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생 대자보를 신고한 교장 선생님, 안녕하신가요?
- 시사/학교와 교육
- 2013. 12. 20. 07:30
학생들의 발언을 막고, 기말고사 운운하며 '불순세력'을 말한 교장 선생님이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교육은 도대체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 교육인 걸까. 가끔 나는 그런 의문을 가져본다. 누군가에게는 쓸데없는 의문으로 생각될지도 모르겠지만, 어릴 때부터 부당함에 전혀 대항할 수 없었던 그 교육에 불만을 품고 있었던 나는 24살이 되어서도 종종 그런 의문을 가지고 지금 우리나라 교육 현장에서 일어나는 일을 바라볼 때가 있다. 그저 블로그에 글을 쓰는 것밖에 할 수 없는 내가 의문을 가지고, 작은 의견을 말한다고 하더라도 교육이 바뀔 수는 없겠지만… 최소한 씨앗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오늘은 며칠 전에 들었던 한 가지의 이야기에 대해 이야기하려고 한다.
지금 우리나라에서는 어떤 일을 계기로 '안녕들 하신가요?'라는 대자보가 여기저기 붙고 있다. 고려대 한 학생이 붙인 걸로 시작한 이 대자보는 일순에 전국 대학생들에게 확대되었고, "안녕하지 못합니다!"라고 답하는 사람들은 함께 모여 우리나라의 안녕에 관해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그동안 늘 '수동적이고, 자신밖에 모르는 대학생들. 우리의 미래가 너무 암울하다. 도서관에 틀어박혀 토익 공부만 하지 말고, 제발 사회 문제에 관심 좀 가져라'는 말을 들어야만 했던 학생들이 '우리는 수동적인 인간이 아닙니다. 우리는 안녕치 못합니다.'고 삼삼오오 모여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 일은 정말 반가운 일이다. 그동안 잘못된 교육 환경 속에서 어른들이 만든 길밖에 갈 줄 모를 것으로 생각했던 많은 학생이 세상에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고, 정말 사람 사는 세상을 위해 사회 문제에 적극적으로 관심을 표출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학생들의 이런 행보가 반갑지 않은 건 지금 그 학생들의 간접적인 비난의 대상이 되어 있는 사람들과 학생들을 돈줄로 생각하고 있던 일부 몰상식한 사람들이 아닐까.) 게다가 '안녕들 하십니까?' 대자보는 대학교에만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분야로 그 범위가 넓혀졌고, 고등학생들도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오마이뉴스
그러나 한 고등학교에서는 고등학생이 붙인 대자보를 보고 그 학교 교장이 바로 경찰에 신고하는 일이 벌어졌다. 그 대자보에는 KTX 파업 지지와 현 정부의 거짓말, 그리고 공부가 너무 힘들다는 내용이 적혀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는데… 학생들의 발언한 권리를 빼앗으려고 한 학교 교장 선생님의 행동이 정말 가관이었다. 어찌 변화하고 있는 이 세상 속에서도 아직도 아이들을 힘으로 억누르려고 하고, 아이들에게 공부만 강요하려고 하는 걸까. 한 사람의 개인적 자유의사를 발언할 권리를 무슨 자격으로 뺏으려 한다는 말인가.
우리나라 교육은 늘 그랬다. 언제나 아이들은 뒷전이고, 항상 어른들이 먼저 나서서 어떤 일을 벌이기만 했다. 그리고 그 뒤처리는 항상 아이들이 도맡아 하면서 어른들의 욕심 속에서 아이들은 하나둘씩 망가졌다. OECD 국가 중에서 청소년 자살률 1위, 청소년 행복률 꼴찌라는 자랑스러운 메달은 그런 어른들의 욕심이 만든 것이다. 학교에 다닐 때에는 오로지 공부만 하라고 하고, 너무 많은 학원에 다녀서 힘들다고 하면 "이게 다 널 위해서야! 제발 시키는 대로 좀 해!"라고 소리나 지르고, 강제 야간 자율학습으로 학교에 아이들을 붙잡아 두는 이 모습을 어찌 '아이들을 위한 교육'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일부 어른들은 '어린놈이 뭘 안다고 설쳐?'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요즘 10대들을 절대 가볍게 보아서는 안 된다. 아이들도 이미 알 건 다 알고 있다. 그리고 아이들은 어릴 때부터 항상 어른들이 부린 오기 때문에 많은 상처를 받고 있다. 그 상처 속에서 두 번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길을 간 아이도 있고, 길이 없는 낭떠러지를 향해 달려가고 있는 아이도 있고, 그저 주저앉아서 울기만 하는 아이도 있다. 그런데 어른들은 그런 아이들의 아픔을 외면한다. 이게 아이를 위한 사랑이라고, 이게 아이를 위한 길이라고… 말도 안 되는 변명을 하면서 말이다.
항상 부모님의 꼭두각시, 학교의 꼭두각시로만 살아야 했던 고교생들도 이제는 자신이 직접 자신의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외치기 아이들은 외치기 시작했다. 공부가 너무 힘들다고, 어른들의 그 행동은 잘못되었다고, 나는 지금 내가 하고 싶은 일과 이루고 싶은 꿈이 있다고…. 고교생들의 그런 목소리는 일탈 행위로 나타나기도 했지만, 지금 우리나라 사회를 뒤흔들고 있는 '시국선언'과 함께 '안녕들 하신가요?' 대자보로 나타나고 있다. 어찌 이 일에 대해 "그런 불순한 생각하지 말고, 공부나 해!"라고 말할 수 있을까.
고교생 시국선언, ⓒ오마이뉴스
오로지 공부만 강요했던 교육, 오로지 시키는 대로만 하도록 강요했던 교육, 꿈을 버리고 오로지 어른들이 만든 길만 가도록 강요했던 교육, 자신의 의사보다 어른의 욕심이 먼저였던 교육… 그런 교육 속에서 아이들도 이제는 '이건 올바른 교육이 아니다'는 사실은 알게 되었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고 아등바등하는 어른들을 가리켜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했고, 대학생들의 적극적인 사회 문제 참여를 보며 고교생들도 함께 사회 문제에 관심을 두게 되었다. 이 일은 한 명의 교육자로서, 한 명의 부모로서, 한 명의 인생 선배로서 정말 박수를 쳐줘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고교생과 대학생들이 누구의 명령도 없이 스스로 내고 있는 이 목소리를 외면해서는 안 된다. 한 교장 선생님처럼 '불순세력'이라며 힘으로 억누르려고 해서도 안 된다. 아이들은 우리의 미래다. 이제 그 아이들이 시키는 대로 하는 인형에서 벗어나 자신의 의지로 무엇을 하려고 하기 위해 작은 몸부림을 치고 있다. 이제 아이들이 하늘을 자유롭게 날 수 있도록 우리가 도와줘야 한다.
국·영·수 위주 교육으로 예체능에 대한 재능을 가진 아이들의 끼를 말살시킨 교육, 왜곡된 역사 교과서로 잘못된 역사를 가르치려는 교육, 사회를 보는 눈을 문제집으로 돌리려고 하는 교육, 사람의 도리를 가르치지 않고 계산만 가르치는 교육… 그런 교육은 사라져야만 한다. 그런 교육은 누구를 위한 교육이란 말인가. 정말 그런 교육이 아이의 미래를 위한 교육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이제, 우리나라 교육은 바뀌어야만 한다. 그건 어른들이 가지고 있는 잘못된 고정 관념을 버렸을 때, 비로소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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