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탄길, 가슴 찡한 우리 이웃들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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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에 곁에 두고 읽었던 연탄길, 지금 다시 곁에 두고 읽어보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요즘 문득 깊은 한숨을 내쉬며 우두커니 하늘을 바라볼 때가 많아졌다. 과거보다 분명히 더 재미있는 일이 내 곁에 있고, 그저 의미 없이 보내던 날과 달리, 하고 싶은 일도 하고 있다. 그런데 내 마음속에 있는 공허함은 점점 더 커지면서 가끔 나를 집어삼키고는 한다. 밥을 씹는 중에 나도 모르게 눈물이 맺히고, 유독 슬픈 노래와 슬픈 이야기에 더 눈물을 흘린다.


 가을이라서 그런 것일지도 모르겠고, 그저 내가 하는 어떤 일 속에서 좀 더 큰 아픔을 느끼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그냥 바라보는 풍경도 더 슬프게 보이고, 세상이 전하는 뉴스는 더 거짓으로 가득 찬 것 같다. 매번 고민하고, 고민하고, 또 고민한다. 이렇게 시간을 보내는 게 얼마 만일까? 어릴 적에 나는 정말 내가 살고 싶은 이유에 대해 알고 싶어 어쩔 수가 없었다.


 나는 평범한 일상 속에서 살아갈 의미를 찾지 못했었다. 그냥 가는 대로, 시간이 흐르는 대로 살아갈 뿐이었다. '나'로 살아가면서도 거기에 '나'는 없었다. 그저 매일 숨 쉬면서, 매일 똑같은 하루 속에서, 반복되는 일정 속에서, 텅 빈 채로 살아가야만 했다. 학교에 가고, 애들한테 맞아서 울고, 집으로 돌아오고, 싸우는 엄마 아빠의 모습을 보고, 게임 속으로 도망치고.


 무채색이었던 내 일상에 색을 더해준 건 책과 애니메이션이었다. 그리고 그 당시에 읽은 책 중에서 유독 아직도 마음 깊이 남아 있는 책이 있다. 너무 힘들었던, 마음이 아파서 어쩔 수 없었던, 몸보다 마음으로 울기만 했던 그 시절에 작은 따뜻함을 전해준 이야기가 적힌 책이 있었다. 그 책은 바로 《연탄길》이라는 이름을 가진 이웃의 이야기가 적힌 책이다.


ⓒ연탄길


 정확히 내가 이 책을 언제 처음 읽었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학교 도서관에서 배치된 한 권을 우연히 읽어보다 책을 구매해서 읽은 기억이 난다. 어릴 적에, 멋 모르는 그 시절에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어떤 생각을 했을까? 지금은 그 생각을 알 수 없지만, 그래도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았을 것 같다. 그저 책을 읽으면서 작은 이야기에 감동하면서 살아갈 의지를 찾으려고 했을 거다.


 시간이 흘러 내가 자란 방에서 《연탄길》 시리즈는 언젠가 그 모습을 감추고 말았다. 이 책을 한동안 잊고 있었지만, 어릴 적과 마찬가지로 산다는 것에 대해 회의가 많이 들어 우연히 다시 이 책을 떠올리게 되었다. 인터넷 서점에서 여러 책을 함께 구매할 때, 다시 또 한 번 《연탄길》을 검색해보니 개정판이 나와 있어 다시 구매할 수 있었다.


 이미 많은 시간이 흘렀음에도 책이 주는 그 따뜻함은 여전했다. 책의 이야기는 당연히 바뀌지 않았지만, 내 삶도 과거와 크게 바뀌지 않은 듯한 느낌이었다. 예나 지금이나 《연탄길》에 적힌 이야기를 읽으면서, 눈으로 읽는 게 아니라 마음으로 읽으면서 약간의 따뜻함을 느낄 수 있는 게 정말 좋았다. 어느 이야기에서는 눈물이 맺히기도 했는데, 나는 내 생각 이상으로 좀 더 힘들어했던 것 같다.


 글쎄,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게 맞는 건지 모르겠다. 남들은 그저 한창때인 20대라고 하지만, 내가 너무 부정적으로 살아서 그런 거라고 말하기도 하지만, 솔직히 지금도 나는 사는 게 크게 행복하지는 않다. 주변에서는 즐거운 일만큼이나 싫은 일이 너무 많이 일어난다. 강한 척을 하고, 울기보다 웃으면서,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자 노력하지만… 절대 쉽지 않은 게 인생이니까.


 아침저녁으로 조금씩 책을 읽으면서 곰곰이 생각했다. 역시 나는 지금의 삶에 너무 지쳐있던 게 아닐까? 성공해야 한다, 기대를 충족시켜야 한다 등의 강박관념 속에서 너무 나를 세차게 몰아붙인 건 아닐까? …하고. 남들처럼 정말 아등바등하며 매일매일을 보내지는 않았지만, 나는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는 스트레스 속에서 시간을 보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몸에도 이상이 생기고, 마음은 몸보다 먼저 사는 것에 대해 지쳤던 게 아닌가 싶다. 책을 읽을 때, 라이트 노벨을 읽을 때, 애니메이션을 볼 때, 글을 쓸 때, 사진을 찍을 때… 이런 일을 할 때는 솔직히 즐겁다. 아니, '즐겁다'고 말하기보다 진짜 내가 사는 것 같다는 느낌, 살아서 다행이라는 감점을 느끼는 일이 오직 그일 뿐이라고 말하는 게 옳을 거다.


