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건물 균열 지적 여고생에 '명예훼손 괘씸죄'라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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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시대착오적 권위주의에 물든 기성세대의 행동은 언제 바뀌나?


 얼마 전에 인터넷에서 정말 어이가 없다는 말이 저절로 나오는 한 기사를 읽게 되었다. 지금도 많은 사람이 이 사건을 대처하는 학교의 교장 선생님과 교감 선생님의 행동에 대해 어처구니가 없다면서 비판을 하고 있는데, 그 사건의 자초지종을 간단히 말하자면 다음과 같다.


 한 학교의 여고생이 다니던 학교 건물에 여기저기 크고 작은 금이 가고 있었는데, 학교에서 그대로 내버려두자 그 사진을 찍어서 SNS에 올렸다. 학교는 인터넷에 그 사진을 올린 게시자를 찾아 명예훼손으로 신고하고자 고소를 했다고 한다.


 그 게시자가 교내 학생인 것이 밝혀지고, 학교가 교내 학생을 고소했다는 사실이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해당 학교의 교장 선생님과 교감 선생님은 고소를 취하했지만, 그들이 그 여학생에게 학교 내에서 징계 처분을 내릴 것이라고 말해 많은 비판을 받고 있는 사건이다.


ⓒ오마이뉴스 박정호


 이 글을 읽은 사람은 어떤 식으로 이 사건을 받아들일지 모르겠지만, 나는 정말 '교육자'라는 이름표를 가진 어른의 행동이 어이가 없어서 밀이 나오지 않는다. 더 가관인 건 그 두 선생님이 인터뷰에서 한 내용이었다. 아래에서 기사의 인용문을 살펴보자.


"오늘 중으로 (고소 취하) 협의를 할 건데, 교장으로서 기분 나쁘고 섭섭한 게, 학생 문제를 경찰에서 다룬다고 해서 이렇게 찾아왔잖아요. 학생도 학내 문제에 대해서 불만이 있으면 나한테 와서 얘기하면 될 거 아니에요. 왜 인터넷에 띄워요? 그건 누워서 침뱉기예요... 이렇게 찾아 오시니까 할 수 없이 내가 고소 취하는 하지만, 사실은 별로 고소 취하하고 싶지 않아요. 괘씸해서."

"학생에 대한 고소 취하는 하지만 학교 선도위원회에서 징계하겠다"

[출처]


 괘씸해서 고소를 취하하기도 싫었다, 그 괘씸함 때문에 교내 징계처리를 할 것이다… 참 웃기지도 않는 소리다. 학교에 다니면서 배우고 있는 학생들에게도 어른은 이런 말도 안 되는 태도로 내부 고발을 부정적으로 가르치니, 이 나라에서 어떻게 진실과 타당함이 자리 잡을 수 있겠는가.


 지금 우리나라에서 벌어지는 여러 사건을 두루두루 살펴보라. 모든 사건이 하나부터 열까지 안부터 썩어들어가고 있었기에 나타난 사건들이다. 세월호 사건도 내부에서 윗선들의 '쉿쉿'하는 태도와 잘못을 지적하는 사원들에 대한 협박이 있었고, 군대 가혹행위 사건도 마찬가지였다.


 게다가 지금 갑작스럽게 터지는 싱크홀 문제도 그런 비판을 피해갈 수 없는 사건 중 하나다. 이렇게 내부에서 고이기만 해서 물이 썩고만 있는데, 윗선들은 '조용히 해! 이건 먹을 수 있는 1급 청정수야!'라며 거짓말을 부추기고 있으니 이 사회가 나아질 리가 없는 거다.


 많은 사람이 학교는 개방적인 공간이라고 하지만, 학교는 그렇게 개방적인 곳이 아니다. 학교에서 벌어지는 갖가지 문제는 '학교 외부 이미지'라는 명목으로 드러나지 못한 채 묵살되거나 피해자 혹은 내부 고발자를 협박해 조용히 넘어가는 일이 다반사다.


 이번 여고생이 내부 고발로 교내 징계가 이루어질 것이라는 한 모습은 우리 사회의 그런 잘못된 모습을 여실히 보여주는 예라고 생각한다. 어찌 교육자가 '괘씸해서 고소를 취하하기도 싫었었다. 하지만 당신들이 오니 어쩔 수가 없다. 그래서 교내 처벌을 할 것이다'고 말할 수 있는가?



 이 세상에서 가장 어리석은 잘못은 실패에서 배우지 못하는 것이라고 한다. 우리나라는 이미 많은 실패를 했고, 그 실패를 통해 수많은 목숨이 잃는 것을 직접 겪었다. 그럼에도 그 잘못을 고치기는커녕, "조용히 해! 이건 실패가 아니야!"라고 눈 가리고 아웅 하고 있는 거다.


 하하하. 그냥 웃자. 어이가 없어서 웃고, 이 나라의 바보 같은 행동에 두 손 두 발 다 들 수밖에 없어서 그냥 포기한 채 웃자. 이 나라에서 잘못을 지적하는 일은 언제나 사회에서 '내부 고발자는 응징해야 한다'는 비난을 피하지 못하고, 괘씸죄로 처벌하려는 이 사회에서 무엇을 기대하는가.


 학교 건물에 금이 가도 지금 무너지지 않으니 괜찮다, 무리한 개조로 배의 기능을 잃어가도 지금 가라앉지 않으니 괜찮다, 가혹행위로 사람이 죽어도 바깥으로 알려지지 않으면 괜찮다, 새 수익 모델 사업으로 땅이 꺼져도 모른 체하면 괜찮다… 언제나 괜찮다, 괜찮다! 우리는 안 괜찮다!


 작은 사회라고 말할 수 있는 학교에서도 괘씸죄라는 명목으로 처벌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 모습이 참 안타깝다. 과연 언제 이 나라와 사회는 잘못과 실패를 마주하여 더 나은 방향으로 고칠 수 있을까? 불통을 고집하는 대통령과 정부처럼, 그냥 이대로 멈춰만 있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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