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에 생각나는 1박 2일 외국인 근로자 특집
- 시사/사회와 정치
- 2014. 12. 25. 07:30
오늘 크리스마스는 편견 없이 모두가 따뜻한 날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오늘은 많은 사람이 기다리던 한 해의 마지막을 준비하면서 한 해의 마지막을 가족과 보내는 날이기도 한 크리스마스이다. 크리스마스의 기원에 대해 자세히 이야기하지 않더라도 이날의 의미를 많은 사람이 알 것으로 생각한다. 굳이 기원에 상관없이 외국에서는 가족과 함께 보내는 날로 인식되어 있고, 한국에서는 연인과 함께 보내는 이벤트가 열리는 날로 인식되어 있다.
일제 강점기 이후 미국의 영향을 많이 받은 우리나라는 횡단보도를 건널 때마다 보이는 교회의 개수만큼 크리스마스를 맞이하는 분위기도 상당히 영향을 많이 받았다. 하지만 '설날' 같은 명절을 가지고 있는 우리나라에서는 크리스마스에 가족과 함께 보내기보다 친구와 함께 시간을 보내거나 연인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방향으로 진행되면서 이 행사에 많은 상업성을 띈 아이템이 생겨났다.
그래서 일부 사람은 이 크리스마스를 부담스러워하기도 한다. 특히 연인 관계에 있는 사람들은 '상대방에게 선물을 줘야 하는 의무가 있는 것 같아 부담스럽다'고 표현하기도 하고, 직장의 미생들은 '회사의 회식에 어울려야 해서 부담스럽다'고 말하기도 한다. 뉴스를 보면 이런 이유로 경제 불황이 장기적으로 이어지고 있기도 해 많은 사람이 특별한 시간을 가지기보다 집에서 휴식을 취한다고 한다.
지금 이 글을 쓰는 나도 크게 다르지 않다. 그저 '올해의 크리스마스는 그냥 평화롭게 아무렇지도 않게 지나갔으면 좋겠다.'이라는 바람 하나뿐이다. 정말 어렸을 때에는 산타 할아버지의 선물을 기대했을지도 모르지만, 요즘에는 그냥 '산타 할아버지의 선물은 1등에 당첨되는 로또 복권 한 장을 주면 좋겠다.'로 바뀐 건 조금 다를까? 돈 걱정하는 사람은 우리나라에 수두룩할 테니까.
ⓒ1박 2일
오늘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면서 나는 어느 프로그램의 특별했던 하나의 기획이 머릿속에서 떠오른다. 그건 지금도 국민 예능으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예능 프로그램 <1박 2일>에서 볼 수 있었던 '외국인 근로자 특집'이다.
<1박 2일>은 그저 웃기기 위해서 프로그램을 기획해 방송을 만들기도 하지만, 때때로 정말 많은 사람의 가슴을 울게 하는 프로그램을 기획해 방송하기도 한다. <1박 2일 외국인 근로자 특집> 편은 바로 그런 기획 중 하나였다. 2011년에 보았던 그 특집은 시청자들이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편견을 조금 벗을 수 있었고, 가족의 소중함을 다시금 알 수 있게 하는 정말 따뜻한 기획이었다.
지금 그 특집 편이 머릿속에서 떠오르는 이유는 딱 하나다. 바로 지금 우리나라가 너무 먹고 살기 어려워 가족도 스스로 부담이 된다고 느끼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가족이 부담된다….' 이 말은 어쩌면 해서는 안 될 말로 비칠지도 모르겠지만, 가계부채가 점점 늘어가는 우리나라의 사정상 대학생의 등록금이나 대출 이자 혹은 다양한 비용 지출이 큰 부담이 되고 있는 건 기정사실이다.
이렇게 사람들이 먹고살기 힘들어지자 우리 사회에서는 국수주의와 군국주의를 기반으로 하는 극우가 다시 한 번 더 활개를 치기 시작했다. 경기가 어려워질 때마다 그 책임을 뒤집어 씌울 좋은 소재를 찾는 사람들은 종북몰이부터 시작해서 외국인에 대한 차별 등을 가지고 사람들을 선동한다. 독일을 비롯한 일부 유럽에서 일어나는 신나치즘, 일본의 반한류 등도 비슷한 맥락이라고 볼 수 있다.
