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가르치는 요즘 엄마의 사는 이야기
- 일상/사는 이야기
- 2014. 3. 23. 07:30
더이상 아이에게 강요하지 않고, 아이와 같은 시선에서 서는 요즘 엄마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교육에 관해 이야기하고자 하면 끝이 없을 것이다. 워낙 교육 현장에서 많은 문제가 터지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안이 마련되기도 하지만 단기적으로 결과가 빠르게 나오지 않아 일회성으로 그치는 일이 적잖기 때문이다. 아마 지금 이 글을 읽는 사람 중 학교에 아이를 보내는 부모님, 혹은 학교에 다니는 학생이 있다면 이런 일에 많은 공감을 하지 않을까 싶다.
요즘 뉴스에 보도되는 10대의 잔인한 범죄를 접하고 있노라면, 도대체 우리나라에 미래가 없는 것 같다는 처절한 기분이 들 때도 있다. 도대체 저런 식으로 가르침을 받아 자란 아이들이 나중에 우리 사회구성원이 되어 제대로 역할을 하리라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뭐, 누군가는 조금 분노를 느낄지도 모르겠지만, '말세다'는 말로 표현될 수 없는 10대의 범죄는 그런 생각을 하기에 부족함이 없다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은가?
그러나 나는 이 비참한 상황 속에서도 우리는 교육에 대해 희망을 품어도 된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비록 단기적으로 결과를 보지 못하더라도 느리지만, 천천히 우리 교육은 세대가 뒤로 갈수록 조금씩 변화의 싹을 틔우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지금 이 글을 읽거나 쓰는 나와 같은 세대는 앞세대의 철학이 만든 부작용을 충분히 경험했고, 다는 아니지만 적잖은 사람이 이전과 다른 교육관으로 아이 교육에 접근하고 있는 모습을 점점 더 많이 볼 수 있다. 이게 바로 그 긍정적인 신호라고 생각한다.
얼마 전에 늘 먹던 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있을 때, 우연히 옆 테이블에 앉아 밥을 먹는 사람들에게서 들을 수 있는 이야기는 이랬다.
그 가족은 해외 유학을 가는 아이와 마지막으로 함께 밥을 먹으려 온 듯했다. 아이의 엄마는 "혼자 해외에 가서 잘 할 수 있겠느냐?"고 걱정스러운 시선으로 아이에게 물어보았는데, 아이는 "당연히 괜찮다."고 말하며 자신있어 했다. 그 말을 듣던 옆에 있던 아이의 아빠는 "잘할 수 있을 거다. 앞으로 시대는 창조성이 중요한 시대다. 바깥에서 자유롭게 하는 공부는 분명히 네게 많은 도움이 될거다. 사람은 더 넓은 세계를 경험해야 하고, 어릴 때부터 이것저것 하고 싶은 건 다 해봐야 해. 이번 기회를 잘 살려라." … (이하생략)
해외로 아이를 유학 보내는 게 뭐가 나아진 모습이냐고 의문을 가질 수도 있다. 과거 우리나라에서는 어린 나이에 영어 공부를 위한 이유로 해외 유학을 보내 아이가 너무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야만 했던 부작용을 겪는 사례가 많았기 때문이다. 이 일은 지금도 지속하고 있는데, 뉴스를 통해 종종 유학 사기를 당한 사람들의 사례나 해외에서 생활하다 국내로 돌아온 아이가 적응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 사례를 종종 들을 수 있다.
그러나 위 이야기에서 들을 수 있었던 해외유학의 이유는 '영어공부'를 위한 한 가지 목표가 아니었다. 영어 공부가 핵심이 아닌, 좀 더 넓은 세계에서 많은 경험을 하는 것이 목표였다. 비록 여전히 한국에서는 일제식 암기 수업이 만연하고 있어 그 해결책을 해외에서 찾을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 조금 안타깝지만, 과거에 좁기만 했던 사고방식에서 벗어나 넓은 세계를 경험할 필요성을 아는 부모가 늘어난 건 두 손 들고 반길 일이라고 생각한다.
게다가 우리나라 내에서도 '태봉고등학교' 같은 대표적인 대안학교의 대안교육이 사람들의 관심을 받으면서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앞으로 '국제고등학교'가 아니라 '태봉고등학교' 같은 새로운 교육을 추구하는 학교가 더 많은 사람에게 인기를 얻을 것으로 생각한다. '태봉고등학교'는 정말 좋은 사례를 보여주고 있으며, 학교의 졸업식도 언론이 취재할 정도로 보통 학교와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거기에는 돈으로 포장한 것이 아닌, 진짜 사람의 진실성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자세한 건 구글 검색을 통해 알아보기를 바란다.)
