겸손과 신중을 가르치지 않는 요즘 부모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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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 자신감'과 '특별한 자만심'을 구별하지 못하는 요즘 아이와 부모


 우리는 요즘 어디를 가더라도 부모가 잘못된 자식 사랑으로 아이를 과잉보호하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많은 시청자가 주말마다 보는 드라마 《왕가네 식구들》에서 볼 수 있는 '왕수박'은 그 전형적인 예라고 말할 수 있는데, 우리가 일상에서 볼 수 있는 그 예를 들어보면 다음과 같다.


식당에서 제 집처럼 뛰어노는 아이를 향해 "여기는 너희 집이 아니다. 다른 사람에게 폐가 되니 자리에 똑바로 앉아 있으라"고 말하자 그 아이의 부모가 상대방을 향해 삿대질을 하며 "너는 얼마나 교육을 잘 받았길래, 내 아이 기를 죽이냐?"고 덤벼들었다.

목욕탕에서 모두가 이용하는 탕 안에서 수영을 하는 아이를 향해 "그러면 안 된다. 여기는 수영장이 아니란다."고 말하자 그 아이의 아버지가 "XX새끼, 니가 먼데 내 아이한테 지적질이야?"라고 욕을 했고, 서로의 아이들을 앞에 두고 두 아버지들이 싸움을 벌였다.


 위에서 이야기한 사례는 모두 내가 직접 눈에서 보았거나 겪었던 일들이다. 아마 지금 이 글을 읽는 사람 중에서도 이와 비슷한 일을 목격하였거나 자신이 직접 겪어보았을지도 모르겠다. 사람들 사이에 '요즘 아이들은 어른 무서운 줄 모른다'는 말이 일상이 되어 있는 건, 이처럼 어릴 때부터 부모가 아이에게 겸손과 배려라는 도덕을 전혀 가르치지 않았기 때문이다.


 많은 부모가 자신의 아이에게는 지나치게 긍정적이거나 지나친 기대를 품고 있다. 자식은 자신의 꿈을 대신 이루어주는 도구가 아님에도 부모는 자식에게 지나치게 많은 것을 바란다. 자신이 이루지 못했던 것들을 아이를 통해 대리 만족을 하려고 한다. 그래서 아이에게 자신감을 심어주고, 기를 죽이지 않는다는 명분으로 과잉보호를 하거나 아이가 어릴 때 무엇을 할 때마다 "넌 굉장해!" "넌 천재야!" "넌 제2의 스티브 잡스가 될 수 있을 거야!" "네가 가수를 안 하면 누가 가수를 하겠니?" 등의 과장이 섞인 칭찬으로 허영심을 심어주기에 여념이 없다.


 뭐, 어떤 부모는 "내 아이 내가 칭찬하는데, 그것이 무엇이 문제냐?"라고 말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과유불급이라고 하였다. 칭찬도 칭찬답게 잘해야 칭찬이지, 그렇지 못하면 안 하는 것보다 못하다. 오히려 칭찬이 아이를 망치는 독이 된다. 그런데 이 당연한 사실을 많은 부모가 모르고 있다. 아니, 알고 있어도 외면하고 있다.


 특히 한국은 부모가 아이에게 지나치게 많은 기대를 하는 경향이 짙은데, 이는 아이에 대해 이중적인 태도로 잘 나타난다. 아마 주변에서 이를 흔하게 볼 수 있을 것이고, 자신도 겪어보았을지도 모르겠다. 바로, 아이가 어떤 일을 조금만 잘해도 입에 침이 마르도록 크게 칭찬하다가 어떤 일에서 사소한 실수를 해도 완전히 '실패자'로 몰아붙이며 아이가 스스로 '비참하다'고 느낄 정도로 철저히 헐뜯는 부모의 이상한 태도를 말이다.


