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명량을 보고 나서 한 생각

[영화 리뷰] 아침 조조 영화로 '명량'을 보고 나서…

 지난 토요일 아침에 어머니와 함께 영화 《명량》을 보기 위해서 CGV를 찾았었다. 갑자기 금요일 저녁에 '내일 영화나 보러 가볼까?'는 이야기가 나와 영화를 보자는 이야기가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우리가 익히 잘 알고 있는 이순신 장군의 명량 해전을 그린 영화 《명량》은 확실히 극장가를 점령하고 있었는데, 상영정보를 살펴보니 과반수가 전부 《명량》의 일정이었다. (참, 이러니 관객수가 늘지.)

 페이스북과 인터넷 검색을 통해 읽을 수 있었던 영화 《명량》에 대한 짧은 후기에서는 '초반이 조금 지겹지만, 후반으로 가면 정말 재미있다' 식의 감상평이 많았다. 하지만 난 직접 가서 본 영화 《명량》은 처음부터 몰입해서 볼 수 있었다. 이순신 장군이 고문을 받는 장면부터 시작해 원균이 이끄는 군이 패하고, 다시 이순신 장군이 삼도 수군통제사가 된 그 모습을 보여주며 진지한 분위기 속에서 시작했기 때문이다.

 과거 드라마 《불멸의 이순신》을 1화도 빠뜨리지 않고 챙겨보았기 때문에 '아, 이 부분은 어떤 부분이다.', '이건 드라마와 좀 다르구나.' 등의 생각을 하며 영화 속의 이순신 장군 이야기를 흥미롭게 볼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특히 이순신 장군의 진영 모습만이 아니라 일본 진영의 모습도 영화에 몰입할 수 있게 해준 멋진 완성도가 돋보였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보기 시작한 영화 《명량》은 앞사람의 뒤통수가 눈에 들어온 건 아주 '가끔' 있었고, 대체로 영화 스크린만 눈에 비쳤다. 특히 마지막에 이어지는 전투 장면에서 이순신(최민식)과 구루지마(류승룡)이 전투를 하는 장면과 와키자카(조진웅)와 싸움에서 충파로 배를 격파하는 모습은 가장 절정인 부분이었다. 모든 전투가 끝났을 때 긴장이 풀리며 정말 화장실이 급히 가고 싶어졌었다!

 영화가 끝나고 제4상영관에서 밖으로 나왔을 때 볼 수 있었던 영화관에 온 많은 사람의 모습은 '와, 이렇게 아침부터 영화관을 찾는 사람이 많구나!'라는 감탄을 하게 했다. 스크린 상영관의 거의 절반에 가까운 수가 영화 《명량》으로 잡혀있었지만, 그래도 이렇게 많은 사람이 찾아온 건 놀라웠다. 역시 비가 오는 날 주말 휴일을 보내는 건 영화관에서 보는 영화가 최고인 것 같다. 아하하.

명량, ⓒ노지

 2014년에 처음으로 극장을 찾아본 영화 《명량》은 분명히 극장에서 본 것을 아까워하지 않을 수 있는 작품이었다. 하지만 난 단순히 영화의 내용과 질이 좋았다는 이야기를 하기보다 이 글에서 영화를 보고 나서 한 생각에 대해 짧게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그냥 영화를 보면서 '멋지다'는 말과 함께 일본이 패하는 모습이 '통쾌하다'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이 영화에는 좀 더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영화 《명량》을 보면서 마음에 와 닿았던 대사 몇 가지가 있다. 제일 먼저 이야기하고 싶은 대사는 이순신 장군이 아들 이회에게 말하는 "장수의 의리는 충이다. 충은 백성을 향한 것이니라. 백성이 있어야 나라가 있고, 나라가 있어야 군주가 있다."라는 대사고, 또 하나는 명량 해전이 끝난 후 격군들이 말한 "후손들은 나중에 알까? 우리가 이렇게 개고생해서 나라를 지켰다는 것을…."라는 대사였다.

