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상회담 기미가요 논란, 비정상회담에 찾아온 첫 번째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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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인기 예능 프로그램 '비정상회담'이 맞닥뜨린 첫 번째 위기, 기미가요 논란


 사람의 인생에서는 내리막길만 있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내리막길이 있으면, 오르막길이 있는 법이고, 그렇게 올라가다 보면 다시 한 번 더 내리막길이 있다. 어릴 적에 책에서 그런 말을 읽었을 때 '그런 게 어디 있어?' 같은 생각을 했었지만, 요즘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그 말을 새삼스럽게 체감하고 있다. 왜냐하면, 블로그도 여러 가지로 올라갈 때가 있으면, 내려갈 때가 있었고, 마냥 내려가기만 하는 게 아니라 다시 올라갔기 때문이다.


 겨우 25년의 인생을 산 내가 할 말은 아니지만, 역시 우리 인생은 사람이 게을러지지 않도록 누군가 일부러 그렇게 만들어 놓은 듯하다. 그러니 사람은 아무리 내가 내리막길을 걷고 있더라도 조금만 더 가면 '오르막길'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지금 우리가 잠시 내리막으로 느껴지는 길은 한 고지를 점령하기 전에 만나는 '깔딱 고개'라고 생각해야 한다. 고지 앞을 두고 숨이 멎을 것처럼 힘든 곳을 우리가 지나고 있는 것이니까.


 갑자기 내가 이런 말을 꺼낸 이유는 다름이 아니라 요즘 우리나라에 외국인 예능 열풍을 일으키고 있는 인기 예능 프로그램 《비정상회담》이 내리막길로 들어서는 위험한 순간에 처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정말 신선한 접근으로 시청자에게 매력을 느끼게 해주었고, 출연진과 게스트의 솔직하면서도 직설적인 토론으로 '이야, 정말 멋지다!' 혹은 '정말 재미있다!' 같은 호평을 샀던 이 프로그램이 한순간에 '폐지'까지 언급이 되는 위기에 처해 있다.


ⓒ비정상회담, 스포츠조선


 앞날이 활짝 열려있을 것만 같았던 《비정상회담》에도 위기가 찾아왔다. 그 위기는 지난주에 방송된 《비정상회담》에서 타쿠야를 대신해 출연했던 다른 일본인 게스트를 맞아 제작진이 그가 입장할 때 '기미가요'를 튼 것이 발단이 되었다. 여기서 말하는 '기미가요'는 일본의 국가에 해당하는 음악으로, 우리나라의 애국가와 같은 국가라고 생각하면 된다. 그런데 문제는 단순히 국가가 아니라 그 '기미가요'가 군국주의 시절 일본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음악이라는 사실이다.


 요즘 많은 사람이 열혈 애국자를 자칭하면서 이런 역사적 문제에 많은 열을 올린다. 어제 소개했던 《그날》이라는 책에서 읽을 수 있었던 것처럼 일본이 과거에 저질렀던 만행은 여전히 사과를 받지 못하고 있다. 한국과 일본은 그래서 이웃 나라이면서도 언제나 갈등을 빚는 관계로 머리 아파하고 있는데, 그 와중에 《비정상회담》에서 때아닌 '기미가요' 논란이 터지면서 일부 사람들 사이에서 '프로그램 폐지'까지 들고 나온 것이다.


 글쎄, 이 부분을 어떻게 생각해야 할까? 제작진의 실수이기는 하지만, 프로그램 폐지까지 이야기하는 건 조금 과한 반응이라고 생각한다. 돌을 맞을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이 부분이 '프로그램 폐지'로 이어지는 것은 반대하고 싶다. 《비정상회담》은 다른 프로그램에서 볼 수 없는, 정말 매력이 많은 프로그램이다. 우리가 언제 이런 프로그램처럼 외국인 게스트들을 모아 놓고, 각 나라의 문화에 대한 이야기만 아니라 한국 문화에 대해 새로운 해석을 들을 수 있겠는가?


