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정에도 따돌림이 있다? 믿어지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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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얼스토리 눈>, 노인정에도 '집단 따돌림'과 '막걸리 셔틀'이 있다.


 얼마 전에 나는 페이스북의 타임라인을 드래그해서 내려보다 한 페이스북 친구가 공유한 기사에 눈이 우연히 갔다. 그 기사의 제목에는 '막걸리 셔틀 시키는 노인정 어르신, 왕따 문제 심각'이라는 문장이 적혀 있었는데, 도대체 무슨 내용인지 궁금해 그 기사를 클릭해서 읽어보았다.


 그리고 기사에서 읽을 수 있는 내용은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는 내용이었음에도 충격적이었다. 그 기사는 MBC 《리얼스토리 눈》에서 노인정의 문제를 보도한 것을 가지고 짧게 적은 기사였는데, 노인정에서 벌어지는 집단 따돌림은 거짓 학교에서 벌어지는 청소년의 집단 따돌림과 흡사했다.


 노인들은 경제적 능력에 따라 서로 조금씩 차별하고, 외관으로 보기에 조금 초라해 보이면 무시하는 그런 행동을 보여주었다고 한다. 이는 10대 청소년이 다니는 학교와 거의 상황이 비슷했다. 그저 나보다 조금 부족해 보이면, 차별하면서 괴롭히기 시작하는 전형적인 과정이었다.


 보건복지부의 발표로는, 노인이 노인을 학대하는 비율은 34.3%이고,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라고 한다. 그런 일이 벌어지고 있어 《리얼스토리 눈》에서 노인정에서 볼 수 있는 집단 따돌림과 여러 가지 문제를 취재한 것이었는데, 기사를 읽는 내내 어안이 벙벙했다. (한편으로는 기가 막혔다.)


ⓒ리얼스토리 눈


 학교에서도 집단 따돌림이나 보이지 않는 폭력이 존재하는데, 직장이나 성인이 생활하는 사회에서도 당연히 그런 일이 벌어질 수 있다. 어떤 사람은 '그런 일은 철없는 어린아이일 때 하는 짓'이라고 말하지만, 나는 사람이 집단으로 행동하게 되는 곳에서는 여지없이 그런 일이 발생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당연히 노인정에서도 그런 일이 벌어질 수 있다는 사실은 충분히 예측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아마 이런 추론을 부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당장 성인이 생활하는 군대에서도 집단성과 폐쇄성으로 그런 문제가 발생하고, 직장 내에서도 그런 폭력이 발생하는 게 우리의 현실이니까.


 《리얼스토리 눈》에서 보여준 노인정의 집단 따돌림도 마찬가지였다. 노인들의 평소 가치관을 형성한 차별주의는 겉모습과 잠재적인 경제적 능력, 그리고 집단성과 비인격성이 기반이 되어 아무런 죄책감 없이 그런 일을 벌이는 모습이었다. 이는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 전형적인 모습이지 않을까?


 학교 폭력에서 볼 수 있는 따돌림이나 구타 등의 행위는 많은 사람이 문제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정작 그 같은 문제의 가해자가 자신의 아이가 되었을 때, 대체로 많은 부모가 자신의 아이가 일으킨 문제를 인정하려고 하지 않는다. 오히려 피해자를 손가락질하며 '요구가 많다'고 지적을 한다.


 그런 부모가 있는데, 과연 그런 아이는 어떻게 배울까? 그리고 그런 부모는 어떻게 늙어가게 될까? 벌써 그 그림이 머릿속에서 그려지지 않는가? 아이는 부모 밑에서 차별주의와 이기주의를 배우면서 남을 무시하게 되고, 부모는 그렇게 늙어가면서 똑같은 잘못을 주변 사람에게도 반복한다.


