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사람들은 <더 테러 라이브>에 열광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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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특선 영화 <더 테러 라이브>에 왜 사람들은 그토록 뜨거웠는가?


 긴 추석 연휴가 끝이 나고, 많은 사람이 일상생활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오늘 이 글이 발행되는 9월 14일은 긴 추석 연휴가 끝이 나고 처음 맞이하는 주말이다. 아직도 명절 증후군에 시달리는 사람은 좀 더 편안한 휴식을 보내기 딱 좋은 주말이다. 하지만 이렇게 연휴가 끝이 나고 잠시 휴식 시간을 가질 수 있는 시기임에도 그러지 못하는 사람이 우리나라에는 있다.


 굳이 '어떤 사람'이라고 특정해서 말하지 않더라도 많은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번 추석 특선 영화 중에서 유독 많은 사람이 몰입하면서 보았고, 추석 특선 영화 방영일 이후에도 다시 한 번 더 언론의 조명을 받았던 《더 테러 라이브》라는 영화를 통해 지금 우리나라가 직면한 불편한 진실을 보고 있는 사람도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많은 추석 특선 영화가 '그때 그 영화가 재밌었지.' 하면서 끝을 맺었다. 이전에 내가 블로그에 소개한 적이 있던 《전국 노래자랑》이라는 영화는 일상의 소소한 부분을 음미해볼 수 있는 영화였다면, 《더 테러 라이브》는 냉혹한 현실을 다시 한 번 더 되돌아볼 수 있도록 해준 영화였다고 말할 수 있다. 그래서 《더 테러 라이브》만큼은 좀 더 특별하게 마무리되며 사람들에게 각인되었다.


ⓒ영화 더 테러라이브


 아마 이건 절대 소수에 해당하는 이야기가 아닐 거다. 지난 추석 연휴 기간 중 9월 9일에 KBS에서 방송되었던 추석 특선 영화 《더 테러 라이브》는 많은 사람이 '소름이 돋는다.' 그렇게 느낄 정도로 대단히 몰입하며 볼 수 있었던 영화라고 생각한다. 나도 마찬가지였다. 페이스북의 한 사람은 "더 테러 라이브는 3번째 보는데도 재미있네. 영화 속 대통령은 현실의 대통령 같음."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바로 거기에 우리가 이 영화 《더 테러 라이브》에 열광한 이유가 있다. 이 영화는 단순한 스릴러 영화가 아니다. 공권력을 향한 불신과 함께 힘없는 시민에게 가혹하기 그지없는 정치권의 힘, 그리고 한 사람을 제물로 삼아 물타기를 시도하며 자신의 위기에서 벗어나려는 더러운 모습을 왜곡 없이 잘 보여준 아주 멋진 영화였다. 그래서 사람들이 그토록 뜨겁게 반응을 한 거다.


 지금 2014년 대한민국이 처해 있는 상황은 영화 《더 테러 라이브》와 다른 게 하나도 없다. 진상규명을 하는 데에 필요한 특별법 제정을 말도 안 된다면서 미루고 있는 정치 세력이 있고, 그 사건을 이용해 자신의 표몰이를 하는 정체 세력이 있고, 자신의 잘못을 감추기 위해서 물타기를 시도하는 정치 세력이 있다. 그리고 거기서 시민은 언제나 영원한 '피해자'로만 남아있다.


 글쎄, 어떤 사람은 이런 말을 하는 나를 가리켜 "세상을 좀 부정적으로 보지 마라. 네가 문제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느냐?"라고 말할지도 모른다. 뭐, 확실히 내게도 문제가 있다. 난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이 일어나는 현실과 타협해서 살아갈 수밖에 없는 약자이니까. 약자이기에 나는 이런 식으로 블로그를 통해 내 생각을 말할 수밖에 없다. 이건 심각한 내 문제점이다.


 그러나 '내가 부족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더라도 이 말을 꼭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말하는 것을 멈추지 말아야 하고, 비판하는 것을 멈추지 말아야 한다. 왜냐하면, 이런 비판을 멈추는 그 순간에 우리는 모두 꼭두각시가 되어버릴 테니까. TV에서 보여주는 왜곡된 사실이 진실이라 믿게 되고, 거짓말이 진실을 뒤덮어 어디에도 진실이 존재하지 않는 '끔찍한 세상'이 되어버릴 테니까.


