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초중고 인성검사, 가당치도 않은 헛물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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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인성 검사를 통해 문제를 파악하겠다고? 어른부터 그 인성을 검사해보라.


 우리나라 내에서 아이들의 인성 교육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미 그 문제는 심각한 우리 교육의 문제 중 하나로 자리 잡고 있으며, 지난 몇 해 동안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꾸준히 해결책이 논의되어왔다. 하지만 그런 과정을 비웃기라도 하듯 청소년 범죄는 그 심각성을 더해가고 있고, 지금 이 글을 쓰는 동안에도 10대 청소년 네 명이 위조된 면허증으로 새벽에 휴대폰 대리점을 털다 모텔에서 잡혔다는 소식이 들리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청소년은 반성의 기세를 조금도 보여주지 않아 사람들의 입에서 '세상이 말세다.', '요즘은 청소년이 제일 무섭다.' 등의 말이 저절로 나올 정도다.


한국교육개발원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의 만 19세 이상~75세 미만의 성인 남녀 2천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교육여론조사 2014' 결과에 따르면 초중고 학생들의 인성 도덕성의 수준에 대해 응답자의 72.4%가 '매우 낮다(24.8%)', '낮다(47.6%)'고 평가했다. (TNT 뉴스)


 갈수록 문제의 심각성이 사회의 큰 문제로 대두하자 교육청과 정부는 대책을 논의하며 여러 가지 방안을 내놓거나 실행했다. 앞에서도 이야기했듯이 꾸준히 해결책이 논의되었지만, 실질적으로 효과를 본 해결책은 하나도 없었다. 특히 학교마다 심리상담 선생님을 배치하는 제도는 충분히 긍정적인 영향을 거두었지만, 단 1년 만에 그 제도는 신기루처럼 사라졌다. 기간제로 계약했던 그들은 예산이 사라짐과 동시에 학교에서 쫓겨 나버렸고, 아이들은 학교에서 고민을 털어놓을 수 있는 하나의 보금자리를 잃어버리고 말았다.


 이 같은 조치 속에서 우리 학교는 점점 더 위험한 상황에 놓이고 있다. 여기에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큰 문제는 아이들을 숫자로 나열하는 것을 멈추지 않는 사회 문화라고 생각한다. 어제 발행했던 《군기 강요하는 사회 악습은 사라져야 한다》에서도 말했었지만, 이처럼 특정 결과로만 사람을 줄 세워 평가하는 건 사회 갈등을 유발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분명히 알 필요가 있다. 1등을 고집하는 1등 지상주의(학력지상주의라고도 말함.)는 오랫동안 학교에 다니는 우리 아이가 끙끙 앓는 가장 큰 이유이다. 이 부담이 계기가 되어 비뚤어지거나 어릴 때부터 사람의 기본적인 도리보다 문제풀이에만 집중해 무엇이 우선인지도 모르게 되니까.


 그런데 이런 점을 고치려고 하지 않고, 단순히 단기적으로 생색내기에 그치는 제도만 꾸준히 이야기하고 있으니 기가 찰 노릇이다. 어찌 이런 상황에서 교육 문제가 해결될 수 있기를 기대하는가. 어림도 없다. 계속 문제는 터지고 있음에도 '우리는 노력하고 있다.'식의 보여주기로 끝을 맺으려고 하기에 이 문제는 좀처럼 해결되지 않는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가?


ⓒMBC


 이번에 뉴스에서 들을 수 있었던 '전국 초중고 인성검사'에 대한 이야기는 웃기지도 않는 일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대책 강구에 필요한 자료를 수집한다는 명분으로 '올해도 우리는 교육 문제 해결을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는 하나의 메시지를 전달하려고 하는 것이 아닐까? 끊임없이 들리는 청소년의 일탈 소리에 대한 여론의 쓴소리를 무마하고자 하나의 수단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초중고 아이들에게 인성검사를 시행해 문제를 파악한다? 참, 말이 나오지 않는다.


 개인적으로 어떻게 인성 검사를 통해 아이들의 인성 수치를 수집하고, 그 결과에 대한 자료로 인성 교육에 대한 대책을 세우려고 했는지 그 발상부터가 어이없다. 문제 해결을 위해서 문제를 파악하는 것은 분명히 중요하다. 하지만 정말 교육부는 문제의 원인이 어디에 있는 건지 모르는 걸까? 단순히 시험을 치르듯이 인성 검사를 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 말이다. 교육부가 이런 행동을 하니 사교육계에는 '얼씨구, 좋구나!'라며 '도덕 학원' 등을 통해 인성 교육을 가르치는 과외 학원까지 만들어 사교육비를 부추기고 있는 거다.


 시험 성적으로 줄 세우기도 모자라 이제는 인성 점수로 줄 세우려고 하려는 만행에 혀를 찰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의 교육 문제, 특히 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의 인성 문제가 심각해진 건 획일화되고 폐쇄적인 교육 환경 속에서 언제나 숫자로 가치를 평가받는 것에 그 원인이 있다. 언제나 모든 것을 시험 성적이라는 하나의 결과와 등수라는 숫자로 존재 가치가 나누기 때문에 아이들이 상처받고 있는데, 왜 그 당연한 사실을 외면하려고 하는 걸까?


 이런 왜곡된 가치와 환경이 심한 곳에서 성장한 아이는 부모님과 선생님의 관심과 사랑도 성적에 따라 차별대우를 박고 있다고 생각해 심각한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 확률이 높다. 그 아이들은 소외감 속에서 스스로 무너지거나 어긋나는 예도 적잖게 발생하는데, 과연 그렇게 지울 수 없는 마음의 상처를 어릴 때부터 입은 아이들이 언제 어떻게 어디까지 심각하게 망가질지 도무지 쉽게 상상이 가지 않는다.


 이 같은 폐쇄적이고, 줄 세우기를 강요하는, 사람보다 시험 점수를 더 좋아하는 교육 문화가 바뀌지 않는 한, 아이들의 인성에 대한 논란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아이들의 인성 수준을 조사해 줄 세우기 식의 대책이나 단기적으로만 반짝하고 시들시들해지는 대책이 아니라 장기적인 비전으로 볼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 1년 만에 겨울이 가고 봄이 오듯 사라진 심리상담 배치 의무화를 다시 부활시키고, 서열 중심의 문화를 고칠 수 있는 부분부터 차근히 고쳐나가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 문제에 대한 대안은 나 혼자 생각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하물며, 교육부 임원들이 혼자서 생각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아이를 학교에 보내고 있는 부모, 학교에 다니는 학생들, 교육에 종사하는 선생님들, 학교에 다녔던 사람들이 함께 고민해야 한다. 지속 가능한 대책을 지속해서 고민해야만 우리가 모두 행복해질 수 있는, 더 즐겁게 웃을 수 있는 학교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우리가 분명히 좋은 답을 찾아낼 수 있으리라 믿는다.


* 계속 고민하고, 계속 대안책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자. 여기에 도움이 될 수 있는 글 몇 가지를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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