 그리고 그런 부모가 노인이 되었을 때, 바로- 노인정에서 볼 수 있는 따돌림이나 보이지 않는 폭력을 행사하는 노인이 되어버린다. 뉴스에 보도되었던 한 경비원 아저씨가 스스로 목숨을 한 그 노인의 경우도 똑같은 경우다. '세 살 버릇이 여든까지 간' 전형적인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어릴 때부터 이루어지는 교육에서 '인간성'과 '철학'이 중요한 이유는 바로 여기에서 찾을 수 있다. 한 번 잘못된 가치 철학이 머릿속에 주입되면, 아이는 좀처럼 쉽게 그것을 고치지 못한다. 그리고 그 아이의 부모도 마찬가지로 특별한 계기가 없는 이상, 그 문제를 똑바로 바라보지 못한다.


 그래서 폭력은 대물림되고, 잘못된 사랑은 폭력적으로 변하게 되고, 사람이 사람을 사람으로 대하지 못하는 크고 작은 악마를 가슴에 품은 사람으로 성장한다. 천종호 판사님의 책 《아니야, 우리가 미안하다》를 읽어보면, 그런 사례를 읽어볼 수 있었다.


학교폭력은 다른 폭력과 같지 않다. 폭력이 발생하는 원인도, 폭력이 진행되는 양상도 일반 폭력사건과 사뭇 다르다. 학생들이 학교폭력을 저지르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하지만 실무를 처리하며 얻은 결론 중 가장 마음을 무겁게 했던 것은 학교폭력이 학교에 적응하지 못한 일부 청소년들에게는 일종의 쾌락 추구 수단이거나 고립감을 해소하기 위한 행동이라는 점이었다. 학교와 학원을 다람쥐 쳇바퀴 돌듯하고 있는 아이들에겐 꿈꿀 시간조차 없다. 성적 경쟁에서 뒤처지거나 적응에 실패한 소년들의 자아존중감이 흔들리는 것은 당연하다. 그 결과 주목받지 못한 아이들은 좌절감과 답답함, 막연한 분노 속에서 비슷한 친구들끼리 어울려 잘못된 돌파구를 찾아서 나선다. 이때 비행성 있는 친구들이라도 만나게 되면 일탈은 시간문제다. 사소한 일탈이 걷잡을 수 없는 폭력으로 발전하고, 폭력을 멈추지 못해 학교라는 공간을 벗어나 비행세계에 깊이 빠져버리는 소년들도 많이 보아왔다.

그런데 더욱 큰 문제는 미성숙한 청소년들의 경우 폭력에 한번 길들여지면 좀처럼 빠져나오기가 어렵다는 사실이다. 폭력은 중독성이 강하다. 권력처럼 폭력을 휘두르며 맛본 모종의 쾌감은 아이들을 학교폭력의 유혹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게 만든다.

(p114_아니야 우리가 미안하다)


 위 이야기만 읽어보더라도 그런 폭력의 심각성을 쉽게 알 수 있다. 부모가 똑바로 역할을 하지 못할 때, 아이는 망가진다. 그리고 아이만 망가지는 게 아니라 부모도 함께 망가진다. 부모는 아이에게 욕심을 가르치고, 부모의 욕심대로 대지 않으면 폭력을 행사한다. 그리고 아이는 더 부모에게 저항하고, 폭력이 끊어지지 않는 최악의 루프가 완성되는 거다.


 노인정에서 볼 수 있었던 그 충격적인 모습은 바로 그런 과정을 거쳐 만들어진 모습이다. 획일주의, 기회주의, 이기주의, 물질주의… 갖다 붙일 수 있는 원인은 많다. 하지만 더 근본적인 원인은 잘못된 교육의 반복이다. 어긋난 가치로 이루어지는 교육은 절대 사람을 사람답게 만들 수 없으니까.


 당연히 그런 일이 벌어질 수 있는 집단이라는 것을 알 수 있는 노인정의 이야기이지만, 그래도 쉽게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이번 일은 충격적인 일이었다. 노인이 노인을 학대를 하고, 과거에 자식을 학대했던 만큼 다시 자식에게 학대를 당하고. 정말이지…, 폭력은 인간사에서 사라질 수 없는 것 같다.


 어쩌면 당연히 평화로워 보이는 우리 주변에도 이렇게 보이지 않는 폭력에 무기력하게 지내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른다. 우리는 모두 보이는 것만 보려고 하는 경향이 있기에 그것을 외면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따뜻한 사람의 수만큼, 무정한 사람과 고통받는 사람도 있다는 것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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