ⓒ다음 실시간 SNS


 추석 특선 영화 《더 테러 라이브》는 그런 면에서 대단한 의미를 보여주었다. 위에서 볼 수 있는 이미지는 이 영화가 방송되고 나서 인터넷에서 '더 테러 라이브'를 검색했을 때 볼 수 있었던 사람들의 실시간 SNS 반응이다. 대통령이 겨우 그 사과 한마디를 하기 싫어서 많은 시민의 목숨을 빼앗고, 많은 사람이 울분을 토해내게 만들었던 모습이 너무 현실과 흡사했다.


 그리고 일부 사람은 'KBS 편성 담당자~ 연휴 후 부디 무사하시길.'이라는 말을 적을 정도로 언론 왜곡에 힘을 박차고 있는 정부의 칼바람 앞에 살아남기를 바라는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지금도 언론 장악에 대한 도를 넘은 손짓은 현재 진행형이다. 친일을 찬양하는 사람이 KBS의 새로운 이사장이 될 조짐이 있으니 어찌 한숨을 쉬지 않을 수 있을까?


 많은 사람이 이 영화를 보면서 "저 상황이면 대통령이 와야 하는 거 아니야?"라는 의문을 품는다. 그리고 우리가 사는 현실을 돌아보며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지금 똑같은 일이 벌어져도 대통령은 안 올 것 같지?"라는 질문을 하게 되고, "맞아."라고 맞장구를 치게 된다. 어떻게 할 수 없는 현실이 영화 속에서 그대로 볼 수 있어 참 답답하다. 어쩌면 그래서 더 이 영화에 열광했는지도 모르겠다.


 페이스북 친구 중 한 사람은 이 영화가 재미있는 이유를 이렇게 말한다. '하정우가 유독 연기를 잘했음.', '시나리오는 말도 안 되는데 이상하게 현실하고 다를 게 없음.', '1년 전 1년 뒤를 보고 만들었다 해도 무방할 정도로 현 정부와 다를 게 없음.', '마지막 대통령이 기자회견을 국회의사당에서 하는데 하정우가 터트려버린 빌딩이 국회의사당을 짓눌러버림.' 이 네 가지로 말이다.


 나도 보면서 그렇게 생각했다. 영화 속에서 볼 수 있는 하정우의 대사 중에서 "사과만 하면 다 살 수 있는데, 왜 사과를 하지 않는 것이냐!?"라고 화내는 부분에서 공감했고, 마지막에 그가 박노식의 아들 박신우에게 "정말 진심으로 미안하다."라고 말하는 부분에서는 울분이 토해졌고, 그가 누른 마지막 스위치에서는 '결국 선택지는 하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고 해서 이런 테러를 하는 일이 옳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퍼포먼스를 벌이지 않는 한 그 누구도 말을 들어주지 않는 약자의 선택지는 하나밖에 없는 것 같다. 과거 우리나라가 일제 강점기 시절에서 일본에 빼앗긴 권리를 주장하기 위해 헤이그 특사로 파견되었던 사람이 자결한 것처럼, 노동법을 외치며 분신자살을 한 전태일처럼 말이다.


 추석 연휴가 끝이 나고, 이번 주말이 지나가면 사람들은 다시금 아무 일 없다는 듯이 일상으로 돌아갈 것이다. 하지만 그 일상으로 돌아가지 못한 채, 여전히 공권력과 공권력이 만든 왜곡된 정보를 믿으며 사람을 멸시하는 사람의 시선 속에서 싸우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잊어서는 안 된다. 그들은 무관심한 우리를 대신해 진실과 대책을 얻고자 싸우고 있는 것이니까.


 추석 특선 영화 《더 테러 라이브》는 절묘하게 우리나라의 현재와 맞물려 있어 이렇게 사람들을 뜨겁게 한 영화였다. 권위주의에 물든 기성세대와 공권력에 똑바로 역할을 하도록 기대하기 위해서는 '오직' 우리의 적극적인 참여만이 답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앞으로 대한민국은 우리가 만들어가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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