 책 《연탄길》에서는 특별한 성공 이야기를 담은 책이 아니다. 그저 우리 주변의 이웃이 겪은 이야기를 하고 있을 뿐이다. 나도 남과 다르지 않고, 남도 나와 크게 다르지 않은 삶을 사는 그런 이야기다. 오늘 우리가 밥 한 끼를 먹기 위해 일하고, 거리에서 악기를 연주하는 사람에게 손뼉을 치고, 지나가는 노숙자들에게 작은 동정심을 품고, 나도 모르게 남을 도와주는 그런 이야기다.


 그런 이야기이기에 우리는 이 책을 읽으면서 지친 마음에 휴식을 주고, 위로해주고, 보이지 않는 따뜻한 손으로 감싸줄 수 있는 게 아닐까? 어릴 적에도 그랬었지만, 20대를 사는 지금에도 나는 똑같이 그런 따뜻함을 느낄 수 있었다. 그저 순수함을 잊어버리지 않고, 내 속에 상처를 아직 다 치유하지 못했기에 그런 것일 수도 있겠지만, 이게 난 사람의 마음이라고 생각한다.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은 너무 척박한 세상이다. 꿈을 가져야 하고, 성공해야 하고, 남보다 더 잘 살아야 하고, 불의에 맞서 싸워야 하고, 내 삶을 찾기 위해 아등바등해야 하는 그런 세상이다. 이런 세상에서 우리는 우리 생각보다 훨씬 더 쉽게 몸보다 마음이 지쳐버린다. 나는 알지 못하지만, 마음은 조금씩 병들어가며 결국 우리에게 '산다는 것'에 대한 즐거움을 잊어버리게 한다.


 슬픈 일이다. 그런 것을 제대로 알지 못한 채, 그저 때때로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을 외면한 채, 오직 한 길로 달려나갈 수밖에 없는 현실이 너무 슬프다. 갈수록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 비인간적인 일이 자주 발생하고, 사람들이 느끼는 행복이 오직 물질에 치우치고 있어 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 같다. 그리고 그 세상 속에서 나 같은 사람은 더 많이 생겨날 것이다.


 오늘 내가 왜 사는지를 모르고, 왜 살아야 하는지를 모르고, 내가 웃을 수 있는 일을 모르고, 나를 위로해줄 수 있는 사람을 곁에 두지 못하고, 내가 행복해질 수 있는 일을 모르고, 그저 매일매일 무의미하게 하늘을 바라보며 시간을 보내는 사람이 말이다. 내 마음을 알지 못하기에 망망대해 같은 공허함 속에서 빠져나오지 못한다.


 책 《연탄길》은 그렇게 지친 마음을 달래줄 수 있는, 감정이 메말라 가는 우리의 가슴을 찡하게 해줄 수 있는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크게 특별하지도, 집요하게 우리에게 앞으로 달려나갈 것을 요구하지 않는다. 그저 사람 사는 이야기를 통해 우리가 살 수 있도록, 우리가 내일 떠오르는 해를 좀 더 웃으면서 맞이할 수 있도록, 가슴에 쌓인 응어리를 눈물 흘리며 녹일 수 있도록 해준다.


 《연탄길》을 지금 다시 곁에 두고 아침과 저녁에 조금씩 읽어보는 건 그 때문이다. 이 책은 한 번에 다 읽는 것도 좋겠지만, 그냥 곁에 두고 조금씩 읽으면서 하루에 지친 나를 위한 소중한 친구로 대하는 게 훨씬 좋다. 고된 하루를 시작하는 아침에 한두 편의 이야기를 읽고, 고된 하루를 마무리하는 밤에 한두 편의 이야기를 읽는 것만으로도 지친 마음이 달래진다.


 이 책이 곧 찾아올 겨울에 얼어붙어 가는 사람들의 마음을 녹일 수 있었으면 좋겠다. 가을바람에 흔들리는 낙엽처럼, 가을바람이 가고 찾아올 겨울바람 속에서 따뜻한 온기를 전해줄 《연탄길》. 지금 삶을 고민하고, 회의적으로 생각하는 사람에게 꼭 선물 해주고 싶은 책이다. 오늘도 나는 《연탄길》로 하루를 시작해 하루를 마무리하고 있다.


고통은 기린처럼 목이 길지만


삶은 때로는 흉악한 거인을 앞세워 우리에게로 다가옵니다.

흉기를 든 거인 앞에 우리는 맨주먹이지만, 아직 싸움이 끝난 건 아닙니다.

희망을 가진 자 앞에서 인생은 마술을 보여주니까요.

고통은 기린의 목처럼 길지만, 그만큼의 높이에 희망을 매달고 있습니다.

다시 일어서야 합니다.

아픔이 있다는 건 아직도 꿈이 남아있다는 거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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