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 농구를 하던 한 중학생의 사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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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구를 잘하고 싶은데, 할 시간이 별로 없어요.


 요즘 날이 상당히 따뜻해지면서 야외 활동을 하는 사람을 자주 볼 수 있다. 나도 점tla 시간이 되었을 때에는 가까운 공원에 혼자 농구공을 들고 가 농구 골대에서 농구를 즐기고는 한다. 아직 발목이 다 낫지 않아 혼자 많은 운동을 할 수 없어 20분가량 혼자 슛만 쏘다 벤치에 광합성을 하는 게 일상이다. 이렇게 점심시간에 따사로운 봄 햇볕을 쬐고 있으면, 이런저런 사람의 이야기도 들을 수 있고, 도시락을 싸오거나 소풍을 오는 유치원 아이들도 만날 수 있다. 지금 글을 쓰며 생각해도 참 좋은 시간인 것 같다.


 그날도 그랬다. 늘 먹던 식당에서 혼자 밥을 먹고, 가까운 공원의 농구 골대를 마주하고 있는 벤치에 앉아 광합성을 할 생각으로 그곳으로 갔었는데, 농구 골대에서는 이미 한 중학교 남학생이 혼자 농구를 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그냥 이어폰을 끼고 햇볕을 쬐며 혼자 열심히 드리블 연습과 슛연습을 하는 모습을 보다 "형도 슛 한 번만 해봐도 될까?"라고 말을 걸며 작은 시간 동안 함께 농구를 즐겼다.


 역시 함께 무언가를 하면서 이야기를 나눌 때는 공감대가 잘 형성되어서 쉽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할 수 있었다. 짧은 대화를 통해 그 아이가 얼마나 농구를 좋아하는지 잘 알 수 있었는데, 농구 이야기만이 아니라 요즘 중학교에서 볼 수 있는 흔한 풍경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다. 뭐, 좋은 이야기라면 좋겠지만, 조금 우리가 생각해보아야 할 이야기도 있었다. 나눴던 이야기를 짧게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평소에도 농구 좋아하냐?"

"네. 처음에는 농구가 뭔지도 몰랐어요. 처음에는 축구공인줄 알고 샀었는데, 알고보니 농구공이더라고요. (검은 농구공이었음.) 그래서 농구를 하게 되었는데, 재밌더라고요."

"여기에서 자주 농구하나봐?"

"그냥 자주 와서 농구공 가지고 노는 편이에요. 친구들도 같이 하는데, 전화해보니까 다 PC방 가 있대요. 오늘 개교기념일이라 심심해서 나왔거든요. 주말에 여기 사람이 엄청 많은데, 잘하는 사람이 많아서 혼자 구석에서 농구하디 참 기가 죽을 때가 많더라고요. 좀 더 농구를 잘 하고 싶은데, 그럴 수 있는 시간이 없어요."

(중략)

"한때는 3학년 형들이랑 농구할 때가 있었는데, 정말 못하더라고요. 파울인데도 파울 아니라고 웃기고, 하도 열받으니까 '그런 식으로 할거면 농구하지마세요.'라고 하니 '한판 뜰까?' 하더라고요. 그렇게 싸웠다가 왕창 깨지고…."

"그렇게 나이 한두 개 더 먹은 것 가지고 설치는 놈들은 어디나 꼭 있다니까."

"그리고 한때는 여기서 농구하고 있는데 같은 학교 형이 쭈그리고 앉아 담배 피면서 자꾸 쳐다보더라고요. 그런게 정말 싫어요. 짜증도 나고. 저보다 키가 작아서 때리려고 까지 생각했었어요."

(이런 저런 이야기를 더 나누다 가야할 때가 되었다.)

"다음에 여기서 또 뵈요."

"아, 난 주말에는 안 오고 평일에만 가끔 하는거라 아마 못 만날거다. ㅋ"

"네. 안녕히 가세요."

"그래, 즐겁게 하다가 가라."



 내가 그 중학생 남자아이에게서 들을 수 있었던 건 학교에서 볼 수 있는 크고 작은 분쟁이 왜 생기는지, 그리고 청소년 흡연 문제는 공공연히 볼 수 있는 문제라는 것, 농구를 잘하고 싶어도 체육 시간과 기타 활동 시간이 줄어 그러지 못하는 안타까운 현실 속에서 학교 생활을 하는 한 중학생의 사는 이야기였다.


