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생불능 JAL을 살린 이나모리 가즈오의 1,155일간의 투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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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나모리 가즈오가 경영에서 은퇴하며 남긴 마지막 교훈, "확실히 봐두게, 이것이 경영이네"


 "당신이 가장 존경하는 사람이 누구입니까?"라고 누군가게 내게 묻는다면, 나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제가 가장 존경하는 사람은 이나모리 가즈오 입니다!"라고 대답할 수 있다. '이나모리 가즈오'는 일본에서 교세라를 창립한 경영의 신으로 불리는 인물로, 현재 일본에서 '일본 재생'을 목표로 리더십을 가르치고 있다. 단 한 번도 이 분을 직접 뵌 적은 없지만, 이나모리 가즈오가 집필한 책들을 한국에서 읽어보며 '정말 대단하신 분이다'는 감탄과 함께 책에서 읽을 수 있는 이야기에 쉽게 표현할 수 없는 큰 감동을 받았다. 이나모리 가즈오의 책은 내가 인생에서 흔들릴 때마다 다시 한 번 더 읽어보는 아주 소중한 책이자 내 인생의 멘토로 자리를 잡고 있다.


 《왜 일하는가?》를 읽은 후 그때부터 나오는 책은 꾸준히 읽고 있었는데, 얼마 전에 이나모리 가즈오의 새로운 책이 또 한 권 국내에 번역되어 발매되었다. 그 책은 바로 《이나모리 가즈오 1,155일 간의 투쟁》이라는 제목의 책으로, 재생불능 진단을 받고 추락하던 일본의 거대 항공 기업 JAL의 생환율 7%라는 저조한 확률을 이겨내고 누구도 상상조차 못 했던 엄청난 이익을 얻기까지의 살아있는 신화를 담고 있다. 그 누구도 성공하리라 말하지 못했던 JAL에서 이나모리 가즈오는 정말 극적인 재생을 이뤄낸 것이다.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하지 않는가.


《이나모리 가즈오 1,155일 간의 투쟁》에서는 이나모리 가즈오가 어떤 식으로 썩은 관료주의에 사로잡혀 있는 부패한 기업 JAL을 어떤 식으로 고쳐나갔는지를 읽어볼 수 있다. 단순히 경영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경영자의 마인드, 즉, 리더십과 사람이 어떤 비전을 가지고 삶을 살아야 하는지를 책을 통해 읽어볼 수 있다. 책에서 읽을 수 있는 이야기는 지금 코레일 적자로 인해 파업이 한창인 우리나라에 많은 것을 시사해주었고, 2014년을 맞아 어떤 비전을 세워야 할지를 정할 수 있었다.


이나모리 가즈오 1,155일 간의 투쟁, ⓒ노지


 앞에서 이야기했듯이 이 책은 기업 경영자가 가져야 할 마인드와 함께 진정한 리더는 어떤 마음과 질문을 가슴에 품고 있어야 하는지를 읽어볼 수 있다. 아마 삶의 자세를 이야기하는 책 중에서 이나모리 가즈오의 책만큼 직설적인 책은 찾아보기 힘들지 않을까. 특히 기업 경영과 관련해 일하고 있거나 꿈을 가지고 있다면, 이나모리 가즈오의 책은 그 어떤 경영서보다 훨씬 더 큰 도움이 되리라고 생각한다. 이건 절대 빈말이 아니다.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정말 정말 정말 한 사람이라도 더 많은 사람에게 이 책을 읽어보라고 추천해주고 싶다.


 무엇보다 나는 책에서 읽을 수 있는 사원을 대하는 이나모리 가즈오의 태도에 관한 이야기는, 지금 우리나라의 경영자에 해당하는 사람들이 꼭 한 번쯤은 읽어보아야 하는 내용이다. 지금 우리나라에서는 정부와 코레일 측이 정말 말도 안 되는 방식으로 일을 추진하고 있는데, 이는 모두 잘못된 경영 자세로부터 나왔다고 볼 수 있다. 사원을 믿지 않고, 사원을 존중하지 않고, 오로지 기업의 이익만을 먼저 생각하는 경영자를 어떻게 경영자(리더)라고 말할 수 있을까.


JAL 사원들은 왜 이 자리에서 이나모리 가즈오가 나카무라 덴푸의 이야기를 하는지 알 수 없었다. 이나모리 가즈오는 이야기를 계속 했다.

"여러분 중에는 편하게 돈을 벌고 싶고, 유명해지고 싶다는 이기심이나 사심을 품은 사람이 있을 것입니다. 그것이 인간으로서 평범한 모습입니다."