ⓒ채널A뉴스


 지난 2013년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부모의 교육이 초래한 많은 부작용이 사회 문제로 터졌었다. (과거에도 그랬고,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그 대표적인 사건 중 하나가 2013년 12월경에 뉴스에서 볼 수 있었던 '연세대 로스쿨 시험 해킹 사건'이다. 그 사건의 범인이었던 학생은 서울 대학교 생활 내내 계속 수석을 차지하며 정말 뛰어나다고 주변에서 인정받던 학생이었다. 하지만 서울대 로스쿨 탈락 이후 연세대 로스쿨에 들어간 그는 '1등을 무조건 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너무 컸었고, 결국 그 같은 일을 벌이고 말았다. '1등 지상주의'가 만든 전형적인 부정적인 예라고 말할 수 있다.


 더욱이 이런 일이 문제 전부가 아니다. 부모가 어릴 때부터 아이에게 실패를 만나지 않도록, 실패를 통해 성장할 기회를 주지 않는 방침을 고수하면서… 장차 아이가 스스로 자신의 한계를 깨닫는 실패를 만났을 때, 그 실패를 딛고 일어서지 못한다는 점에 우리는 주목해야 한다. 실패는 성공으로 가는 하나의 과정일 뿐인데, '실패를 한 번이라도 하면 낙오자'라는 강압적인 교육이 아이에게 다시는 일어설 수 없도록 한 것이다.


현대사회에서 이 심각한 병 '더닝 크루거 효과(무능한 사람이 자신의 재능을 과대평가해서 망상적인 우월감에 빠져 인식 장애를 일으키는 증상)'의 영향을 제일 많이 받는 계층은 다름 아닌 아이들이다. 아이들에게 매 순간 '너는 굉장해!'라고 말해 줘야 한다고 부추기는 게 요즘 문화다. 대부분의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넌 특별해!'라거나 '넌 다른 아이들보다 뛰어나'라고 말한다.

그런 까닭에 무분별한 칭찬에 물든 아이들은 어떤 일에 실패하고 나면 자기 자신을 돌아보기 전에 교사를 탓하거나 심사위원을 욕하거나 제도가 잘못되었다고 투덜댄다. 이런 문화의 치명적인 단점은 아이들로 하여금 자신의 한계를 발견할 기회를 허락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아메리칸 아이돌>의 초창기 모습을 보면, 부모들이 어떤 식으로 자녀에게 망상을 심어 줬는지 알 수 있다. 대부분의 어린 참가자들이 자신이 마이클 잭슨의 뒤를 이을 수 있다고 생각하며 오디션 장으로 들어선다. 하지만 시청자들의 눈에는 역을 떠나기도 전에 부서지는 기차처럼 보인다.

아이들은 인터뷰에서 자신이 얼마나 성공하고 싶고, 얼마나 재능이 뛰어난지를 말한다. 하지만 그들이 노래를 시작하는 순간 미국 전역의 가정에선 안타까워하는 탄식이 가득 찬다. 아이들은 눈물을 흘리며 오디션장을 떠난다. 종종 결과에 납득할 수 없다며 충격을 받은 표정을 짓는 부모 품으로 뛰어드는 아이도 있다.

제작진은 이 어색한 장면들을 모두 방송으로 내보낸다. 재미있는 눈요깃감이기 때문이다. 나는 부모들을 심사위원 앞으로 불러들였으면 한다. 그 아이들의 심리적인 문제는 아이들 잘못이 아닌 경우가 많다. 부모들이 그렇게 만든 것이다. (p84, 원 퀘스천)


 아이는, 아니, 사람은 누구나 잘하는 것과 못 하는 것이 있다. 못하는 일에서 실패하는 건 당연한 일이고, 잘하는 일에서도 종종 실패할 수밖에 없을 때가 있다. 그런데 왜 다른 아이(사람)에게도 똑같은 일을 똑같이 잘하기를 바라는 걸까. 그건, 개인적인 욕심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 누군가는 개인적인 욕심이 아니라고 말할지도 모르겠지만, 부모의 욕심이 빚은 지나친 칭찬은 아이에게 자만심과 허영심을 심어줄 뿐이다. 이 경우, 아이는 한계와 실패라는 벽을 맞닥뜨렸을 때, 결코 스스로 벽을 뛰어넘지 못할 것이다. 아니, 아예 시도조차 하지 않지도 모른다.


