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 폭력 사건 기사를 읽을 때마다 내게 화가 나
- 시사/사회와 정치
- 2014. 7. 30. 07:30
우리 사회에 만연한 부부 폭력 사건이 남일 같지 않아 화가 나는 이유
얼마 전에 인터넷에서 한 이름 있는 연예인 부부의 폭력 사건 기사를 읽으며 참 씁쓸한 기분을 느껴야만 했다. 그 기사에 첨부되었던 그 폭행 당시의 현장을 담은 CCTV 영상의 자료는 단순히 기사를 읽는 사람에게도 '어떻게 저런 사람 같지도 않은 놈이 있지!'라며 화가 치밀어 오르게 했다.
평소 평화로운 가정에서 지낸 사람들은 '저런 사람은 인간도 아니다. 어떻게 저런 사람이 있을 수가 있느냐?'며 말하며 깜짝 놀랐을 거다. 하지만 어렸을 때부터 저런 장면을 내 두 눈으로 보고, 내 몸으로 경험했던 나는 깜짝 놀라기는커녕 한순간에 치솟은 분노로 주먹을 쥐기만 했다.
그 기사에 포함된 CCTV에서 볼 수 있는 이미지와 폭행을 당한 사람의 진술은 정말 어떻게 부부로 살았는지 의문을 들게 하는데, 저 강도보다 더 심한 폭행을 어머니가 아버지로부터 당하는 모습을 이 두 눈으로 똑똑히 보았었다. 수 년의 세월이 지난 지금도 그때 들었던 어머니의 비명이 머릿속에서 선명하게 떠오른다.
어릴 적 셀 수 없을 정도로 반복된 그런 경험은 내가 큰 트라우마가 되어버렸고, 학교 폭력을 당해야만 했던 시절에는 집과 학교가 정말 지옥 같았다. 그저 매일 눈을 감고 잠을 청하며 '내일은 제발 세상이 멸망해있기를….'라고 비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비참한 일상이었다.
모든 부모님은 명심해야 한다. 부부간의 그 다툼은 당사자 간에도 씻을 수 없는 상처와 트라우마가 되겠지만, 그 밑에서 직접 눈으로 보고 몸으로 겪은 아이들은 정말 끔찍한 상처 속에서 한평생을 살아가야 한다는 사실을 말이다………. 게다가 2차, 3차 피해로 아이에게 폭력이 가해지는 경우가 빈번히 발생한다.
부부 폭력, ⓒ구글 검색
여기서 나는 조금 내가 살아온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어떤 사람은 어떻게 그런 이야기를 이렇게 공개적으로 말할 수 있느냐고 놀라기도 하고, 거짓말로 의심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건 부부 폭력 사건을 이야기하기 위한 가장 좋은 예이고, 절대 거짓말이 아니라는 사실을 미리 밝혀둔다.
나는 어릴 때부터 여러 폭력을 두 눈으로 직접 보면서, 하나뿐인 몸뚱어리로 직접 경험하며 자랐다. 내가 인간불신을 가지게 된 것도, 사람에 대한 알 수 없는 두려움을 가지게 된 것도 그런 경험이 크게 작용했다. 얼마 전까지도 꾸준히 우울증 치료를 받고 있었으니까.
지금의 내 몸을 구성하는 이 증오를 비롯한 각종 검은 감정은 모두 그 시절에 형성된 것이다. 초등학교 때의 일은 잘 기억하지 못하지만, 집에 있었던 아버지가 어머니의 목을 조르며 칼로 협박하는 장면 하나만큼은 아직도 뚜렷이 머릿속에서 기억하고 있다.
그리고 집에서 빈번히 벌어진 아버지가 어머니를 폭행하는 장면은 그저 울면서 제대로 말리지 못했던 과거의 나에 대한 분노도 줄어들지 않았다. 고등학교 시절에는 옷도 입지 않은 어머니를 화장실에서 아버지가 마구잡이로 폭행하는 일이 있기도 했다.