노동 착취 심각, ⓒSBS
2014년 12월 한국에는 '땅콩 회항 사건'이라는 전대미문의 사건이 발생했다. 이 사건으로 많은 사람이 슈퍼 갑의 횡포에 분노했는데, 조현아 전 부사장이 진심으로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를 하기보다 증거 인멸을 위해 뒤에서 손을 쓰고 있었다는 사실이 보도되면서 사람들의 분노는 더 커지고 말았다. 그리고 한 편으로 '역시 가진 자는 이길 수 없구나'는 것을 느꼈을지도 모르겠다.
우리는 그런 갑의 횡포를 보면서 분노하지만, 정작 우리 주변에서 좀 더 약한 사람을 괴롭히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아무렇지 않은 자세를 보이기도 한다. 특히 위 뉴스 이미지에서 볼 수 있는 외국인 근로자를 대하는 일부 사람들의 횡포는 '땅콩 회항 사건'에 맞먹을 정도로 비상식적인 행동이고, 그 이상으로 반인륜적인 행동일 때가 많다. 그런데 우리는 왜 이 문제를 바로 잡으려고 하지 않을까?
필리핀에서는 '코피노'이라는 필리핀인과 한국인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이 큰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 여러 가지 이유로 필리핀에 온 한국인들이 성매매 등의 행위를 통해 그런 아이들이 태어나버린 것인데, 이는 정말 국제적 망신거리(문제) 중 하나다. 필리핀 한국인 토막 살인 사건만이 아니라 우리는 이 문제에도 관심을 가지고, 우리의 잘못된 문제를 고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국내에서도 노예 계약에 가까운 계약을 통해 외국인 근로자를 차별하고, 학대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그러니 어찌 국내에서 범죄를 저지르는 외국인 근로자가 생겨나는 것을 막지 않을 수 있겠는가? 한국인 사이에서도 경제적 문제가 엮이는 일, 사소한 다툼에서 큰 범죄로 이어지는 일이 비일비재하게 발생하는데, 좀 더 열악한 환경에 있는 외국인 근로자는 더 힘들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일전에 나는 가까이에서 아는 사람으로부터 '외국인을 위한 문화와 제도를 만들 필요는 없어. 다 돈 벌려고 오는 외국인 근로자들을 위해서 우리가 왜 그런 것을 해줘야 해?'이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나도 그 생각의 일부는 동의하지만, 일부는 반대하고 싶다. 왜냐하면, 그 사람도 어쨌든 '사람'이기에 기본적인 사람으로서 받을 수 있는 대우는 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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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의 2014년은 쉽게 말할 수 없을 정도로 혹독한 한 해였다. 세월호 침몰 사고를 시작으로 해서 윤 일병 집단 폭행 사망 사고가 계기가 되어 다시 한 번 더 밝혀진 군 가혹 행위와 은폐 행위, 그리고 유신 이후 발생한 특정 정당 해체 사건과 또 한 번 일어난 조선족의 토막 살인 사건, 그리고 최근에 언론에 보도되는 원전 기밀 유출 사고 등 너무 어려운 일들이 연이어 발생했다.
그러나 문제는 발생한 원인이 아니라 그 후속 대책이 졸속 대책에 머무르고 있다는 사실이다. 세월호 사고 이후 안전성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졌어도 제2롯데월드 같은 사고를 미리 방지하지 못하고, 군 가혹 행위에 대한 대책은 이름표만 단 매번 똑같은 실천하지 않는 메뉴얼이고, 원전에 문제가 발생해도 매번 '문제없다'며 발뺌만 하는 식이고, 지금은 민주주의 근본마저 흔들리고 있다.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그런 환경이 점점 무너지고 있는 시점에서, 국민의 가장 당연한 기본 권리가 권력을 가진 소수의 사람에 의해서 입놀림으로 왔다 갔다 하는 지금,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 걸까? 크리스마스이기에 나는 이 질문을 던지고 싶다. 내 머릿속에 떠오른 <1박 2일 외국인 근로자 특집>처럼 오늘은 사람들이 가족(사람)의 소중함을 느끼고, 진짜 중요한 게 무엇인지 알았으면 좋겠다.
[문화 이야기/방송과 행사] - 닉 부이치치가 우리 사회에 전한 희망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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