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가 성장하면 우리는 정말로 행복해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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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가 성장하면 행복해진다는 건 꿈 속의 이야기가 아닐까


 잘 먹고 잘살고 싶다. 이건 누구 할 것 없이, 어느 국가 할 것 없이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모두 가슴에 품고 있는 하나의 바람이다. 세계 경제가 위기에 빠지면 우리는 '경제 위기에서 벗어나 경제 성장을 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우는 사람을 대표로 지지하고, 새로운 경제 성과를 가져올 수 있는 주장을 하는 경제학자를 지지한다.


 하지만 그들을 믿고 그들을 지지해주었음에도 그들이 하는 행동은 경제성장은커녕 오히려 빈곤층으로부터 악착같이 피를 빨아대는 행동뿐이었다. 그들이 말하는 경제성장은 빈곤층이 먹고 살만해지는 게 아니라 부도 위기를 맞은 기업이 빈곤층의 희생을 발판으로 삼아 다시 이익을 낼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는 우리나라에 한정되는 게 아니라 전 세계가 그렇다. 우리나라에서는 이명박 정부 시절 4대강 사업이 그 대표적인 예 중 하나였고, 지금도 계속되는 부동산 거품 떠받치기는 이 일환에 속한다. 경제가 성장하면 우리가 행복해질 수 있다는 말은 가당치도 않다. 그저 있는 사람들이 그 돈을 지키면서 더 가질 수 있도록 해주는 방법일 뿐이다.


 기업이 살아야 경제가 산다는 원칙은 분명히 맞다. 하지만 지금 친재벌 위주로 돌아가는 경제 체제는 빈곤층이 죽어야 부유층이 산다는 원칙이 오히려 더 타당성이 있지 않을까? 지금의 경제가 돌아가는 모습을 보면 그렇게 해석할 수밖에 없다. 뭐, 여기에 부정적인 사람이 있을 수도 있다. 그러면, 한 번 질문해보자. 경제가 성장하면 우리는 정말로 행복해질 수 있을까?


경제가 성장하면 우리는 정말로 행복해질까, ⓒ노지


 그 질문에 대한 답을 하기에 나는 경제학을 제대로 공부하지 않았기에 명확히 답하기가 어렵다. 하지만 위에서 볼 수 있는 책 《경제가 성장하면 우리는 정말로 행복해질까》는 그 질문을 아예 책의 제목으로 사용하면서 질문에 대한 명확한 답을 우리에게 이야기해주고 있다.


 그동안 허울 좋은 이름표로 치장된 경제 성장이라는 그 녀석이 무엇을 품고 있는지를 책을 통해 자세히 읽을 수 있었다. 책을 읽는 데에는 꽤 어렵다는 느낌을 받았고, 뜨거운 여름의 기운이 물씬 느껴지는 오후 시간 대에 책을 읽을 때에는 졸기도 했었다. 그래도 관심이 가는 이야기가 많아 소제목과 꼭지를 보고 부분적으로 관심이 있는 부분을 위주로 흥미롭게 책을 읽을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이 책은 내가 과거 읽었던 《중산층이라는 착각》이라는 책만큼, 아니, 오히려 그 이상으로 날카롭게 우리가 직면하는 경제와 사회 문제에 대해 지적하고 있다. 아마 그저 경제 성장이 좋은 것으로 생각한 나와 같은 서민 계층은 '경제 성장이라는 이름 아래 이렇게 우리에게 짐을 부과하고 있었어?'라며 놀라기도 하고, '그래도 신자유주의 속에서 어쩔 수 없다'며 답답함을 느끼기도 할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책 《경제가 성장하면 우리는 행복해질 수 있을까》는 앞에서 말했던 대로 우리가 좋아하는 경제 성장이 무엇을 희생으로 하고 있는지, 경제 성장이라는 목표로 행해지는 정책이 누구를 위해서 누구를 희생시키고 있는지를 특히 자세히 읽어볼 수 있다. 이게 이 책의 강점이자 내가 다른 사람에게 이 책을 추천해주고 싶은 이유다.


성장이 아니라, 성장이라는 이름으로 행해지는 것들이 문제


성장 종식의 필요성에 대한 언급은 늘 반대에 부딪힌다. 그렇게 하면 빈곤층은 영원히 궁핍에서 헤어나지 못할 거라는 게 그 이유다. 빈곤층의 복지가 경제 성장 여하에 달려 있다는 주장은 역설적이게도 주로 개발 전문가와 경제학자, 금융업자, 기업주 그리고 자기 집 식탁에 음식을 올리는 데 아무 문제가 없는 사람들에게서 나온다. 그러나 빈곤층이 자신들의 의견을 말할 때면, 이들은 자신들이 발붙이고 살아가며 생계를 의지하는 토지와 물에 대한 확고한 권리를 더 자주 언급한다. 그들은 최저 임금을 보장해 주는 괜찮은 일자리를 원한다. 그들은 자식들을 위한 의료 제도와 교육을 원한다. 모든 것이 돈과 연관되는 세상에서 그들 역시 이렇게 말할지 모른다. "우리에겐 돈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그들이 "우리는 경제 성장을 해야 합니다."라고 말하는 경우는 있다고 해도 드물다.

