은 글을 올릴 뿐인데, 거기에 여러 의미가 부여되면… 너무 부담되니까. 아하하.
전국 상위권 블로거, 블로그 포스팅 하나로 대박 맛집과 베스트 셀러를 만들 수 있는 블로거. 그런 수식어를 가지는 블로그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정말 가치 있게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블로거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싶다. 그리고 이 가치가 흔들리지 않았으면 한다. 의(義)를 쫓을 때 비로소 사람은 사람이 될 수 있다고 하니까. 내게 있어 블로그는 바로 그 도구이자 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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