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주 동생 남소현 일진 논란, 우리는 잔인해야 하나 다정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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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팝스타4 남소현 과거 일진 논란, 우리는 그녀를 어떻게 대해야 할까?


 사람은 살면서 누구나 때로는 잘못하기도 하고, 때로는 잘하기도 하다. 이틀 전에 <자기 앞의 생>이라는 책을 소개하는 글에서 말했던 것처럼, 세상에서 희기만 하거나 검기만 한 사람은 어디에도 없다. 사람은 희거나 검은 두 모습을 모두 가지고 있기 마련이다. 아마 부정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나도 내 양심에 손을 얹고 '나는 착한 사람인가?'는 질문을 하면 '그렇다.'고 절대 대답할 수 없다.


 지금 착하게 사는 사람이 과거에는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주는 잘못을 저질렀을 수도 있고, 지금 나쁘게 사는 사람이 과거에는 주변 사람을 웃게 하는 그런 사람이었을 수도 있다. 우리가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말을 사람에게 적용할 수 있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겉으로 보이는 모습만이 그 사람의 모든 모습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가 주변에서 흔히 보는 사람들은 그렇게 모두 저마다 사연을 가지고 삶을 산다. 하지만 우리는 주변의 사람이 어떤 식으로 살았는지 크게 흥미를 두지 않는다. 그냥 나와 비슷한 사람이니 다 비슷비슷하게 살 것으로 생각하니까. 하지만 우리는 언론에 자주 얼굴과 이름을 비추는 정치인, 기업인, 연예인 등의 인물에 대해서는 어떤 때에는 지나칠 정도로 관심을 가지고 간섭을 하기도 한다.


 그런데 한 가지 웃긴 점은 정치인이나 기업인처럼 정말 큰 힘을 가진 인물의 어떤 결함이 발각되었을 때는 그냥 '나쁜 놈'이라고 욕하는 것에 그치지만, 연예인이나 연예인 지망생 같은 인물의 결함이 발각되었을 때에는 '이때다. 죽을 때까지 물어 뜯어주마.'이라고 말하는 듯이 정말 엄청난 물결이 일어난다. 그래서 일부 사람들은 이를 비난하기도 하는데, 나는 이런 모습이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우리는 이미 어릴 때부터 '강한 사람 앞에서는 무릎을 꿇고, 약한 사람 앞에서는 발길질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어른들을 통해 배웠기 때문이다. 분신 경비원 자살 아파트에서도 젊은 세대가 경비원 아저씨들을 향해 함부로 할 수 있는 건 어른들을 통해 그렇게 배웠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인격이 처음부터 글러 먹은 것이 아니라 교육을 그렇게 시켰기 때문이다.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았던.


남소현, ⓒSBS


 사람들에게 가장 물어 뜯기기 쉬운 상대는 바로 연예인이다. 그것도 힘 있는 연예인이 아니라 조금씩 물꼬를 트면서 성장하려는 연예인들이다. 큰 기획사를 등에 짊어지고 있는 연예인은 건드려봤자 자신이 역소송을 당해 큰 피해를 입을 수 있기에 그저 남들이 욕할 때 끼어서 그냥 욕만 할 뿐이지, 직접 인터넷에 어떤 이야기를 올려서 그 연예인의 과거를 낱낱이 밝히는 일은 되도록 하지 않는다.


 하지만 위 사진에서 볼 수 있는 남소현처럼 이제 막 오디션 프로그램에 출연해서 조명을 받기 시작하는 인물에게는 조금의 자비도 없다. 오디션 프로그램 <K팝스타4>에 출연한 남소현이 똑같이 오디션 프로그램 출신 가수 남양주처럼 뭔가 성공의 기도를 가는 듯한 모습을 보이자 그녀의 과거를 알고 있는 한 인물이 인터넷에 '그녀는 중학교 시절에 일진이었다.'는 글을 올린 것이다.


 그 글의 사연이 알려지자 사람들은 사실 여부도 확인하기 전에 남소현의 과거 행실을 비난하기 시작했다. <K팝스타4>는 아직 진위 여부가 확인되지 않았다며 대응했지만, 진실을 알고 있을 남소현이 가만히 입을 다물고 있는 실정이라 일진 논란은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일전에는 다른 오디션 프로그램에 출연했던 송유빈이 일진이었던 것이 알려졌었는데, 또 이런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아직 제대로 무엇을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모르는 새싹 같은 존재는 가장 쉽게 밟아서 죽일 수 있는 존재다. 그래서 많은 사람이 진위 여부 확인도 하지 않은 채, 비난하고 있는데… 이는 과거 행실을 똑바로 하지 못한 개인의 책임이 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일진 논란의 진위 여부가 어떻든, 남소현이 과거에 그런 행동을 했다는 것만으로 이미 손가락질을 면하기 어려울 테니까.


 그러나 나는 여기서 한 가지 방향을 더 제시하고 싶다. '우리는 과연 과거에 잘못을 한 사람에 대해서 어디까지 손가락질을 해야 하는가?'이라는 시각이다. 이 글의 앞에서도 말했듯 '옛날에는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주는 잘못을 저지르는 사람이었지만, 마음을 바로잡아 똑바로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에 대해서 어떤 대우를 해야 할지는 의견이 나누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람은 누구나 잘못을 할 수 있으며, 그 잘못을 통해 타인에에 아픔을 줄 수도 있다. 하지만 누구라도 그 잘못을 통해 '내가 어리석었다.'는 것을 깨닫고, 잘못을 진심으로 피해자에게 사과하고, 새로운 방향으로 삶을 살아갈 수 있다. 그게 바로 우리가 사는 삶이라고 생각한다. 이 세상 모든 사람에게 검은 부분이 있는 만큼 흰 부분이 있으니까. 남소현도 그런 사람이라고 한 번 생각해보자.