급속한 경제 팽창 시기에는 빈곤층의 궁핍이 더욱 증가하는 반면, 경제 침체기에는 오히려 더 나은 생계를 유지하는 경우를 우리는 아주 흔히 볼 수 있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즉 경제 팽창을 지지하는 정책이 대개 노동으로 근근이 먹고 사는 사람들을 희생시켜 소득과 자산을 돈 있는 사람들에게로 이동시키기 때문이다. 성장 자체가 필연적으로 가난을 불러오지 않지만, <성장의 이름으로 추진되는 정책>은 종종 가난을 야기한다. (p66)



 경제와 사회 문제에 대해 많은 관심을 두고 있는 사람에게 이 책 《경제가 성장하면 우리는 정말로 행복해질까》가 좀 더 어려 방향으로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는 문제를 해석하는 데에 도움을 줄 것으로 생각한다. 책의 소제목 꼭지 중에서 좀 더 흥미가 가는 부분을 먼저 읽어보며 읽는다면, 분명히 이 두꺼운 책을 졸음과 싸우면서도 읽으면서 결과를 손에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가장 추천하고 싶은 몇 가지 부분은 '부자 나라의 부담을 빈곤 국가에 떠넘기기', '성장이 아니라, 성장이라는 이름으로 행해지는 것들이 문제', '세금 낼 능력이 넘치는 사람들의 세금을, 세금 낼 형편도 못 되는 사람들에게 부담시키는', '국가의 독재보다 훨씬 교묘한 시장의 독재' 등의 부분이다. 그중 세금에 대한 이야기를 옮겨보면 다음과 같다.


세금 낼 능력이 넘치는 사람들의 세금을,

세금 낼 형편도 못 되는 사람들에게 부담시키는


글로벌 경제 체제는 표준 미달의 임금을 지불하며 생산에 박차를 가하는 노동 착취 공장에 외주를 주어 생산을 맡기는 대가로, 원시림을 깡그리 밀어버린 대가로, 수십만 명의 근로자를 해고하는 노동력 절감 방안을 도입한 대가로, 수십만 명의 근로자를 해고하는 노동력 절감 방안을 도입한 대가로, 유독성 폐기물을 내다버린 대가로, 그리고 인간의 이해관계보다 기업의 이해관계를 우선하는 정치적 의제를 설정한 대가로 기업과 그 임원들에게 관대한 수익과 그에 따른 여러 혜택을 안겨주어 그들의 수고에 보답한다. 이 경제 체제는 그 결정이 야기하는 피해로부터 그러한 조치를 취한 자들을 보호한다. 그리고 그 피해로 인한 비용은 주로 사회의 힘없는 구성원들, 즉 직장에서 쫓겨나 더 이상 일자리를 찾지 못하는 근로자들, 그리고 그들 대신에 그 자리로 들어갔으나 가족을 부양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임금을 받고 일하는 근로자들, 숲이 헐려 살던 집이 없어져버린 사람들, 유독성 쓰레기 더미 옆에서 거주하는 빈곤층, 그리고 고지서를 받아들고 세금을 내는 납세자들에게로 돌아간다.

비용과 수익의 연결 고리를 끊어버린 결과로, 세계에서 가장 유력한 정책 결정자들은 자신들이 내린 결정으로 새로운 이익이 창조되고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는 사실상 새로운 이익이 생겨나는 것이 아니라, 이 지구의 이용 가능한 부를 나머지 사람들과 지구를 희생시키는 대가로 자기 자신들에게 조금이라도 더 많이 이익이 옮겨가게 하는 행위일 뿐이다. (p184)


 책 《경제가 성장하면 우리는 행복해질 수 있을까》는 처음부터 끝까지 부정적으로 비판만을 하는 책이 아니다. 제4부까지는 우리가 사는 세계의 경제가 어떤 식으로 변화되어오고, 어떤 식으로 추진되어오고, 어떤 식으로 우리에게서 권리를 빼앗아 갔는지를 이야기한다. 그리고 그 이후 빼앗긴 권리를 되찾기 위해 나아가야 할 방향과 저항 방법, 앞으로 우리가 어떤 과제를 해결해야 하는지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이 책을 읽는다면… 그저 경제가 성장하면 우리도 잘살 수 있다고 말하거나, 혹은 경제 성장을 미끼로 던져 서민을 유혹하는 가짜 정치인 밥버러지들을 똑바로 바라볼 수 있는 안목을 지닐 수 있을 거다. 이 책은 그 판단력을 키우는 데에 큰 역할을 해줄 수 있는 책이다.


 그저 지금의 정치인과 기업인은 무조건 성공한 사람이고, 그 정책에 반대하는 사람은 종북 좌빨이라고 가르치는 우리나라에서 꼭 한 번쯤 읽어야 하는 책이 아닐까. 어쩌면 지금 이런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이 책을 만나게 된 건 더 나은 시대를 향한 갈망을 더 깊어지게 하는 필연적인 만남일지도 모른다.


 마지막으로 이 책과 관련해서 추천하고 싶은 몇 가지 책을 소개한 글의 링크를 남긴다.


[문화 이야기/독서와 기록] - 자본주의, 쉬지 않고 일하는데 나는 왜 이렇게 살기 힘든가

[문화 이야기/독서와 기록] - 미친 부동산의 거대한 빚더미에 발목 잡힌 대한민국

[문화 이야기/독서와 기록] - 두 명만 모여도 꼭 나오는 경제 질문

[문화 이야기/독서와 기록] - 대한민국 양극화 쇼크에 관한 불편한 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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