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 이미지 미화 프로그램 《진짜 사나이》가 불편하다
- 문화/문화와 방송
- 2014. 8. 18. 07:30
예능 프로그램 《진짜 사나이》는 진짜 계속 방영되어도 괜찮은 프로그램일까?
최근 우리나라 내에서는 어제오늘내일 이어서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사건이 연이어 보도되고 있다. 2014년 새로운 봄이 시작한 4월경에 볼 수 있었던 세월호 사건부터 시작해서 임 병장의 총기난사 사고나 윤 일병의 군 가혹행위 사망 사건 등 사건이 끊이지 않고 있다.
더욱이 그런 사건은 진실에 제대로 접근도 하지 못한 채, 언제나 겉만 어수선하게 돌다 어영부영 시간만 때우다가 넘아 가는 일이 많다는 것도 기가 찰 노릇이다. 그런 식으로 시간을 보내면서 세월호 사건에 대한 사람들의 기억은 흐릿해지고, 그 특별법마저도 왜곡되고 있으니….
이 세월호 사건은 정치인들의 정치 수단으로 이용되며 이미 많은 사람의 눈 밖으로 나버리고 말았다. 그래도 고독하게 싸움을 하는 세월호 유족과 그들을 지지하는 세력이 여전히 남아있다. 하지만 이미 많은 사람이 '세월호'라는 말에 질려버렸다. 버티기 작전이 통한 거다.
그러나 세월호 사고 이후 연이어 보도된 군대 내에서 일어난 가혹행위와 사망 사건에 대한 이야기는 또 한 번 공분을 일으키며 우리나라를 뒤흔들고 있다. 세월호 사고도 늘 어두운 부분에 눈 감았던 관례가 원인이었는데, 이 군 사고의 어두운 부분도 똑같은 형식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 사이에서는 '어쩔 수 없는 우리 사회의 모습'이라는 생각과 함께 '해결할 수 없는 사회의 모습'이라는 두 개의 시선이 자리 잡고 있지 않을까 싶다. 문제는 심각해서 화를 내며 '똑바로 해라!'고 소리를 치지만, 그들은 여전히 바뀌지 않으니까. 그 사실을 나도 잘 알고 있다.
ⓒ진짜 사나이 (구글 검색)
무엇보다 군대 내에서 발생했던 이런 잔혹한 행위가 버젓이 일어나고, 덮어지고, 사람들의 피눈물을 흐르게 하는 일이 과거형이었던 일이 아니라 현재진행형과 미래형으로 계속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 우리는 주목해야 한다. (여기서 고개를 돌면 말짱 도루묵이다.)
한 방송사의 예능 프로그램 《진짜 사나이》는 그런 부정적인 모습을 덮으려고 하는 꼼수에 지나지 않는다. 군대 내에서 발생하고 있던 이런 모습은 어느 순간 갑자기 생겨난 것이 아니라 오랫동안 꾸준히 이어져 온 것이다. 그게 어느 순간 터진 것에 불과하다.
많은 사람이 그 프로그램을 가리켜 '군 미화 프로그램이다', '저건 새 발의 피다', '겉으로 보이는 것과 속으로 보이는 건 천지 차이다' 등의 비판을 하더라도 군국주의를 숭배하는 사람들은 여전히 그 군 미화 프로그램을 지지하며 군 문화를 찬양하고 있다.
도대체 이게 군국주의를 쫓아 자위대의 권한을 강화하고, 침략적인 의향을 조금씩 보이고 있는 일본의 아베 총리를 지지하는 극우 세력과 무엇이 다르다는 말인가? 저 속에서 힘없는 일반 시민이 피눈물 흘리며 자신에게 손을 내밀어 주지 않는 빌어먹을 세상을 저주하며 죽어가고 있는데 말이다.
우리는 여기서 한 번 생각해보아야 한다. 군대 이미지 미화 예능 프로그램 《진짜 사나이》가 과연 지금부터 계속 방송되어도 되는지를. 저 프로그램 때문에 군대의 불편한 진실을 마주 보지 못하는 사람이 늘어나고, 군대의 폐쇄적인 문화를 좋게 보는 사람이 늘어나는 건 아주 큰 문제다.
ⓒSBS 뉴스
위에서 볼 수 있는 이미지는 임 병장 사고와 윤 일병 사고가 보도된 이후 인터뷰를 한 아저씨의 인터뷰 이미지다. 이 이미지는 많은 사람에게 '날카로운 일침'이라며 호평을 받았는데, 나도 똑같이 생각한다. 정말 아주 적절한 지적이 아닌가? (어떤 의미에서 군대는 '살의'라는 곳을 가르치는 곳은 맞는 것 같다. '표현하지 않아도 속으로 저 녀석을 반드시 죽인다'는 이글거리는 살의를 품게 하는….)