 이 두 대사가 내 마음에 와 닿았던 건 지금 우리가 사는 2014년 한국의 모습을 날카롭게 지적할 수 있는 대사였기 때문이다. '충은 군주가 아니라 백성을 향한 것이어야 하고, 백성이 있어야 나라가 있는 것이다.' 이 대사는 지금 많은 국가가 헌법에 적어놓은 '국가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다'는 말과 일맥상통하는 말이다. 무릇 나라를 향한 마음가짐과 민주주의는 이것을 기본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2014년 대한민국의 모습은 어떤가? 아니, 2014년 만이 아니라 과거 군 독재 시절부터 시작해 민주주의를 꽃피웠던 10년 이후 다시 시작한 친일 기득권을 등에 업은 세력이 나라의 주요 관직에 앉아있는 지금은 도저히 그 말을 이해할 수 없다. 그들에게는 '백성이 있어야 나라가 있는 것이다.'라는 논리가 아니라 '나라가 있어야 백성(국민)이 있는 것이다.'라는 논리로 제멋대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얼마 전에 미국의 전 하원의원이 박근혜 대통령에게 보낸 편지가 화제가 된 적이 있었다. 그 편지에는 현 정부가 벌이는 자유를 파괴할 자유에 대해 날카로운 비판을 담은 내용이 적혀있었다. 이는 철저히 우리나라가 얼마나 국민을 우습게 여기는지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단지 대통령과 정부가 그것을 인정하지 않으려고만 하고 있을 뿐이다. 많은 사람이 지금 우리나라는 '엉망'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지난 16년간 한미 관계를 도모했던 미국의 전 하원의원으로서, 또 미국의 한인 커뮤니티와 깊은 연대를 맺고 있는 사람으로서 지금 한국 정부의 비민주적인 방침이 걱정스럽습니다. 지금 한국 정부가 보이고 있는 모습은 과거 한국을 지키려 했던 미국 군인의 희생을 가치 없게 만드는 일입니다.

… (중략)

또한 현재 한국 정부의 또 다른 행위를 볼 때, 박근혜 대통령이 민주주의에 대한 의무를 조금이라도 느끼시는 건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정권과 대척되는 다른 당을 불법화하려는 조치, 국정원을 정치적으로 이용한 것, 그런 국정원에 대한 조사를 방해한 각료들, 현 정권의 정책을 반대하는 모든 사람을 비애국자로 몰아버리는 행동, 일반 시민들을 겨냥한 불법적인 감시, 현 정권의 방침을 질타하는 사람들을 냉전시대 때나 이용하던 어구로 공격하는 행동, 그리고 소셜미디어를 포함한 공무적인 자원을 이용해 선거를 조정하는 행위 등 입니다.

(출처)

 아직도 우리나라의 현 모습을 똑바로 보지 못한 채, 꿈을 꾸고 있는 사람이라면… 제발 현실을 똑바로 보라고 말하고 싶다. 현실이 장밋빛인 것 같은가? 전혀 그렇지 않다. 이순신 장군이 과거에 말했을 '백성이 있어야 나라가 있고, 나라가 있어야 군주가 있다.'라는 말. '국가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다.'라는 헌법. 과연 우리나라는 그 말을 적용할 수 있으며, 헌법이 철저히 지켜지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점점 더 국민 개인에 대한 자유 침해가 커지고 있는 이 시점에서 과연 우리나라는 민주주의가 똑바로 자리 잡은 나라라고 말할 수 있겠으며, 과연 국민에게 주권이 있는 민주주의 국가라고 말할 수 있을까? 과거 백성을 먼저 생각하며 나라를 지키기 위해 애쓴 이순신 장군에게 당당히 지금 이 나라의 후손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난 모르겠다.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지금 우리나라는 한 심각한 갈림길에 서 있다. 한쪽은 과거 독재 시절로 돌아가는 길이고, 한쪽은 다시 친일 세력이 힘을 잃어버렸던 10년처럼 다시 민주주의의 꽃을 피우기 위해 앞으로 나가는 길이다. 이 두 개의 길 중 어느 것을 당신은 선택하고 싶은가? 이건 내가 선택하라고 말할 수 있는 선택지가 아니다. 개인 스스로 선택해야만 하는 선택지다.

