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은 우리의 자랑스러운 문화가 아닙니다.
- 시사/사회와 정치
- 2014. 9. 10. 07:30
서열, 세력, 권력… 이런 건 절대 자랑스러운 문화가 될 수 없습니다.
얼마 전에 '야구부 고교생이 폭행당해 인생을 망쳤다며 가해 선배와 감독을 고소했다'는 내용의 기사를 우연히 읽어보게 되었다. 그 기사를 읽으면서 '정말 우리나라는 이 잘못된 선·후배 문화와 권위주의 문화를 고치지 않으면, 미래는 없겠구나!' 하고 생각했다. 정말 비극이 따로 없었다.
보통 선후배 문화가 좋은 문화라고 말하는 이유는 서로에게 도움을 주면서 상호 발전을 할 수 있는 멘토와 멘티의 관계가 될 수 있다는 점에 있다. 하지만 한국에서 이 선후배 문화는 심하게 변질하여 시키는 자와 당하는 자, 가해자와 피해자로 나누어지는 게 기정사실이다.
이런 문화의 악습은 끊이지 않고 이어지면서 많은 사회 문제를 일으킨다. 피해 학생이 가해 학생이 되는 이유도 여기에서 찾을 수 있고, 우리 군대에서 일어난 가혹 행위도 여기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거의 모든 폭력의 '정당화'는 이 잘못된 습관이 그 원인이 된다고 생각한다.
영화 일대일, ⓒ구글
여기서 한 번 생각해보자. 도대체 얼마나 심하길래 그런 문화에 '악(悪)'이라는 수식어를 붙일 수 있는 것인 지를 말이다. 조금만 주변을 둘러보거나 조금만 관심을 가지고 '사회' 문제의 기사를 찾아 읽어보면 이런 문화로 발생한 많은 사회 문제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작년에도, 아니, 올해에도 대학생이 입학해서 신입생과 재학생의 OT, MT 등의 겉으로 좋은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작은 일정 속에서 많은 문제가 발생했었다. 재학생이 서열을 나누면서 신입생보다 자신이 위이니 군기를 잡는다며 직·간접적인 폭행을 했던 거다.
더 가관인 건 누구 하나 그런 일이 잘못이라는 것을 시인하지 않았다. '우리도 당했던 대대로 내려오는 문화다.'라며 자신이 잘못을 정당화하기 바빴다. 더욱이 이 사고로 사망한 사람을 정신적으로 모자랐다며 매도를 하는 일도 서슴지 않았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학교 폭력 피해자를 대하는 모습이다.
사람이 죽어도 눈 하나 꿈쩍하지 않고, '나는 잘못이 없다.'라고 말하는 건 집단으로 움직이면서 그 책임성이 옅어진 것에 원인이 있다. '전에도 그랬으니 이번에도 그랬다'며 악습을 되풀이하며 돌이킬 수 없는 잘못을 저지르는 이들을 우리는 도대체 어떻게 받아들여야만 할까?
우리가 익히 아는 학교 폭력에는 어른들의 잘못된 문화가 그대로 주입되어 있다. 서열, 세력, 권력 등 그런 가치관 속에서 윗사람은 아랫사람을 함부로 해도 된다, 내가 너보다 나이도 많고 힘도 세니까 넌 시키는 대로 해야 한다 등의 잘못된 그 문화가 철저히 인성을 망가뜨리고 있다.
그런데 이 문제가 고쳐지지 않는 건 어른들이 잘못을 바로잡으려고 하지 않기 때문이다. 어른들도 그런 삶을 살고 있다 보니 '그게 사회생활이다. 어떻게 하겠는가? 그렇게 살아야지.' 하며 이 문제를 고치려는 작은 의지조차 갖고 있지 못하다. (그저 거기에 순응해 지켜보기만 할 뿐이다. 가만히.)
권위주의 문화 속에서 굴복해서 살아가기 때문에 개인의 자유는 보장받지 못하고, 최소한의 도리를 요구하는 목소리에도 부정적으로 바라보기만 하고, 남보다 자신의 이익이 더 중요하기에 거짓말을 일삼는 정치인을 뽑는다. 즉, 이런 문화가 한국 사회를 좀먹고 있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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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히 일부 서열을 나누어 체계적으로 관리하며 일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은 좋은 거다. 선·후배가 함께 피드백을 받으면서 발전할 수 있는 문화는 좋은 거다. 《비정상회담》에 출연한 외국인들도 모두 한국의 그런 문화 덕분에 도움을 받았고, 한국이 성장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나치게 '경쟁과 성장'을 강요하다 보니 그 사이에서 있어야만 하는 최소한의 인간적 도리가 너무 옅어졌다. 사람의 행동에 대한 책임이 불분명해지면서 잘못을 되풀이하고, 그 악습에서 볼 수 있는 폭력에 사람이 죽더라도 '나만 그랬나?' 하며 잘못을 뉘우치지 못한다.
이런 식으로 일부분 좋다고 말할 수 있는 문화가 긍정적인 효과보다 부정적인 효과가 너무 크게 우리 사회에서 영향을 미치며 사회 문제를 만들고 있다. 학교 폭력, 군 가혹행위, 서열주의, 사회 폭력, 권위주의 등 모든 문제가 바로 여기에서 출발해 사람의 '인격'을 깎아내리는 거다.
우리는 반성해야 한다. 이런 권위주의적 문화를 좋아하면서 '군대 가야 사람 된다'고 말하는 사람들, '한 번쯤 그런 일을 당해봐야 한다'며 어린아이를 해병대 캠프에 보내는 사람들, '그게 사회생활이다'라며 눈감아버리는 사람들… 모두 가슴 깊이 반성해야만 한다.
그리고 다시는 이런 잘못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고쳐나가야 한다. 지금 당장 고칠 수 없더라도 절대 이 잘못을 '어쩔 수 없다'며 방관자로 가만히 있으면 안 된다. 우리가 그렇게 가만히 있을수록 힘을 가진 사람은 더욱 우리를 함부로 하기 마련이다.
아무리 좋은 문화와 제도를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을 악용'한다면 철저히 사람을 망가뜨릴 수 있다. 어쩌면 지금 우리 사회가 좀처럼 중요한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 것도 '이 문화의 어두운 면'이 강하게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모두가 방관자를 택했을 때, 이미 그건 방관자가 아니라 가해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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