태봉고, ⓒ연합뉴스
또 다른 사람의 이야기에서는 과거 일방통행식 수직적 관계에서 벗어나 아이와 수평적 관계를 통해 대화를 나누는 부모가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을 엿볼 수 있었다. 그 이야기를 적기에는 조금 난해한 부분이 있어 따로 옮기지는 않겠다. 그 이야기의 주인공 두 엄마가 나눈 이야기는 '어떻게 아이와 좀 더 좋은 관계를 유지하면서 아이를 가르칠 수 있을까?'에 대한 이야기였다.
옛날에는 아이의 가르침을 위해 폭력을 쓰거나 조금 감정적으로 치우쳐 일방통행식으로 버럭 하는 부모가 많았다. 아마 아이의 입에서 '나 같은 애는 맞아야 정신을 차려요.'라는 말이 나오는 사례만큼 참 씁쓸한 사례는 없을 거다. 과거 대학에서 들을 수 있었던 체벌 금지에 대한 이야기에서 한 대학생이 체벌에 대해 그렇게 말했는데, 우리가 그동안 얼마나 '체벌'에 대해 잘못 생각하고 있었는지 잘 보여준 사례라고 생각한다.
많은 사람이 이 이야기에 공감하리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요즘 부모는 그런 식으로 아이를 가르치려고 하기보다 조금 더 유연한 자세로 아이를 가르치는 방법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 그 노력에서 발견한 것이 아이와 어릴 때부터 대화를 주고받으면서 '수직적 관계'가 아니라 '수평적 관계'를 형성하는 방법이었다. 어릴 때 아이와 일기기에 댓글을 쓰며(댓글일기) 이야기하는 습관을 들인다든가, 서로 화가 나는 일이 있으면 편지를 써서 주고받는다던가, 먼저 아이의 입장에서 생각한다던가… 등 여러 가지로 말이다.
부모와 아이의 대화, ⓒ미즈타운
요즘 우리 도서 시장에는 교육과 관련해 많은 책이 출간되고 있다. 특히 엄마의 똑똑한 육아 방법이나 좋은 부모가 되기 위해서는 어떤 기술을 가져야 하는지에 대해 이야기하는 책이 많다. 좋은 부모가 되고 싶은 사람이 그런 책을 읽으면서 공부를 하고, 책에서 말하는 방법으로 실천을 통해 좀 더 아이와 부모 자신을 위한 교육 지침을 세우고자 하는 건 분명히 좋은 일이다.
그러나 난 그런 책이 꼭 해답이 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런 책에서 말하는 것에서 분명히 정말 좋아 보여 당장 실천에 옮기고 싶은 사례도 있겠지만, 현실적으로 우리가 겪은 경험과 처한 상황이 일치하지 않을 때가 많다. 그럴 때에는 어떻게 해서라도 강제적으로 그런 환경을 만들어 실천하려고 하기보다 지금 자신의 환경에 맞는 방법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 그게 진짜 좋은 방안이라고 생각한다.
거기에는 딱 한 가지만 주의하면 된다. 무엇보다 부모가 아이를 존중해야만 한다는 거다. 내가 낳은 자식이라고 해서 내 마음대로 해도 된다는 생각은 가장 잘못된 사고방식 중 하나다. 아이와 눈을 맞춰 대화하지 않는 부모는 절대 수평적인 관계를 만들 수도 없고, 아이와 대화를 나눌 수 있는 부모도 될 수 없다. 그런 부모가 아이와 갈등을 빚게 되면, 부모는 고래고래 고함만 지르고 아이는 방문을 닫고 방에 틀어박히는 거다.
그러니 부모가 먼저 아이의 의견을 존중하고, 아이의 말을 귀담아들을 수 있는 배려의 자세를 가져야 한다. 부모가 먼저 감정적으로 나서게 되면, 아이는 겉으로는 멀쩡해 보여도 속으로는 큰 상처를 입는다. 그래서 나이가 먹을수록 부모와 이야기하는 시간이 줄어들고, 방문을 닫고 혼자 컴퓨터에 매진하거나 바깥에서 친구들하고만 이야기하게 된다는 사실을 알아주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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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우리 한국의 교육은 가야 할 길이 너무 멀기만 하다. 아이의 미래를 결정할지도 모를 교육 시스템으로 실험하는 사람도 있고, 아이를 하나의 수익모델로 생각해 비인간적인 대우를 하는 사람도 있고, 성적으로만 아이를 평가하며 차별적인 사랑과 관심을 주는 사람도 있고, 자신의 꿈을 억지로 맡기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난 믿는다. 우리 주변에서 점점 늘어나는 바뀌기 위해 노력하는, 기존 교육 방식에서 벗어나 새로운 교육 방식으로 아이에게 현실을 즐길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주고자 하는 사람이 있다. 누구보다도 이 글을 쓰는 나도, 이 글을 읽는 독자도 좀 더 나은 방안을 고민하고 찾고 있다. 비록 지금은 흔들리는 약한 새싹이지만, 분명히 결실을 보아 수확할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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