군대에서 참으면 윤 일병이 되는 것이고, 못 참으면 임 병장이 되는 것. 딱 그대로다. 힘없이 당하기만 하면 '의문사'라는 이름표가 붙어 싸늘한 주검이 되어 세상으로 나올 수밖에 없는 곳이 군대라는 폐쇄적인 공간이고, 악을 쓰고 저항을 하면 '또라이'가 되는 곳이 군대라는 곳이니까.
임 병장의 이성을 잃은 채, 심신미약 상태에서 저지른 일이 잘했다고 절대 말할 수는 없을 거다. 하지만 외부로 도움의 손길을 요청해도 도달하지 않는 그 어두운 공간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그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는 점을 우리는 분명히 알아야 한다,
윤 일병의 죽음은 처참했다. 그리고 그의 죽음은 또 한 번의 '의문사'라는 이름표로 악마들의 은밀한 협상 속에서 조용히 마무리될 뻔했었다. 하지만 그의 죽음에 대한 이야기는 세상으로 나왔다. 거기에는 윤 일병 집안의 힘이 크게 작용했다.
인터넷에 '윤 일병 집안'이라고 검색해보면, 그의 집안에 군 법관 출신 변호사와 의사가 있어 이 사건에 대한 진상을 파헤쳐 도달한 것을 언론에 터뜨렸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결국, 그 집안에는 힘이 있었기에 진실을 폭로하는 것이 가능했던 거다.
만약 윤 일병 집안이 아니었다면, 또 한 번 그런 사건은 악마들의 계책 속에서 조용히 사라져버렸을 것이다. 그저 혼자 피눈물을 흘리며 악마들의 소굴 속에서 죽어가야만 했던 안타까운 한 사람의 끔찍한 외마디 비명은 어디에도 도달하지 못한 채 말이다. 그게 우리의 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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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윤 일병 사고 이후 다시 한 번 더 군대에서 자살을 선택해야만 했던 사람과 여전히 지속하고 있는 고문과 가혹 행위가 보도되고 있다. 우리 사회에는 우리의 눈에 보이는 것보다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 더 많은 잔혹한 일이 발생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인터넷에서 어떤 사람의 블로그나 개인 홈페이지에 들어와서 악의적으로 악플을 달아 조롱하거나 모욕하는 행위도 그런 일에 일부분이다. 그들은 절대 자신이 음지에서 들키지 않을 것으로 생각하고, 자기 일에 죄책감도 느끼지 못하기에 그런 일을 반복한다.
그리고 그런 이들이 조금 더 자신보다 약한 사람을 직접 괴롭힐 수 있는 위치에 놓였을 때, 그들은 조금의 주저함도 없이 사람의 가면을 벗어던지고 악마의 모습을 드러낸다. 그게 바로 군대에서 볼 수 있었던 고문과 가혹행위다. (10대부터 시작한 어긋난 가치관이 빚은 폭력의 결과물이다.)
군 방부는 인권 교육을 시행하고, 앞으로 재발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겉치레다. 실질적으로 바뀌는 건 아무것도 없을 거다. 책임도 지지 않을 거다. 그 폐쇄적인 공간에 강제적으로 끌려가서 고문을 받아야 하는 제도가 유지되는 한 절대로 바뀌지 않을 거다.
군대에 있는 남동생에게 전화를 받았을 때 "인권 교육 뭐 받았어?"라고 물어보니 "TV로 동영상 보고, 종이로 뭐 하고 끝났다"고 했다. 이게 진실이다. 겉으로 아무리 해결을 하려는 듯한 모습을 보이더라도 그 악마들은 절대로 바뀌지 않는다. 그들은 뼛속까지 악랄한 악마니까.
한국도 군국주의! ⓒ민중의 소리
그래서 나는 군대 이미지 미화 프로그램 《진짜 사나이》가 불편하다. 차라리 이 프로그램을 군대에서 볼 수 있는 그런 부조리한 모습을 고발하는 프로그램이라면 찬성한다. 하지만 끊임없이 미화하고, 애국심이니 뭐니 하며 지껄이는 모습을 보면 헛웃음만 나온다. 그건 애국심으로 포장한 군국주의를 찬양하는 것에 불과하다.
마치 일본 자위대의 이미지를 미화하며 자위대의 정당성과 폭력의 정당성을 주장하는 그 생각 없는 정신 나간 집단과 무엇이 다른가? 오십보백보다. 군국주의를 미화하는 그런 작은 시도는 절대 일어나서는 안 된다. 일본이든, 한국이든. 애국심으로 포장한 겉포장지는 타지 않는 쓰레기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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