"하지만 여러분에게는 또 다른 마음이 하나 있습니다. 불평과 불만을 앞세우지 않고 다른 사람을 먼저 배려하는 아름다운 마음, 양심입니다. 이타의 마음이라고도 합니다."

"그것은 노력해서 깨우지 않으면 나오지 않습니다. 마음을 정리하고 정화시켜 양심을 일깨워야만 합니다. 대의를 위해서 노력합니다. 그러면 분명히 멋진 인생이 열릴 것입니다."

JAL 간부들이 어리둥절해하면서 듣는 동안 이야기는 예상도 못 했던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회사 경영의 목적이 뭐라고 생각합니까? 이익을 남기고 고객에게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의 여러 목적이 있겠지만, 내가 생각하는 경영의 가장 큰 목적은 사원의 행복추구입니다."

"나는 다른 업무도 있어서 JAL에 매일 올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보수를 받지 않고 일을 하겠다고 했습니다. 일주일에 사흘밖에 오지 못하지만, 어떻게 해서든 이번 갱생 계획을 달성할 생각입니다. 그 목적은 사원의 행복추구를 위해서입니다."

잠깐 사이를 두고 이나모리 가즈오는 선언했다.

"주주를 위해서도 관재인을 위해서도 아닙니다. '전 직원의 물심양면에 걸친 행복추구'입니다. 경영의 목표는 이것 하나로 승화해서 JAL 재건에 힘을 쏟으려고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 경영정보를 모든 사원에게 공개하겠습니다." (p60)


 기업 경영은 사원의 행복추구가 목적이 되어야 한다. 사원이 행복할 때, 기업은 정말 큰 힘을 가지고 성장할 수 있는 법이다. 기업에 일하는 사원이 '나는 제일 불행해. 이 기업은 말도 안 돼.'라고 생각하고 있다면, 어떤 일이 벌어지겠는가. 늘 노사 간의 대립이 발생하고, 이익을 내기는커녕 여기저기 예산을 속여서 기업의 부채만 늘려가기만 할 것이다. 이런 일이 벌어지는 건 늘 썩어 빠진 관료주의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는 경영진이 있기 때문이다. 확실한 비전을 가지지 못한 채 어설프게 경영을 하려고 해서 그렇다.


 그러나 그런 방식을 바꾸는 건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잘못이 잘못인지도 모르는 경영진은 당장 입에서 불이라도 뿜을 것처럼 반대하며 나설 것이다. 그리고 이익을 조금이라도 더 남기기 위해서 '어쩔 수 없다'고 말하며 사원들을 정리해고시켜버리는 막무가내 행동을 할 것이 뻔하다. 이나모리 가즈오가 경영을 맡기 전의 JAL이 그랬으며, 지금 우리 대한민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코레일 사태 또한 그렇다. 이나모리 가즈오는 그런 관료주의에 빠진 경영진들에게 아주 강하게 일침을 가했다.


JAL에서 이나모리 가즈오는 '직원의 행복이 첫 번째 목표'라고 선언했다. 기쿠야마 히데키가 아니더라도 노사관계로 고통을 받아온 JAL 임원들은 일제히 간담이 서늘했을 것이다.

술기운을 빌려서 JAL의 노사관계의 어려움을 강조하는 기쿠야마 히데키에게 이나모리 가즈오는 이렇게 말했다.

"하지만 말이야, 경영진과 사원이 정보를 공유하는 것은 중요한 일이네. 이게 안 되면 전원이 참여하는 경영은 할 수가 없어."

"회장님, 정보를 개방하는 일은 절대 안 됩니다. 그런 일을 벌이면 조합이 기어오릅니다."

이나모리 가즈오는 노여움이 폭발했다.

"자네는 무슨 소리를 하는 건가! 사원을 믿지 않고 무슨 경영을 하는가!"

이나모리 가즈오는 바로 앞에 있던 물수건을 기쿠야하 히데키에게 집어 던졌다. (p65)


 정말 이 자세는 기업 경영을 하는 경영자만이 아니라 누군가를 이끌고 있는 리더라면 반드시 지녀야 하는 자세가 아닐까. 책을 읽으면서 우리가 경계해야 할 자세와 함께 정말 많은 것을 나는 배울 수 있었다. 아마 나만 아니라 그 누가 이 책, 《이나모리 가즈오 1,155일간의 투쟁》을 읽더라도 이나모리 가즈오가 JAL에 들어와 멍청하다고 말할 수밖에 없는 기업의 핵심 임원들을 바꿔가는 이야기는 아주 흥미롭게 읽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단순히 여기서는 경영에 대한 이야기만 아니라 우리가 삶을 살면서 지녀야 할 자세 또한 배울 수도 있다.