ⓒ영화 명량

 조선 시대에 이순신 장군이 없었다면, 조선의 과거를 가지고 있는 나라가 아니라 일본의 과거를 가지고 있는 나라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지난 일제강점기 시절에 독립을 위해 제 목숨 아끼지 않고 일제와 친일파에 맞선 김구와 안중근을 비롯한 독립투사가 없었다면 이미 제2의 일본이 되었을 수도 있다. 어쩌면 지금 일어나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처럼 분쟁국으로 남아있었을지도 모른다.

 웃기는, 말도 안 되는 소설이라고 생각한다면 큰 착각이다. 우리나라는 지금도 그 위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금 나라에서 활개를 치며 떵떵거리고 사는 건 과거 일본에 붙어 일반 시민의 고혈을 짜낸 친일 세력들이다. 그 친일 세력은 권력을 등에 업은 채 군 독재 시절을 거치며 거대한 괴물이 되어버렸다. 우리 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괴물 말이다.

 과연 이 모습을 보면 과거 우리나라를 지키기 위해 피눈물 흘리며 싸운 조상은 어떻게 생각할까? 손뼉을 치며 기뻐할 리가 난무하다. 나라를 어찌 그런 놈들에게 줄 수 있느냐며 불같이 화를 낼 거다. 그러나 어쩔 수가 없다. 어제 이야기한 것처럼 시민은 정의가 아니라 오직 이익으로 움직일 뿐이다. 그 이익 추구가 지금의 나라를 만들었으니 어찌 부정할 수 있겠는가? (나도 그랬을테니까.)

 오랜 세월 동안 많은 사람의 희생으로 지켜온 이 한반도를 북과 남으로 나누어 다른 국가를 세웠고, 한 국가는 중국의 애완견이 되어 있고… 한 국가는 미국의 시다바리와 일본의 그림자로 남아있다. 이게 현실이다. 난 영화 《명량》을 통해 볼 수 있었던 나라를 지키기 위해 그렇게 애쓴 이순신 장군의 모습을 보며 안타까운 현실의 모습을 보았다. 그리고 상상했다. '차라리 저 때 일본에 패해 조선이 아니라 일본이었다면, 지금은 어떤 나라였을까?' 하고….

 누군가는 돌을 던질지도 모르겠지만, 정말 그 상상을 해보았다. 아마 역사는 아주 크게 바뀌었을 것이고, 지금의 우리가 이렇게 한글을 쓰는 날이 없었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하니 지금 이 대한민국이라는 이름을 가진 나라가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알게 된다. 그런 것을 나는 영화 《명량》을 보고 나서 생각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게 영화 《명량》에 담긴 또 하나의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그냥 단순히 영화를 재미있게 보면 될 것을, 왜 이런 식으로 이야기하느냐고 말할지도 모르겠다. 글쎄…, 나도 잘 모르겠다. 항상 어떤 영화를 보고 나면 이렇게 우리 사회와 빗대어 '지금 우리 사회는 어떤가?'는 이야기를 나도 모르게 하게 되어버린다. 그래도 그냥 보는 것보다 이렇게 좀 더 많은 각도로 영화를 바라보는 게 더 재미있는 감상이 아니겠는가?

 아직 영화 《명량》을 보지 않았다면, 꼭 극장을 찾아 한 번 보기를 바란다. 그리고 과거 이순신 장군이 많은 백성과 함께 치열하게 싸웠던 그 모습을 보며, 대사 하나하나의 의미를 곱씹으며 한 번 지금 우리가 사는 2014년 대한민국의 모습을 엿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단순히 보는 것도 상관없지만, 그래도 그렇게 보는 게 더 좋은 영화 감상이 아닐까…? 선택은 당신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