 솔직히 그런 접근이 좀 어려울지도 모르겠다. 왜냐하면, 우리나라에서는 워낙 사회 낙인론이 강해서 한 번 생긴 흠을 절대로 지울 수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국 사람들 사이에서 차별주의는 더 잔인하게 고개를 들고, 성적 지상주의와 결과 집착주의는 더 매몰차게 사람을 휘감아 '비인간적인' 사람으로 만들고 있다. 학교 폭력, 일진, 사회 폭력, 갑의 횡포가 다 그렇게 만들어지는 거다.


 그럼에도 우리는 한 사람이 잘못을 뉘우치고, 새로운 발걸음을 내딛는 데에는 응원해줘야 한다고 난 생각한다. 특히 다른 기성세대도 아니고, 아직 어린 청소년 세대이니까. 청소년 세대는 아직 무엇을 잘 알지 못하는 시기다. 뭐, 일부 사람은 '청소년도 알 건 다 안다.'고 말하기도 하지만, 그들은 지식만 있을 뿐이지, 자신의 감정을 어떻게 다루어야 할지, 자신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모른다.


 그래서 청소년은 어른이 하지 말라는 것을 해보고, 어른이 제시해주는 답이 아니라 자신의 답을 찾기 위해서 여기저기 부딪쳐본다. 그 과정에서 일부 청소년은 어긋나서 일진이 되어 남을 괴롭히기도 하고, 가출을 해서 부모님의 속을 아프게 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는 모두 하나의 과정으로 여겨야 한다. 공부만 가르치는 것이 교육이 아니라 잘못을 가르치고, 처리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것도 교육이니까.


천종호 판사, ⓒ마음수련


 <아니야, 우리가 미안하다> 책을 읽어보면 소년 법정 천종호 판사님이 그런 과정을 말씀하시는 것을 가슴으로 읽어볼 수 있다. 남소현이 과거 일진 논란에 대해 우리는 잔인해야 할까, 다정해야 할까? 이 문제의 정답은 논란의 중심에 있는 남소현이 어떤 모습을 보여주는가에 달려있다. 정말 그녀가 그저 겉으로 착한 척을 했는지, 아니면, 정말 잘못을 고치고 바로 살고 있는 지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


 만약 일진 논란이 사실이 아니라면, 그녀는 당당히 사람들 앞에 나서 '그런 적이 없습니다.'이라고 말할 필요가 있다. 만약 일진 논란이 사실이라면, 그녀는 진심으로 사람들 앞에 나서 '죄송합니다.'이라고 사과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평생 자신의 잘못을 등지고 살면서 착하게 살기 위해 노력하는 수밖에 없다. 그게 바로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준 사람들이 짊어져야 하는 십자가다.


 사람을 비난하는 말에 두 가지가 있다고 가르쳐준 사람은 혼다 씨였다.

 나이프의 말, 십자가의 말.

 "이 두 가지가 어떻게 다른지 알아?"

 "말로 설명할 수 없을 뿐, 마음속으로는 이미 알고 있을 거야. 나이프의 말은 가슴에 박히지."

 "예……."

 "당연히 굉장히 아파. 쉽게 일어나지 못하거나 그대로 치명상이 되는 일도 있어. 하지만……."

 그녀는 잠시 말을 끊고 나서 다시 이었다.

 "나이프의 말에서 가장 아플 때는 찔린 순간이야."

 그러나 십자가의 말은 다르다고 했다.

 "십자가의 말은 평생 등에 져야 하는 말이지. 그 말을 등에 진 채 계속 걸어가야 해. 아무리 무거워도 내려놓을 수 없고 발길을 멈출 수도 없어. 걷고 있는 한, 즉 살아 있는 한 계속 그 말을 등에 지고 있어야 하는 거야."

 어느 쪽이 더 낫냐고 묻지는 않았다. 물었다고 해도 대답할 수 없었으리라. 그것은 내가 선택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니까. 그 대신 그녀는 그녀는 이렇게 물었다.

 "어느 쪽이야? 넌 나이프로 찔렸어? 아니면 십자가를 등에 졌어?"

 나는 입을 다문 채 대꾸하지 못했다. 잠시 나를 쳐다보고 나서 그녀가 말했다.

 "그래, 빙고." (p74, 십자가)


책 읽어보기 : <십자가> 나이프의 말, 십자가의 말은 어떻게 다른가?


 이 이야기와 상관없지만, 현재 2014년 12월 가장 뜨거운 인물 중 한 명인 조현아 전 부사장은 진심으로 자신의 잘못을 사과하거나 인정하지 않고 있다. 그래서 그녀는 대중의 용서를 받지 못하고 있고, 조금의 동정도 받지 못하는 거다. 어떤 논란을 해결할 수 있는 건, 논란의 중심에 있는 사람이 제일 먼저 진심을 담아 사실을 밝히는 방법뿐이다. 남소현이 조현아 전 부사정처럼 되지 않기를 바란다.


 그녀가 정말 언니 남양주를 좋아해서 그녀의 길을 따라가고 싶다면, 해야 할 일이 많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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