'당연한 진리'를 삶의 규범으로 삼아라


세간에서 말하는 '불공평'이나 '속임수'가 아니라면 '절체절명의 위기'라고 생각했던 JAL은 어떻게 회생할 수 있었을까?

답부터 먼저 공개하자면, 이나모리 가즈오가 당연한 것을 당연하게 해서 얻은 결과다. 제대로 이익을 내는 회사라면 중소기업에서도 하는 일을 이나모리 가즈오는 어마어마한 정밀도와 심도 그리고 놀랄 만한 속도로 해온 것이다.

'당연한 것'에 대해서 이나모리 가즈오는 자신의 저서인 《카르마 경영》에서 이렇게 말하고 있다.

"거짓말을 하지 마라. 정직하라. 욕심 부리지 마라. 다른 사람에게 폐를 끼치지 마라. 남에게 친절히 대해라. 어릴 적 부모님이나 선생님에게 배운 인간으로서 당연하게 지켜야 할 규칙, 그런 '당연한 것'을 규범으로 삼아 경영을 하면 됩니다."

JAL에서도 이나모리 가즈오는 그것을 반복해서 이야기했다.

"간단하게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여러분에게 아주 힘든 일을 부탁하고 있다는 것을 기억하게."

이나모리 가즈오는 '거짓말을 하지 마라'고 말한 뒤에 반드시 이렇게 덧붙였다.

이번 달에 계상(計上)해야 할 비용을 다음 달로 넘겨 문제를 미뤄두거나, 실제로는 경쟁사에 고객을 다 빼앗겨놓고 '경기가 안 좋아서'라고 보고를 한다. 비즈니스맨이라면 누구나 한두 번은 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거짓말하면 안 된다'라고 머릿속으로 이해하는 것은 간단하지만, 거짓말을 하지 않고 일을 하는 것은 그리 간단하지 않다.

이나모리 가즈오는 재생의 첫걸음으로 JAL 사원에게 이것을 요구했다. 마음가짐을 제대로 갖추지 못하면 아무리 훌륭한 제도를 도입해도 제대로 돌아가지 못한다는 것을 이나모리 가즈오는 50여 년의 경영 경험을 통해 알고 있다. (p111)


 당연한 것을 가장 먼저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이 그렇지 못한다. 무엇보다 나라에서도 당연한 사실을 공공연히 감추면서 국민을 우롱하고 있는데, 어찌 그 나라 밑에 있는 정치인들이나 기업인들에게 당연한 도리를 지킬 것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 삶에서 진정으로 성공해서 행복할 수 있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다. 어려운 일이 아녀서 더 어렵다. 당연한 것을 지키는 것, 당연한 것을 먼저 하는 것. 누구나 할 수 있지만… 누구도 쉽게 하지 못한다. 그래서 우리는 항상 다른 곳에서 원인을 이야기하고, 다른 곳에서 해결책을 찾으려고 한다. 우리가 그토록 찾았던 원인과 해결책은 바로 옆에 있음에도 말이다.


 《이나모리 가즈오 1,155일 간의 투쟁》은 이런 이야기를 읽어볼 수 있는 책이다. 재생불능 진단을 받고 추락하던 JAL를 그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던 엄청난 이익을 남길 정도로 재생시킨 이나모리 가즈오의 경영법. 그 경영법은 단순히 '이익 추구'가 목표인 기업을 '어떻게 강력하게 이끌어나가는 것인가'가 아닌, '어떻게 사원들의 행복이 첫 번째 목표로 이룰 수 있을까?'이라는 질문에 응할 수 있는 경영법이다. 이나모리 가즈오가 말하는 그 독특한 경영법은 기업가의 자세, 리더의 자세, 삶의 자세를 이야기하고 있다.


 이 책은 2013년을 마무리하고 있는 12월에 읽기에 정말 좋은 책이다. 다가오는 2014년을 맞아 경영의 비전과 노선을 바로 잡으려는 경영자들만이 아니라, 2014년 한 해의 비전을 세우고, 계획을 세우려는 우리에게도 많은 도움이 될 수 있으리라고 확신한다. 경영의 신 이나모리 가즈오의 이야기는 많은 사람에게 당연한 것을 새삼 다르게 깨달을 수 있게 해줄 것이다. 지금 이 글을 읽는 모두에게 이 책을 강력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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