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독도서는 정말 꼭 읽어야 하는 책인가요?

방학마다 과제로 나오는 권장도서와 필독도서 읽고 글쓰기, 꼭 읽어야 하는 책일까?


 세상에는 책을 좋아하는 사람과 책을 싫어하는 사람이 있다. 단순히 이분법으로 사람을 구별하는 건 옳지 않겠지만, 책 읽기에 대해서는 딱 이렇게 이분법으로 구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현저히 낮은 독서율로 언제나 책 읽기 문화에 대한 중요성과 여러 대책이 언급되고는 하지만, 의도와 달리 크게 효과를 보는 건 거의 없다.


 우리나라의 낮은 독서율에는 분명히 자극적인 문화 속에서 책 읽기를 싫어하는 사람이 만다는 것도 큰 이유로 작용하겠지만, 난 딱 이분법으로 나누어지는 그 문화를 원인으로 보고 있지 않다. 우리나라의 낮은 독서율은 자극적인 문화 속에서 책을 좋아할 수 없는 이유보다 어릴 때부터 자란 환경 속에서 책이 낯설기만 한 것에 그 원인이 있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우리나라의 많은 사람이 자연스럽게 책 읽기를 시작한 예보다 항상 학교에서 강제적으로 책 읽기를 시켰기에 책을 읽은 예가 많기 때문이다. 나처럼 친구가 없던 아이는 할 게 게임 아니면 독서밖에 없었기에 자연스럽게 책 읽기가 익숙해졌지만, 평범한 아이는 매번 방학 혹은 학기 중에 나오는 독후감 과제를 통해 '필독도서'라는 한정적인 분야 내에서 책을 읽어야만 했다.


 나중에 좀 더 나이가 들고 읽어도 어렵게 느껴지는 책들이 '필독도서'에 포함되어 있어 무조건 그런 책을 읽게 하고, 일정 분량의 독후감까지 쓰게 했으니 책 읽기가 '어렵다.' '나와 맞지 않다.' 재미없다.' 등의 생각을 자연스럽게 가지게 된 거다. 그래서 우리나라의 독서율은 청소년 시기에서 조금 올랐다가 성인이 될수록 낮아졌다고 난 생각한다.


ⓒ노지


 그렇다면, 여기서 한 번 생각해보자. 매번 학교에서 '필독도서' 혹은 '권장도서'라며 길게 목록을 나열해 뽑아주는 프린터에 적혀 있는 그 책들은 정말 우리가 꼭 읽어야만 하는 걸까? 학교에서 내주는 독후감 과제를 위해 '이 도서 목록에서 마음에 드는 도서를 한 권 선택해 책을 읽고, 독후감은 A4 2장 내외로 작성하시오.'라는 명령을 꼭 지키면서 읽어야만 하는 그런 책일까?


 다른 사람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으나, 난 절대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어디까지나 한 번쯤 읽어보면 좋은 책들이겠지만, 굳이 읽지 않더라도 사는 데에 크게 상관없는 책이기 때문이다. '필독도서' 목록과 '권장도서' 목록에 적혀 있는 책은 대개 우리에게 좀 더 도움이 될 수 있는, 좀 더 사고의 폭을 넓힐 수 있는, 좀 더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는 그런 책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매번 학교와 여기 저기 기관에서 '필독도서' 혹은 '권장도서'라며 프린터를 해서 아이들에게 나눠주며 '방학 동안 꼭 여기에 있는 책 중 1~2권을 읽고, A4 2장 내외로 독후감을 써오라'고 하는 건 정말 바보 같은 행동이다. 낮은 독서율을 끌어올리기는커녕 오히려 높아질 수도 있는 가능성을 뿌리째 뽑는 어처구니없는 방식이다.


 낮은 독서율을 올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책 읽기에 재미를 붙이는 것이 중요하다. 책 읽기가 서투른 청소년 혹은 성인에게 어려운 책을 제시하며 '이게 필독도서(권장도서)에서 가장 인기 있는 책이다. 한 번 읽어보라.'고 말한다고 그 사람이 그 책을 읽기를 바라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다. 절대 도서 선택이나 그 후의 일에 강제력이 있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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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데 우리나라는 좀처럼 그 잘못을 수정하지 못하고 있다. 매번 독서의 해를 맞아 독서율을 올리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강구하고 있지만, 언제나 아이에게 자유로운 선택과 활동의 기회를 제공하기보다 일정한 틀 안에서 선택과 행동을 강요하는 데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러니까 우리나라의 낮은 독서율은 언제나 제자리걸음만 하며 올라가지 않는 거다.


 어릴 때부터 항상 재미없는 책만 읽는 것으로도 모자라 독후감을 길게 쓸 것을 강요당했으니 어떻게 책 읽기가 즐거운 일로 받아들여질 수 있겠는가. 어릴 때의 그런 경험은 쉽게 고칠 수 없는 한 사람의 습관으로 자리 잡게 되고, 성인이 되어서도 특별한 계기가 없으면 쉽게 고치지 못한다. 그래서 우리나라 성인의 독서량이 한 달의 한 권조차 되지 않는다.


 '필독도서'와 '권장도서'는 꼭 읽어야만 하는 책이 아니다. 한 번쯤 읽어보면 좋은 책일 뿐이다. 필독도서 목록에 있는 책보다 훨씬 더 좋은 책도 있다. 단순히 '필독도서'라는 이름이 붙음으로써 사람들에게 좀 더 강하게 각인되고, 책을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 '좋은 책이라고 올라와 있으니 분명히 도움될 거야.'는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다는 것. 딴 그 효과 하나만 있다.


 나도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읽은 책을 소개할 때 '이 책은 정말 꼭 한 번쯤 읽어보면 좋은 책이다.' 등의 말을 종종 하고는 한다. 이건 그 책을 더 팔게 해주겠다는 상업적인 의도가 아니라(내가 왜 그런 일을 하는가? 내게 인센티브도 없는데!) 책을 읽으면서 '아, 이건 정말 좋은 내용이다. 다른 사람에게도 분명히 도움이 될 수 있을 거야.'라고 생각했기에 그런 말을 했던 거다.


 어떤 책을 읽을지는 언제나 독자의 몫이다. 책을 읽고 짧은 후기를 써보는 건 분명히 좋은 일이지만, 즐겁지도 않은데 억지로 할 필요는 없다. 자신이 좋아하는 책을 읽으며 책 읽기를 즐기다 보면 글은 자연스럽게 쓰게 되니까. 어떤 책을 읽더라도 그 경험은 소중한 경험이 될 것이다. 그저 내 마음이 가는 책을 읽어라. 그게 책 읽기를 즐겁게 시작할 수 있는 가장 단순한 법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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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1)

  • 마흔두번째 세계수
    2014.07.08 14:25

    현직 고교생입니다!
    독서문제가 거론되니 마냥 남일같진 않네요. 현재 중, 고등학교 중에서도 필독도서를 정하곤 독서기록장을 작성해오는 것이 수행평가로까지 넘어오게 되는 곳이 없지 않아요.
    정말, 책은 각자의 자율성에 맡겨 장려해주었으면 좋겠는데, 적어도 해야할 것. 의 형태로는 더이상 자리잡지 않길 바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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