 내가 블로그에 작성했었던 《비정상회담이 가지는 예능 그 이상의 의미》이라는 글에서 언급했듯이, 이 프로그램이 가지는 의미는 정말 크다. 그저 사회적 편견과 고집만 크게 우리 사회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이 딱딱한 한국 사회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고 있기 때문이다. 그냥 '하하', '호호' 하면서 웃을 수 있는 게 아니라 조금 더 뼈 있는 내용으로 유익하게 보고 배우면서 웃을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이런 프로그램이 이번 한 번의 실수로 폐지된다는 건 너무 안타깝다.


실시간 반응 트위터, ⓒ다음


 사람들의 의견도 어느 정도 나누어지는 것 같다. 위에서 볼 수 있는 세 개의 트위터 반응 중에서 가장 마지막의 반응을 보면, 역사학계와 정치권에서 언제나 논란이 되는 친일 인사들에 대해서는 사람들이 조용한 것을 지적하고 있다. 나도 이 의견에 동의한다. 문창극을 비롯한 친일 인사가 논란이 될 때에는 일부만 그를 비판하고, 일부는 그를 지지하며 '종북 좌파 세력은 입 다물라.' 같은 소리를 한다. 그런데 왜 이런 예능 프로그램과 연예인에게만 유독 강하게 반응하는 걸까?


 아마 그건 '연예인'이라는 수식어가 가진 특수성이 아닐까 싶다. 정치인은 절대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사람들은 그 사실을 잘 알고 있고, '저놈은 욕해도 다음에 또 나와서 당선돼. 친일 인사면 어때? 박근혜를 잘 모시면 돼지.'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하지만 연예인과 방송 프로그램은 대중의 힘이 더 강하게 작용하고, 쉽게 무너지는 특이성을 가지고 있어 사람들은 조금만 틈이 보이면 자신의 힘을 과시하고 싶은 마냥 열심히 쪼기 시작한다.


 《비정상회담》도 비슷한 방식으로 위기에 처했다. 첫 화에서 타쿠야가 등장할 때에도 이 '기미가요'가 방송을 탔다고 하는데, 지금에 이르러서 이런 논란이 묽어지는 건 정말 안타깝다고 느낄 수밖에 없다. 하물며 '국가'라는 생각에 조금 깊게 생각하지 못한 제작진의 작은 실수도 안타깝다. 정말 중국 네티즌의 '차라리 다른 드라마 OST 같은 것을 썼으면 좋았을 텐데….'이라는 말이 공감 가는 부분이다.



 끝까지 상향 곡선을 그리면서 무섭게 치고 올라갈 것 같았던 《비정상회담》에 찾아온 첫 번째 위기. 과연 JTBC와 《비정상회담》 관계자는 이번 위기를 어떻게 넘길 수 있을까? 개인적으로 제발 '폐지'만은 되지 않았으면 한다. 사람은 누구나 한 번은 실수할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그 실수를 인정하지 않고, 그 실수를 반복하는 일이다. 지금 우리나라에서 볼 수 있는 대통령과 그 측근 인사들의 만행이 진짜 우리가 지적하면서 화를 내며 욕을 퍼부어야 할 일이라는 거다.


 비겁하게 그런 정치와 사회 문제에는 관심을 두지 않으면서 이런 데에만 강하게 목소리를 높이는 건 보기에 좀 그렇다. 《비정상회담》 제작진 측은 이 실수를 인정했는데, 여기서 끝나서는 안 된다. 그들은 오늘 방송될 방송에서 모두 함께 사과하는 모습을 보여주거나, 아니면, 정말 실제 거리에서 "죄송합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습니다." 같은 공식 사과를 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등의 적극성이 필요하다. 그러면, 분명히 사람들의 열이 식을 수 있을 것이다.


(경질이 다가 아니다. 대표와 총 책임자가 직접 나와서 얼굴을 보여주면서 사과를 해야 한다.)


 늘 진심이 담긴, 솔직한 직설로 사람들의 호감을 산 예능 프로그램 《비정상회담》. 그 프로그램이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기 위해서 만난 이 깔딱고개를 잘 넘어서 다시 한 번 더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는 프로그램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비정상이 판치는 이 세상에서, 이 프로그램이 살아남기를 응원한다. 비록 내가 이런 글을 써서 돌을 맞을지도 모르겠지만, 그래도 나는 이 의견을 굽히고 싶지 않다. 이 논란이 정치권의 어떤 문제를 감추는 데에 이용되지 않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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