 아마 체육 시간이나 음악, 미술을 비롯한 다양한 문화 활동을 하는 시간을 싫어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이런 활동 시간이 아이의 교육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많은 사람이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짧은 시간이라도 땀을 흘리면서 운동을 하거나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이나 미술 등 다양한 문화 활동 시간을 보내는 것만으로도 인성 교육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아이가 자신의 꿈을 직접 찾아가는 데에 도움까지 준다.


 게다가 이런 활동은 아이가 컴퓨터로 온라인 게임만 하는 시간을 줄여주기도 하기에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더 많은 긍정적인 피드백을 얻을 수 있다. 책상에 앉아서 오랜 시간 동안 문제집을 풀며 공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책상에 앉아 있다 보면 작은 시간을 이용해 취미를 즐기는 건 온라인 게임에 한정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렇게 다양한 활동을 할 기회가 있으면, 그 시간에 온라인 게임에 한정되지 않고 조금 더 다양한 활동에 관심을 기울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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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고 그 아이에게서 들을 수 있었던 대로 중학교 때에도 흡연을 하는 청소년은 흔히 볼 수 있다는 점을 우리는 유의 깊게 보아야 한다. 뭐, 이는 모든 사람이 아는 공공연한 사실이다. 흡연은 초등학교 때부터 접하고, 첫 성관계 경험도 초등학교 6학년과 중학교 2학년 사이에 이루어진다니… 우리 청소년의 문화가 어디까지 빠르게 개방되고 있는지는 현재 20대인 나로도 도무지 알 수가 없다. 내가 중학교 시절 때에도 담배를 피우는 아이가 적잖았는데, 이는 학교 폭력과 함께 절대 해결될 수 없는 하나의 문제인 듯하다.


 궁금하지 않은가? 도대체 무엇이 아이들이 이렇게 좋지 않은 문화를 어릴 때부터 빠르게 접하게 되었는지….


 나는 그 답을 우리 어른들의 사회에서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어른들은 언제나 아이들에게 '그렇게 해서는 안 돼.'라고 말하지만, 어른들은 아이들이 보는 앞에서 버젓이 그런 행동을 한다. 금연구역에서도 흡연하고, 수학여행 때에나 다른 곳에도 아이들에게 '그때는 술을 먹어야 한다' 혹은 '어른이 주는 술은 먹어도 된다'고 말하며 음주 문화에 노출되게 한다. 아마 이 이외에도 수없이 많을 거다. 막장 드라마가 판을 치고, 선정적인 문화로 청소년의 지갑을 노리는 상인이 있으니까.(어떻게 보면 슬픈 이야기일 수밖에 없다. 우리가 문제를 인식하고 있음에도 그 문제를 고칠 수가 없으니까.)



 따뜻한 봄 햇볕을 쬐기 위해 찾은 공원에서 우연히 만나 함께 농구를 하다 들을 수 있었던 한 중학생의 소박한 사는 이야기는 우리 학교가 처해있는 모습을 엿볼 수 있었다. 아마 이 이야기는 우리가 아는 학교와 다르지 않을 거다. 지금 학교에 다니는 아이를 둔 부모라면, 그 학교에서도 똑같은 일이 비일비재하게 발생하고 있다고 보아도 된다.


 그래도 너무 안타까워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예체능이 가지는 중요성을 많은 사람이 알고 있고, 교육적으로고 그 효과가 증명되어 다시 아이들에게 예체능 시간을 되돌려주는 시도가 조금씩 이루어지고 있다. 앞으로 가까운 시일 내에 그런 시도가 결실을 보아 책상에 앉아 문제집만 푸는 것이 아닌, 자신이 즐길 수 있는 다양한 활동을 하며 꿈을 발견할 수 있는 그런 학교가 다시 만들어질 수 있으리라 믿는다.


 마지막으로 여기에는 우리의 지속적인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아주었으면 한다. 우리가 먼저 행동해야 그게 진짜 실현 가능한 비전이 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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