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촌 동생이 한 유명 게임을 시작한 이유
- 시사/사회와 정치
- 2013. 12. 5. 07:30
게임을 하지 않던 사촌 동생이 유명 게임을 시작해야만 했던 이유
요즘 청소년들을 보면 '친구들은 다 하니까', '친구들은 다 입고 있으니까' 등의 이유로 어떤 게임을 하거나 수백 만원까지 올라가는 고가의 구스점퍼를 사 입고는 한다. 이런 일이 사회적으로 많은 문제가 되고 있음에도 부모님들은 '아이가 따돌림을 당할까봐 사줄 수밖에 없다'고 털어놓으며 아이가 원하는 대로 해주는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그래서 이런 문제는 좀처럼 해결될 틈을 보이지 않고, 시간이 지나더라도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아마 이 글을 읽는 사람 중에서도 주변에서 어떤 옷을 입고, 어떤 일을 하니까― 나도 할 수밖에 없었던 경험이 한 번쯤은 있지 않을까.
얼마 전, 우리 집에 초등학교 6학년인 사촌 동생이 노트북을 가지고 놀러 왔던 적이 있었다. 어머니와 막내 이모가 집에서 함께 김장을 담았기 때문인데, 사촌 동생은 게임보다 음악이나 미술, 과학 등을 더 좋아해 온라인 게임에 시간을 투자하기보다 그런 쪽의 활동을 더 즐겼다. 그런데 집으로 찾아온 사촌 동생은 문득 내게 "형, 형도 이 게임 리그 오○ 레전드 해?"라는 질문을 해왔다.
그 게임은 요즘 정말 많은 인기를 얻으면서 게임을 즐기는 사람들은 한 번쯤은 다 해본다는 게임이었다. 나는 게임을 하지 않았지만, 주변에 있는 친구 두 명은 그 게임을 하고 있기 때문에 "나는 하지 않지만, 친구들은 다 하더라."라고 답했다. 그러니 사촌 동생도 "나도 안 하는데, 친구들이 이 게임을 다해서 내가 안 할 수가 없어. 친구들이랑 대화하려면 이 게임을 할 수밖에 없겠더라고. 그래서 나도 한 번 해보려고 해."라고 말했다.
ⓒ리그 오브 레전드
친구들과 어울리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는 사촌 동생의 대답. 참, 여러 가지로 안타까웠다. 친구들과 어울리기 위해서는 게임을 할 수밖에 없고, 막내 이모에게 잔소리까지 들어가면서 게임을 해야만 했던 것이다.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이 게임 '리그 오○ 레전드'를 설치하고, 회원가입을 도와주면서 사촌 동생이 기본 듀토리얼부터 시작하는 모습을 뒤에서 지켜보았다. 워낙 인기 있는 게임이기 때문에 '도대체 사람들이 이 게임을 왜 하는 걸까?'는 의문이 들었기 때문이다.
나와 마찬가지로 게임에 크게 흥미를 두지 않는 사촌 동생은 게임을 플레이하다 "아, 이거 애들이 왜 하는지 모르겠다."라고 불만을 토로했고, 뒤에서 게임을 지켜보던 나도 "이게 뭐가 재밌다고 사람들이 그 난리인지 형도 이해가 안 간다."고 말했다. 그렇게 계속 게임을 하다 사촌 동생은 기본적인 것을 다 익히게 되었고, 대전모드를 통해 어느 정도 게임을 즐기는 모습을 보였다. 한 명의 게임 플레이어가 탄생한 순간이었다.
사촌 동생은 게임을 최우선 순위에 두지 않기 때문에 게임 중독에 대해 걱정은 하지 않는다. (사촌 동생은 막내 이모와 약속한 하루에 딱 2시간 동안만 게임을 하니까.) 그럼에도 친구들과 어울리기 위해서 게임을 할 수밖에 없다는 말을 듣고 안타까움을 감출 수 없었던 건 사실이다. 게임보다 자신이 좋아하는 취미 생활에 많은 시간을 투자하면서 꿈을 키워나가고 있는데, 굳이 별다른 이유 없이 게임을 해야만 했으니까.
그렇다고 게임을 부정적으로 보는 건 아니다. 사촌 동생이 하는 자신의 취미 생활을 즐기는 건 다른 아이들이 취미 생활로 즐기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단순히 게임을 하는 시간을 얼마나 잘 절제할 수 있느냐가 문제이겠지만, 이건 부모님이 아이와 함께 대화를 통해 풀어나가야 하는 문제이다. '게임 중독법' 같은 방안을 통해 강제로 아이에게 제재만 가하려고 한다면, 그건 아이의 반발만 더 불러일으킬 뿐이다.
그저 내가 이 글에서 이야기하고 싶었던 건 '주변 친구들과 어울리기 위해서 어떤 일을 할 수밖에 없다'는 안타까운 학교의 보이지 않는 모습의 씁쓸함이었다. 하기야, 대학생이나 직장인도 어떤 모임이나 회식에 참여하지 않으면 어울릴 수가 없다고 하니… 아이들이라고 오죽할까. 이건 우리 사회의 어쩔 수 없는 문제인 듯하다. 특히 학연과 지연이 강하게 영향을 미치는 한국 사회에서는 더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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