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시 다이노스 찰리 욕설에 대한 비난이 너무 지나치다
- 시사/사회와 정치
- 2014. 8. 5. 07:30
외국인 선수 찰리가 흥분해 한 욕설 실수에 대한 큰 비난, 그 정도로 큰 일인가?
지난주 일요일 인천 문학 야구장에서 펼쳐진 SK와 NC의 시합에서 NC의 에이스로 자리매김을 하고 있는 외국인 투수 찰리가 퇴장을 당하는 일이 벌어졌다. 이 일과 관련해 인터넷에서는 삽시간에 '찰리 퇴장'과 '찰리 욕'이라는 검색어가 실시간 검색어로 오를 정도로 큰 논란이 빚어졌다.
엔시 다이노스의 팬으로 꾸준히 집에서 TV를 통해 시합을 보며 응원을 하는 나도 당연히 집에서 TV로 보고 있었다. 8월 3일 일요일 당시 인천 문학 야구장은 거센 비가 내리고 있어 '노게임 선언이 나오겠구나'고 생각해 《런닝맨》을 보다 간간이 채널을 돌리는 형식으로 야구를 봤었다.
그런데 채널을 돌렸을 때 엔시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선취점을 따고, 위기에 몰렸는데 비가 와서 그런가 싶었지만, 이유는 다른 곳에 있었다. 캐스터가 말하는 '찰리 퇴장'이라는 단어는 순간 내 귀를 의심하게 했고, 리플레이 영상을 통해 찰리의 행동은 입이 쩍 벌어지는 행동이었다.
찰리는 지난해 신생팀으로 힘든 출발을 했던 엔시가 무너지지 않도록 버텨준 아주 고마운 대들보 같은 존재였다. 그는 팀과 빠르게 융화되어 팀원과 친하게 지냈으며, 인성도 좋은 편이라 많은 야구 팬으로부터 '정말 대단한 선수다'는 칭찬을 받는 선수였다. (노히트 노런도 기록함.)
찰리 쉬렉, ⓒ세계일보(구글 검색)
그 찰리가 퇴장을 당한 것이다. 엔시의 팬으로서 정말 충격적인 일이 아닐 수가 없었다. 리플레이 영상만 보건대 확실히 지나치게 찰리가 흥분해 욕설을 내뱉는 모습을 보며 '아, 저 정도면 퇴장당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심판도 함께 흥분해 바로 퇴장을 내리는 모습이 좀 그랬다. (엔시의 팬이라 어쩔 수가 없다.)
그러나 문제는 여기에 있지 않았다. 인터넷에서 볼 수 있는 리플레이 동영상에는 찰리를 욕하는 댓글이 셀 수 없을 정도로 달리기 시작했고, 그동안 엔시 다이노스의 어떤 흠을 잡지 못해 난리를 치던 기자와 타 팀 팬들은 신나서 깎아내리기 시작한 것이다.
글쎄, 내가 엔시의 팬이라 그렇게 받아들인 것일 수도 있지만, 난 그렇게 생각한다. 엔시는 작년 신생팀이라는 것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올 시즌 정말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특히 다른 팀은 외국인 선수가 시즌 중 바뀌었지만, 엔시의 외국인 선수는 꾸준히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런데 그 외국인 투수 3인방 중 한 명인, 그것도 정말 에이스라는 수식어가 아깝지 않은 찰리가 그런 일을 겪으니 신이 나서 찰리를 깎아내리는 데에 여념이 없다. 뭐, 찰리의 행동이 분명히 지나치기는 했지만, 찰리의 그 행동이 이렇게 크게 비난받을 용서할 수 없는 행동이라고 난 생각하지 않는다.
어제 아침에 읽었던 찰리를 비난하는 스포츠 기사에서는 너무 노골적으로 '한국에서 뛰는 외국인 주제에 너무 설쳤다'는 그런 비난적인 의미를 담고 있었다. 마치 그동안 우리 한국 선수가 해외에서 당한 것을 되갚아 주려는 듯이 인격적이 못하다며 열심히 헐뜯으며 통쾌해하고 있는 듯했다.
참, 말도 안 되는 말을 시끄럽게 주절거리는 댓글과 기사를 읽으면서 난 쓴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우리나라 선수 이대호도 작년에 일본 심판의 판정에 강하게 항의하며 손가락으로 두 눈을 가리키며 항의하다 퇴장을 당했었고, 추신수도 심판의 판정에 강하게 항의하다 경고를 받았던 적이 있다.
그때 그들의 시합을 보며 '화가 났던 감정'을 국내에서 뛰는 외국인 선수에게 푸는 건 옳지 못한 일이다. 마치 우리나라 내에서 일어나는 외국인 차별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으면서 우리가 외국에서 받는 차별에 대해 있는 말 없는 말까지 하며 화를 내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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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선수가 시합을 하다 보면 민감하게 반응할 수도 있는 거다. 더욱이 스포츠 선수가 승리에 대한 집착이 없다면, 과연 그 선수를 스포츠맨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 언제나 부처님처럼 시합만 할 수가 없다. 이는 '스포츠'만이 아니라 우리 사회생활도 마찬가지가 아닌가?
이번 실수를 계기로 찰리는 어쩔 수 없이 징계를 받았지만, 한 선수를 지나치게 모독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집착이 없는 사람은 이 세상에 아무도 없고. 특히 승과 패가 갈리는 시합에서 '에이스'라는 이름을 등에 지고 있는 중요한 선수는 더 강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찰리는 팀의 연패와 강한 비가 내리는 악조건 속에서 역투하던 상황이었다. 그 순간에 찰리도 분명히 욕심이 강해 순간적으로 이성을 잃어버렸을 거다. 그는 한국 심판을 인격적으로 무시한 것이 아니다. 퇴장 판정에 어이가 없어 쓴웃음을 지으며 신경질을 낸 것에 불과하다. (우리가 평소에 어떤 일에 욕을 하며 내는 신경질과 똑같은 거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어떤 기자는 정의 명예 존중을 찾아볼 수 없었다며 신랄하게 비판하고 있으니 같은 한국 사람으로 창피할 정도다. 그렇게 정의 명예 존중을 강요하면서 어찌 지금 우리 눈앞에 닥친 사회 문제에 대해서는 정의 명예 존중을 외치지 않는가?
흥분했던 찰리가 내뱉은 욕설과 부적절한 행동은 이미 엎어진 물이다. 여기에 대해 내가 특정 상황이었으니 처벌을 약하게 해야 한다고 말할 수 없다. 그러나 이 일을 지나치게 과대 해석해 비판이 아니라 악의가 담긴 비난을 하는 건 절대 옳지 못한 일이라고 분명히 말하고 싶다.
부디 엔시 다이노스와 찰리가 그 순간을 빠르게 잊어버리고, 다시 본래의 모습을 찾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무분별한 비난을 하는 사람들도 멈출 수 있기를 바란다. 한 나라의 국격과 시민의 품위는 바로 우리가 아무 생각 없이 하는 행동에서 나오는 것임을 알아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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