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미친 걸까? 아니면, 내가 미친 걸까?
- 시사/사회와 정치
- 2014. 8. 1. 07:30
우리가 사는 세상이 미친 걸까, 아니면 부정적으로 보는 우리가 미친 걸까?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은 도저히 제대로 돌아가는 세상인 것 같지가 않다. 어릴 때부터 도덕 교과서를 통해 배운 사람은 먼저 생각하는 배려는커녕, 사람의 목숨을 소중하게 여기는 그 당연한 도리도 볼 수가 없다. 지금 다른 나라에서 일어나고 있는 가자지구를 둘러싼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분쟁이 그렇고, 우리나라에서 일어나고 있는 세월호 사고 이후 분쟁이 그렇다.
가자지구를 둘러싼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분쟁에서 숨진 많은 사람에 대한 이야기는 뒤로하고, 먼저 지금 우리가 코앞에 직면하고 있는 세월호 사고 이후 절차부터 좀 더 자세히 이야기를 해보자. 다른 사람은 어떻게 보고 있을지 모르겠지만, 내가 보기에는 문제 본질에 접근하지 못한 채 그저 주변만 돌아다니는 것처럼 보인다.
지금 세월호 사건 해결을 위해 가장 필요한 건 특별법이다. 그런데 이 특별법의 취지를 자칭 보수 세력이라며 애국을 자청하는 깡패 같은 사람들이 왜곡시키고 있고, 정당한 특별법을 통해 책임의 분명한 요지 파악과 처벌을 요구하는 유가족을 비롯한 국민의 요구는 철저히 무시되고 있다. 오직 이 특별법은 정치적 수단으로만 이용되고 있을 뿐이다.
게다가 유병언 사망 사고를 비롯해 다른 이슈로 고개를 돌리면서 세월호 참사 문제의 본질을 흐리고 있다. 내가 생각하는 세월호 문제의 책임 주체는 해당 기업의 검은돈으로 결탁 관계를 맺고 있던 정부 관리 인사다. 그리고 총체적으로 부실한 낙하산 인사를 고집한 정부의 잘못인데… 그 잘못을 오직 유병언 일가에 모조리 집어 씌워 마무리를 지으려고 하고 있다.
이건 어떻게 보더라도 지금 당장 책임을 지지 않고 넘어가서 다른 시끄러운 소란을 일으켜 이 사건을 지켜보고 있는 시민의 눈을 돌리려고 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 다른 사람은 또 어떻게 이야기할지 모르겠지만, 내 생각은 이렇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이 또 버젓이 일어나는 건 똑바로 문제를 직시하지 못하는 바보 같은 시민도 많기 때문이다.
ⓒ오마이뉴스
나와 의견이 같지 않다고 해서 다른 사람을 '바보'라고 표현하는 건 옳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도대체 이 정부와 정부 인사의 잘못된 행동을 두 눈으로 직접 보고 있어도 그 정부와 정부 인사를 지지하는 사람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제대로 문제를 직시하고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다면, 내가 '바보 같은'이라는 말을 사용하지도 않았을 거다.
지난 지방선거 기간 동안 다 바꾸겠다고 입을 놀리던 의원은 선거 기간이 끝나자마자 시민을 향해 '가만히 있으라'고 손가락질을 하고, 180도 바뀌기는커녕 오히려 더 악랄하게 우리 시민을 기만하고 있다. 그럼에도 그 사람을 지지하고 있는 시민을 '바보'라는 이름을 붙이지 않는다면, 도대체 어떤 이름을 붙여야 한다는 말인가?
내 생각에 지금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은 미쳐도 단단히 미친 것 같다. 사람이 돈과 권력에 미치게 되면, 얼마나 그 사람이 악랄해질 수 있는지 충분히 알고 있다. 가진 자와 가지지 못한 자의 차이는 우리가 10대 시절 다녔던 학교부터 시작해 우리가 사회 생활을 하는 지금 이 순간까지도 많은 갈등을 일으키며 가지지 못한 자를 비참하게 하고 있으니까 말이다.
세월호 특별법을 요구하는 유가족과 유가족을 지지하는 시민은 유가족이 특별한 혜택을 입는 것을 바라기 때문이 아니다. 그저 유가족이 최소한 사람답게 살 수 있는 보장을 받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 절대 '교통사고'라고 말할 수 없는 '정부의 낙하산 인사와 검은돈으로 얼룩진 시스템' 속에서 발생한 인재의 분명한 원인 파악과 관계자 처벌, 후속조치에 대한 필요성 때문이다.
그런데 이 진짜 목적을 자칭 보수이자 애국자라고 말하는 멍청한 집단은 특별 입학이나 의사자 등 논란을 일으키며 목적을 흐리게 하고 있고, 현 정부 대통령과 여당 인사는 계속 논지를 흐리면서 차일피일 미루기만 하고 있다. 시간이 지나면 시민들이 더는 여기에 관심을 가지지 않게 되리라는 것을 잘 알고 있기에 버티는 작전을 고집하고 있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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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가 막혀도 이렇게 기가 막힐 수가 없다. 도대체 이 세상을 어떻게 미치지 않은, 정상적인 세상이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 대통령이라는 자가 선거 기간 전에 눈물을 흘리며 사과를 해놓고, 선거가 끝나자 의료 민영화 절차를 밟고 있는 대통령의 행동에서 그 눈물을 의심하게 한다. 앞에서는 눈물을 흘리면서 뒤에서는 칼을 갈고 있는 그 모습이 섬뜩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더 기가 막히는 건, 더 단단히 미친 건 그런 대통령을 지지하는 시민들의 모습이다. 이번에 기초수금을 받은 많은 노인층도 '사기당한 것 같다'는 말을 하지만, 또 한 번 선거가 치러진다면 분명히 또 똑같은 일을 되풀이할 것이다. 평범한 동물도 어떤 반복적인 행동 패턴을 통해 잘못을 고칠 수 있는데, 어찌 더 깊이 생각할 수 있는 사람이 그런 잘못을 고치지 못하는 것인지….
우리나라에서는 돈과 권력을 가진 자가 어떤 일에 책임을 지는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아마 시민들이 똑바로 서지 않는 한, 앞으로도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거다. 많은 학살을 저지른 전두환이 그렇게 멀쩡히 사는 것처럼, 4대강을 엉망으로 만든 이명박이 멀쩡히 사는 것처럼… 늘 그 가진 자의 횡포에 눈물을 흘리며 통곡하는 건 우리가 될 것이다.
이 일은 과거형이 아니라 현재진행형이다. 세월호 사고로 이 나라가 얼마나 심각하게 부패하여있는지 여실히 드러났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 문제에 대한 본질은 잊힌 채 '세월호 사고'라는 카드를 이용한 정치계의 공방만 어이 지고 있을 뿐이다. 비가 오더라도 거리를 걸으며 책임을 촉구하는 시민에는 전혀 눈길을 주지 않고 있으니 어찌 세상이 미치지 않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누군가는 내가 너무 세상을 부정적으로 본다고 말할지도 모른다. 지난 글에서 몇 번이나 말했었지만, 나는 내가 세상을 부정적으로 보는 것보다 세상이 너무 부정적인 거라고 말하고 싶다. 세상이 미친 거지, 내가 미친 것이 아니다. 이 말도 안 되는 톱니바퀴가 맞물려 돌아가는 세상이 어찌 정상이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
…절대 아니다. 다른 사람은 어떻게 생각할지 몰라도 나는 절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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