 우리가 학교 폭력 사례에서 알 수 있는 학교 폭력 가해 학생들의 전형적인 유형은 그 벽을 부정하는 아이들이다. 그들은 자신은 뛰어나다고 생각하기에 절대 자신이 잘못된 행동을 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높은 성적을 얻으며 칭찬을 받더라도 그들의 행동에는 하나부터 열까지 잘못된 점이 수두룩한 것이다. 우리 한국 사회에서 일어나는 학교 폭력 가해 학생의 고학력화는 여기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일베 같은 사이트에서 고학력의 사람들이 타인을 매도하는 일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부모가 아이에게 '공부만 잘하면 된다. 다른 건 필요 없다'고 가르치기 때문에 아이는 그런 성인으로 자란다. 아이는 공부 이외에는 어떤 것도 배우지 못하기 때문에, 가장 기본적인 당연한 사람의 도리를 배우지 못한 채 학교를 졸업한다. 더욱이 어긋난 사람으로 사회에 발을 내딛는 것만이 아니라 '실패'를 계기로 자신을 되돌아보며 성장하는 법조차 배우지 못했기에 '한 번의 실패라도 하면 난 영원한 낙오자다'는 강박 관념 속에서 계속 무리할 수밖에 없다.


 우리가 보고 있는 10대 청소년의 심각한 범죄와 좌절은 어릴 때부터 받았던 잘못된 교육의 나비효과라고 말할 수 있다. 어릴 때부터 줄곧 '너는 뛰어나다' '너는 누구보다 성공할 것이다' '공부만 잘하면 돼' '공부 잘하니까 다른 건 신경 쓸 필요 없어. 엄마가 다 해줄게'라는 말을 들었던 아이들은 현실에서 한계에 부딪치거나 실패를 하였을 때, 마음부터 눈 뜨고 볼 수 없을 정도로 처참히 무너지고 마는 것이다. 이 마음이 무너졌을 때, 아이는 사회 문제를 일으키는 청소년이 되거나 세상과 이별을 고하는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한다.


부모들은 예전부터 음악이나 운동이 아이들에게 중요한 행동이라며, 그것을 시켜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진짜 중요한 것은 특정한 기술이나 음악, 그리고 운동을 실행할 때 얻는 즐거움보다 이를 배울 때 얻는 교훈입니다.

악기를 다루거나 운동을 해본 적이 있는 사람은 얼마나 열심히 연습했느냐가 결과를 결정한다는 사실을 잘 압니다. 피아노를 쳐보거나 야구를 해보거나 육상을 해본 사람들은 갑자기 유명해지거나 하루아침에 성공을 거두거나 최고 전문가가 된다는 생각 따위는 믿지 않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예술이나 운동을 배우면서 얻을 수 있는 진짜 교훈을 마음에 새기고 운이 좋으면 벼락 스타가 될 수 있다는 허상에 대응해야 합니다. (p85, 원 퀘스천)


 그렇다고 아이에게 칭찬하지 말라는 건 아니다. 아이에게 지나친 자만심과 허영심을 심어줄 수 있는 잘못된 칭찬은 하지 말라는 거다. 칭찬도 정말 아이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칭찬을 해야 한다. 아이가 잘한 일에 "너는 천재야" "넌 여기에 재능이 있어"라고 하는 결과에 대한 칭찬보다 아이가 어떤 일을 한 과정에서 한 노력에 대해 칭찬을 해야 한다. 그것이 진짜 아이에게 득이 되는 칭찬이다. 그것이 아이에게 겸손과 신중을 가르치는 방법이다.


 나는 이때까지 많은 실패를 했다. 그리고 앞으로도 분명, 실패할 것이다. 실패하는 건 어리석은 일이 아니다. 실패를 계기로 배우지 못하는 것이 어리석은 일이다. 실패는 지금 자신의 한계를 깨달을 수 있고, 더 높은 곳을 바라보며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소중한 계기가 된다. 하지만 그 소중한 계기를 요즘 부모와 사회는 아이들이 만나지 못하게 하고 있다. 사람을 만드는 교육은, 진짜 창의적인 인재를 만드는 교육은, 올바른 리더를 만드는 교육은, 한계와 실패를 가르치는 것부터 시작한다는 사실을 알아주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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