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상회담이 가지는 예능 그 이상의 의미
- 문화/문화와 방송
- 2014. 10. 14. 07:30
《비정상회담》, 외국인의 시선으로 한국 문화를 볼 수 있는 예능 프로그램
요즘 우리에게 가장 '뜨거운' 예능 프로그램 중 하나는 매일 월요일 밤 11시에 JTBC에서 방송되는 《비정상회담》이라는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은 단순히 토크 예능 프로그램을 넘어서 우리가 멀게 느끼기만 했던 한국에서 생활하는 외국인에 대한 시선과 함께 세계의 다양한 문화를 쉽게 접할 수 있는 아주 멋진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았다. 이미 이 프로그램을 모르는 게 이상할 정도다.
《비정상회담》에서 주인공은 한국 사람이 아니다. 한국에서 생활 중인 10명의 외국인이 바로 그 주인공인데, 매화마다 들을 수 있는 이들의 이야기는 전혀 질리지 않는다. 한국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어떤 논제에 대한 치열한 토론은 신선하기도 했고, 각자 다른 시선으로 어떤 문제를 접근하는 모습이 정말 재미있기도 했다. 늘 보던 시선에서 보는 게 아니기에 이 작품이 크게 인기가 있는 건 아닐까?
예능 프로그램은 예능으로만 보는 게 가장 좋은 일이지만, 나는 이 프로그램에는 예능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냥 단순히 예능 프로그램으로 넘어가기에는 이 프로그램이 우리 사회에 미치는 외부 효과가 정말 크기 때문이다. 아마 나만 아니라 꾸준히 《비정상회담》을 시청하는 사람은 이 프로그램이 주는 그 외부 효과를 통해 큰 도움을 얻고 있지 않을까 싶다.
ⓒ비정상회담
길게 말고 짧게 이야기해보자. 단순한 예능 프로그램인 《비정상회담》이 가지고 있는 예능 그 이상의 의미는 무엇일까? 이 프로그램이 가진 외부 효과는 무엇일까?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겠지만, 내가 가장 대표적으로 말하고 싶은 건 '한국 사회와 한국 문화를 제 3자의 시선에서 좀 더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해주는 점'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한국 사람이 공통적으로 가지는 편견이나 고정관념에 얽매이지 않고, 정말 다양한 각도로 우리나라의 모습을 볼 수 있는 게 이 프로그램 《비정상회담》이 가지고 있는 가장 장점이다.
《비정상회담》에서 다루는 안건은 가벼우면서도 절대 가볍기만 하지 않은 안건이 많다. 자녀 교육 문제부터 시작해서 회식 문화나 취업 문제나 개인 건강 문제 등 다양하다. 이렇게 다양한 이야기를 주제로 이야기를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자국의 문화와 한국의 문화를 비교하는 이야기도 많이 나오고, 그 이야기를 통해 한국 사회에서 고쳐져야 할 점이 쉽게 눈에 보인다.
이건 절대 '남의 문화가 무조건 좋으니 우리 문화를 고쳐야 한다.' 같은 억지 주장이 아니다. 우리 문화에서 수정이 필요한 부분은 고쳐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하고 싶은 거다. 이미 개방적인 시대를 살고 있다고 해도 우리나라에서는 여전히 폐쇄적인 특성이 꽤 많이 남아있다. 얼마 전에 썼던 《다른 것을 부끄러워하는 어른이 이해 안 돼》이라는 글도 그런 특성을 이야기한 글이었다.
그런 특수한 특성 때문에 우리나라에서는 쉽게 어떤 문화가 고쳐지지 않는다. 오히려 오랫동안 세습된 그 문화를 고치려고 하는 사람을 더 이상하게 쳐다 볼 뿐이다. 뭐, 이건 우리나라만이 아니라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다. 어떤 사람이라도, 어떤 조직이라도 마찬가지다. 이때까지 해온 것을 완전히 뒤집어서 시대에 맞게 새로 짜야 한다고 한다면 누가 가만히 있겠는가?
더욱이 그런 과정에서 많은 이익(이해관계)가 움직일 경우에는 더 그 파급 효과가 커질 수밖에 없다. 거미줄처럼 연결되어 있는 우리 대한민국 사회에서는 그런 이유로 어떤 사회 문제가 쉽게 고쳐지지 않고, 사회 문제를 일으키는 잘못된 문화가 쉽게 개선되지 않는다. 그저 '내가 당했으니 너도 당해야 해.' 같은 억지, '다른 사람은 다 하는 데 왜 넌 안 돼?' 같은 고집, '내 밥그릇 건들지 마!' 같은 욕심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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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람은 한국 사람에게 이런 걸 잘 지적하지 못한다. 잘못 지적했다가 상대방이 '버럭' 하며 화를 내면 "아, 죄송합니다." 하면서 고개를 숙여야 하는 사회다. 게다가 가해자가 피해자보다 더 강한 힘을 가지고 있어 어떤 잘못된 제도와 문화 속에서 피해를 입더라도 가해자가 똑바로 처벌되어 문제가 개선되는 일은 사막에서 사금을 찾는 것처럼 아주 희박한 확률이다.
그런데 예능 프로그램 《비정상회담》에서는 그런 이야기가 어떤 제약도 없이 거침없이 나온다. 특히 독설가로 유명한 터키의 에네스가 말하는 이야기는 대체로 일리가 있는 이야기가 많았는데, 한국 사람이 절대 한국 사람에게 쉽게 할 수 없는 이야기다. 또한, 중국의 장위안이 언제나 말하는 소신 발언은 '멋지다' 같은 말이 나올 정도로 확실한 게 많았다. (10월 6일에 방송된 이윤석 편에서도.)
자기 소개서에 붙이는 증명사진은 차별을 부를 수 있다는 점, 한국의 오디션 프로그램에서는 그 사람의 실력만이 아니라 상업성을 같이 보기에 실력이 뛰어난 사람이 아니라 상품 가치가 있는 사람이 선택된다는 점, 지나치게 권하는 한국의 음주 문화가 사회 문제를 유발할 수 있다는 점… 등 일일이 하나하나 다 말하려고 하면 끝이 없을 정도다. 정말 멋진 프로그램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나는 예능 프로그램 《비정상회담》은 예능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말하고 싶다. 단순히 '하하', '호호' 하며 웃고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도 손색이 없지만, 프로그램 내에서 볼 수 있는 '뼈 있는 내용'들은 최고라는 수식어가 전혀 아깝지 않다. 제 3자의 시선에서 보는 한국 사회의 모습과 문화. 이는 정말 재미있고, 아주 발전적인 외부 효과를 가지고 있으니까.
앞으로도 이 프로그램이 꾸준히 유지되면서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또한, 정말로 시청자도 한 번쯤은 초대해서 하는 이벤트를 가진 회가 진행되어 꼭 직접 참여해보고 싶다. 언젠가 그런 날이 올 수 있기를…! 아하하. 《비정상회담》이 국민 예능 프로그램이 되는 그 날까지, 언제나 나는 이 프로그램을 향한 응원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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