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에서 들은 중학교 소녀들의 사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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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까스 집에서 우연히 들은 중학교 소녀들의 이야기


 나는 거의 같은 식당에서 매번 혼자 점심을 먹는다. 굳이 다른 식당에 가지 않더라도 적당한 가격에 적당한 맛을 맛볼 수 있는 식당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혼자 밥을 먹고 있노라면, 주변에 앉아있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들릴 때가 종종 있다. 물론, 그 이야기는 내가 엿듣기 위해서 일부러 듣는 것이 아니라 어쩔 수 없이 들리는 이야기이다. 거의 대부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지만… 내가 관심이 있는 이야기에는 저절로 흥미가 생겨 조금 집중해서 듣고는 한다. 며칠 전에 작성했던 《북카페에서 들은 사람들의 사는 이야기》 글도 그런 과정을 통해 작성하게 된 글이다.


 얼마 전에도 같은 식당에서 늘 그렇듯이 혼자 츠케루가츠를 시켜 먹고 있었는데, 조금 떨어진 테이블에 앉아있는 두 중학생 소녀들의 이야기가 내 귀에 들렸다. 단순히 그 소녀들이 서로의 사적인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면, 그냥 그러려니 하고 넘어갔을 것이다. 그런데 그 소녀들이 나누는 이야기에는, 지금 우리 시대에서 사는 중·고등학생이 겪는 문제에 대한 이야기였다. 평소 그런 이야기에 조금 관심이 있어서 조금 더 그녀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였었는데, 오늘은 그때 들을 수 있었던 여중생들의 사는 이야기에 대해 조금 말하고자 한다.


소녀들의 이야기, ⓒWake up! Girls!


 1. 자고, 먹고 공부만 시키는 부모님.


 그 중학생 소녀들이 나누는 이야기는 학교생활과 방학 생활에 대한 이야기였다. 제일 먼저 내 귀에 들어온 이야기는 역시 '공부'에 대한 이야기였었다. 한 소녀가 자신의 언니 남자친구 부모님은 방학 동안 어디 나가지도 못하게 해놓고, 종일 공부만 시킨다고 한다. 부모님 스스로 계획표를 세워서 아이가 그대로 하도록 한다는데, 부모님이 그 남자아이에게 밥 먹고 공부하고 밥 먹고 공부하고 밥 먹고 공부하도록 밀어붙인다고 한다. 잠시 그 남자아이가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건 늦은 밤이나 토요일뿐인데, 그 토요일을 자신의 언니와 만나는 데에 종일 쓴다고 말했다.


 가만히 듣고 있다 보니 '그 남자아이'가 정말 안타까웠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가? 자신의 권리조차 내세우지 못한 채, 부모님이 시키는 대로 방학 동안 온종일 공부만 하고 있다는 사실이 너무 괴로워 보인다. 물론, 방학 동안 놀기만 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런데 무작정 공부만 해서도 안 된다. 방학은 아이들이 자유를 마음껏 누릴 수 있는 시간이 되어야 한다. 조금 더 많은 것을 접하고, 조금 더 넓은 세계를 보고, 조금 더 꿈에 대해 고민할 수 있는 시간을 지닐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오로지 학원가만 돌아다니다 방학이 끝을 맺는다. 이 얼마나 잔혹한 세상인가?


 얼마 전에 인터넷과 뉴스에서 화제가 된 '방학 숙제 대행업체'에 대한 이야기도 이런 환경 속에서 나타난 하나의 문제라고 말할 수 있다. 방학 숙제하는 시간이 아까워서 대행업체에 맡긴 뒤, 아이는 학원을 전전하거나 집에서 하는 과외를 하느라 정신없이 보내야 한다. 아이들이 이 일을 정말 하고 싶어서 하는 걸까. 아니, 절대 그렇지 않다. 물론, 스스로 '공부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아이도 있겠지만, '놀고 싶다'는 욕구를 참으면서 부모님이 시키기 때문에 하는 아이가 태반일 것으로 생각한다. 참, 뭐라고 쉽게 표현할 수 없는 안타까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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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위험한 늦은 귀가와 잘못된 연애 방식.