한때 나는 경찰에 신고해서 이 폭력 사태를 막는 것만이 아니라 잠정적으로 일어날 우리 가족 내에서 폭력의 원인을 완전히 제거하고자 했다. 하지만 막상 경찰이 왔을 때 어머니는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고, 나도 당시에는 마음에 품었던 만큼 용기가 없어 제대로 끝을 보지 못했었다.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이가 갈린다. 이번에 인터넷에 뜬 부부 폭력 사건 기사에서 과거의 내가 떠올라 화가 날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때 좀 더 적극적으로 대처했었더라면, 그런 끔찍한 연결고리가 지금까지 이어지지 않았을 테니까. 그래서 기사를 읽다가 나도 모르게 입술을 깨물며 '빌어먹을'이라는 말을 중얼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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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사는 사회에서는 이런 일은 절대 드문 예가 아니다. 그저 뉴스에 기사로 바로 실리지 않거나 법적인 과정을 밟지 못하는 사람이 그저 폭력이라는 어두운 그림자 속에서 어쩔 수 없이 당하고만 있기에 세상 밖으로 드러나지 않는다고 말할 수 있다.
과거에 내가 법을 공부할 때 선생님에게서 들을 수 있었던 어떤 판례는 정말 가관이었다. 한 아버지가 아이들 앞에서 아내를 주먹으로 폭행하는 것도 모자라 아이들 앞에서 아내를 강간까지 했고, 아내가 도망치자 그 아버지는 중학생 딸까지 강간하며 늘 폭행을 했다고 한다.
정말 인간이라고 말할 수 없는, 동물이라고 말할 수도 없는 그런 최저의 생물이 우리가 사는 세상에 함께 숨 쉬고 있다는 생각을 하니 온몸에 소름이 돋는다. 그렇지 않은가? 어찌 그런 말도 안 되는 방식으로 사는 사람이 이렇게 버젓이 살 수 있었는지 이 머리로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
그런 인간말종이 처벌을 제대로 받지 않는 건 신고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 사람이 있고, 신고하더라도 제대로 해결되지 않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내가 경찰에 신고했을 때에는 나 이외에 아무도 내가 신고했다는 사실을 몰랐었다. 만약 아버지가 알았다면 나는 지금 멀쩡히 살 수 있었을까?
그리고 여전히 우리 사회에서 많은 부모 세대가 옛날 가치관에 사로잡혀 '이혼을 하면 모양새가 좋지 않으니 어쩔 수 없다.'며 살거나 일방적으로 폭력을 행사하는 가해자로부터 보복을 두려워해 문제 해결을 위한 과정을 밟지 못하는 예가 상당히 많다. 우리 집도 그렇다.
나는 어머니께 아버지가 협의 이혼을 안 해주시니 제발 빨리 재판상 이혼이라도 하라고 자주 말한다. 그러나 어머니께서는 '이번에는 꼭 해야겠다.'라고 말씀만 하실 뿐, 좀처럼 강한 절차를 밟지 않으신다. 보복에 대한 두려움을 비롯한 여러 상황 때문에 행동으로 옮기지 못하는 것 같다.
이 재판상 이혼은 부부 사이에서만 소송을 제기해야 하는 제도라 그 부부의 자식이라도 하더라도 신청할 수 있는 권한이 없다. 지금은 별거 중이라 큰 충돌은 없지만, 여전히 아버지가 어머니에게 평생 떠넘긴 부채는 정말 심각하게 여전히 우리 가족의 발목을 잡고 있다.
이런 가정이 우리나라에서 적지 않을 거다. 지금 당장 폭행이 일어나고 있는 것도 아니라 법적인 제재를 가할 수 있는 수단도 없고, 재판상 이혼은 법적으로 부부 관계를 맺고 있는 당사자가 해야만 해서 어떻게 할 수가 없다. 이런 슬픈 가정은 한국, 아니, 전 세계가 품고 있는 비극이다.
도대체 우리 집은 언제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이 이야기를 길게 하다 보니 정말 주체할 수 없는 긴 한숨만이 나온다. 부정하고 싶지만, 받아들여야만 하는 이 짜증 나는 현실이 너무 괴롭다. 좋은 기억이 있었을지도 모르지만, 어두운 그림자는 그 옅은 빛을 먹어버린지 오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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