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폐 없는 세계는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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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폐 없는 세계는 가능하다, 공정하고 지속가능한 경제 만들기


 화폐가 없는 세상은 어떤 세상일까. 갑작스럽지만, 이런 질문을 받는다면 누구나 당황해 할 것으로 생각한다. 왜냐하면, 화폐라는 건 결코 우리에게 없어서는 안 될 경제적 가치이자 수단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지금 사용하고 있는 돈은 모두 화폐로, 나라에서 인증받은 가치를 증명하는 경제적 수단이다. 그러나 이 가치가 인정받지 못하는 곳에서는 단순히 종잇조각에 지나지 않는다. 만약 우리가 사용하는 화폐에 가지가 없어진다면, 세계는 어떻게 바뀌게 될까?


 도무지 쉽게 상상이 가지 않는다. 옛날처럼 경제적 규모가 소규모라면, 물물교환 같은 형식이 가능하다고 생각하겠지만… 요즘 우리가 사는 세상은 그런 규모에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막대하다. 더욱이 화폐의 가치를 대신하는 금이나 부동산 같은 자산은 부를 축적하고 있는 세력에 집중되어 있기 때문에 화폐가 없는 세상에서는 지금보다 훨씬 빈부격차가 커지고, 부는 한쪽으로 쏠린 그런 세상이 되지 않을까 싶다. 이런 생각을 하다 보면… '화폐'라는 건 그 존재만으로 자본주의의 모순이라고 할 수 있는 여러 문제를 덮어주는 존재라는 걸 알 수 있다.


 이런 문제를 깊게 파고드는 건 상당히 어려운 일이다. 경제만이 아니라 사회·문화 모두를 비교하면서 이야기를 해야 하는 주제이니까. 애초에 이런 문제에 대해 나도 생각해본 적이 없다. 그저 '돈(화폐)'이라는 경제적 수단을 얻기 위해 노력만 했지, '돈(화폐)'이 지닌 의미와 그것이 경제와 사회·문화 쪽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 깊게 생각해보지 않았었다. 그런데 어느 날 나는 YES24 리뷰어 클럽에서 우연히 '화폐 없는 세계는 가능하다'는 책을 읽어보며 꽤 많은 생각을 해볼 수 있었다.



화폐 없는 세계는 가능하다, ⓒ노지


 이 책의 소개를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어렵다.'이다. 이전에 읽었던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와 '무엇이 가치를 결정하는가'를 읽을 때에도 꽤 많은 생각을 하면서 읽었지만, 이 책은 좀 더 많은 생각을 요구하는 책이었다. 그래서 어려운 책이다. 카를 마르크스의 사회주의와 생태경제학 등 다양한 경제 용어가 나오고, 평소 우리가 전혀 생각해보지 않을 문제를 여러 철학과 경제적 개념을 통해 이야기하고 있다. 단순히 우리가 그동안 읽었던 경제 서적과 조금 다른 책이었다. 그래도 내가 꽤 많은 페이지를 읽을 수 있었던 건 책이 제시하는 질문에 대한 답이 궁금했기 때문이다.


 '화폐 없는 세계는 가능하다'는 끊임없이 질문하고, 그 대답을 생각해보면서 저자자 말하는 이야기를 읽을 수 있게 되어 있다. 그동안 우리가 별로 문제를 제기해보지 않았던 여러 경제 문제를 두고 다시 한 번 더 생각해보게 하는 그 이야기들은 무척이나 흥미로웠다. 그런 이야기 중 일부를 옮겨보면 다음과 같다.


생태경제학자들은 지속 가능한 생산과 소비, 사회적 공정성, 경제적 효율성 등의 쟁점을 다룬다. 그들은 천연자원의 시장성이나 외부효과 등을 거론하며 자연을 단순 화폐적 관점으로 바라보는 주류 자본주의 인식 틀과 선을 긋는다는 면에서 환경경제학자들과 구별된다. 일례로 생태경제학자들은 시장을 위한 생산에 기여하는 복잡한 생태적 서비스의 가치를 인정한다는 면에서 더 넓은 시야를 갖추었다. 그러나 그중 많은 이들은 여전히 비시장적 재화와 서비스에 인위적 가격을 부여할 필요성과 그 정당성에 대해 적절한 설명을 하지 않은 채, 가격 또는 그에 준하는 귀속 가격을 사회적 목표를 실현할 메커니즘으로서 취급하고 있다. 그럼에도 근본적 질문은 남아 있다. 그러니까 시장 멘털리티와 시장 행동은 우리의 환경 문제에 얼마나 책임이 있는가? (p42)


 어려운 느낌이 들 수밖에 없는 책이지만, 책을 꾸준히 읽다 보면 분명히 얻는 것이 많은 책이다. 특히 전반적으로 나처럼 사회와 경제 문제에 관심을 두루두루 가지고 있지만, 깊은 철학을 이야기할 수 없는 사람들에게는 그 지식의 창고가 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긴 시간 동안 꾸준히 읽어야 하는 책이지만, 그래도 참고 읽어보도록 하자. 책에서 읽을 수 있는 여러 이야기('화폐냐 사회주의냐', '노동 거부:삶은 노동 이상의 것이다', '화폐, 시장, 생태학', '시너지 경제의 가치', '선물경제의 유토피아', '비시장 사회주의: 화폐는 사라져야 한다', '자주관리는 비효율적인가', '트윈 오크스 공동체의 노동 크레디트 시스템', '스페인 스쿼터들의 비화폐적 자치', '전 지구적 '감축과 수렴' 전략')는 어려운 만큼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는 이야기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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