 그 중학생 소녀들이 나눈 이야기의 중심인물은 한 소녀의 언니와 그 언니의 남자친구라는 두 인물이었다. (이야기하기 쉽도록 A양과 B군이라고 하자.) 앞에서도 말했듯이 B군은 부모님의 손에 붙잡혀 하루종일 집과 학원을 전전하며 공부를 해야 한다. B군에게 주어지는 자유시간은 늦은 밤과 토요일 뿐인데, 그 시간 동안 B군은 A양을 만날 수밖에 없다. 그런데 늦은 밤에 만나고, 토요일 종일 붙어 있는 건 꽤 위험해 보일 수도 있다. A양의 여동생인 소녀는 자신의 언니가 귀가가 너무 늦을 때마다 항상 자신이 먼저 연락을 한다고 말하며 걱정 섞인 불만을 친구에게 털어놓았다.


 그리고 어느 날에는 남자친구와 둘이서 다른 지방에 1박 2일로 여행 가려고 하는 것을 부모님께 '합숙'이라고 거짓말을 하고 가려고 한다는 사실을 알고, 그 사실을 자신의 어머니께 간접적으로 알려서 그 일을 막은 적이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정말 언니를 걱정하는 착하고 좋은 동생인듯했다. 혹시 무슨 사고를 치지 않을까 걱정되어 먼저 연락을 하고, 철없이 구는 언니의 행동을 막는 행동. 이야기를 들으면서 정말 대견한 동생이라고 생각했다.)


 난 누군가를 만나지 못해 슬플 정도로 좋아해 본 적이 없어서 모르겠지만, 서로 좋아하는 연인들은 언제나 서로가 보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공부를 하는 학생들의 입장에서 이 연애는 어떻게 해석할 수 있을지 곰곰이 이야기를 들으며 생각해보았다. 밤늦게까지 부모님이 시키는 대로 공부만 해야 해서 여자친구 A양을 늦은 시간에 만나는 B군. 그런 언니 A양이 걱정되어 발을 동동 구르는 여동생. 누가 잘못인지 분명히 말할 수는 없는 문제였다고 생각한다. 아마 지금 이 순간에도 연애 감정과 공부라는 의무를 병행하느라 이런 식으로 만남을 하고 있는 학생들이 많지 않을까. 자신의 언니 A양이 B군과 사고를 칠까 봐 걱정하는 여동생의 심정에 정말 많은 공감이 갔었다.


연인 사이, ⓒ골든 타임


 이때 들을 수 있었던 이야기는 이 두 가지의 이야기로 요약할 수 있다. 내가 이야기를 우연히 들으면서 생각할 수 있었던 건 '우리 부모님과 교육은 언제나 문제집을 푸는 공부만 강요하지, 막상 삶을 살아가는 데에 필요한 공부는 너무 미흡하다'는 사실이었다. 다른 사람도 비슷하게 생각하지 않을까. 학교에 다닐 때에는 언제나 시험 문제를 이른 시간에 풀어서 답을 얻는 법만 배웠지, 연애 감정을 어떻게 조절해야 하는지… 이성 교제의 바른 방법은 무엇인지… 등의 가르침은 전혀 배우지 못했다.


 게다가 이런 문제에 대해 중요성을 이야기하고 있으면, 많은 부모님이 "쓸데없는 일에 시간과 돈을 투자할 수 없다. 우리 아이는 공부만 해서 그런 일에 전혀 관심이 없다."고 말한다. 참, 안타까운 일이다. 부모님도 모르는 아이의 또 다른 모습을 우리가 뭐라고 지적할 수 있겠는가. 이런 환경 속에서 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이 똑바로 사람의 기본을 배우기를 바라는 건 너무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어느 날, 우연히 들을 수 있었던 중학교 소녀들의 대화는 우리가 알고 있지만 외면하고 있었을지도 모를 아이들의 고민이었다. 지금 우리 사회는 여전히 그런 아이들의 고민을 들어주지 못한다. 최소한의 관심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채, 아이에게는 오로지 '공부'만을 강요하고 있다. 조금씩 바뀌고 있다고 말하기도 하지만, 이 병든 사회에서 아이들은 스스로 올바르게 성장하려고 하지만, 사회 속에 있는 어른들의 욕심이 아이를 어긋나게 하고 있는 것 같다. 스스로 날갯짓을 배우려는 아이들의 날개를 꺾어버리는 이 사회가, 나는…, 너무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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