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이 원하는 인재의 이상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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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이 원하는 인재는 어떤 모양을 갖춘 인재일까?


 '어떤 어른이 되고 싶나요?' 같은 질문을 우리는 어릴 때부터 받았다. 나도 그런 질문을 어렸을 때 받았었는데, 그 당시에는 어떤 대답을 했는지 모르겠다. 그저 막연히 '대통령이 되고 싶다.'라고 이야기했던 것 같기도 하고,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라고 혼자 남몰래 결심했던 것 같기도 하다. '어떤 어른이 되고 싶나요?'라는 질문을 어른이 된 지금 내게 되묻는다면, 나는 어떤 대답을 해야만 하는 걸까? 나만 아니라 지금 이 글을 읽는 사람들은 어떤 대답을 할지, 정말 궁금하다.


 우리는 글을 배우고, 학교에 들어가서 공부를 하면서 '어른들이 원하는 어른'이 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왔다. 우리에게 기대하고, 우리에게 꿈을 맡긴 어른들의 말을 쫓아 지금까지 열심히 살아왔다. '살아왔다'가 아니라 지금 우리가 사는 모습도 그런 노력에 해당하지 않을까? 다시 말해서 '지금까지 그렇게 살고 있다.'라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어릴 때부터 품었던 하나의 꿈을 좇아서 지금 현재를 살고 있다고 말할 수 있으니까.


 그러나 우리는 정말 삶을 잘살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정말 어른들이 원하는 삶이 '좋은 삶'이었고, 그 삶이 내게 행복을 가져다준 삶이었을까. 불의의 한 사고로 다리를 다쳐 혼자 생각하는 시간이 평소보다 더 많아진 나는 문득 그런 질문을 나에게 던져 보게 되었다. 우리가 어릴 때 어른들로부터 배운 삶이 정말 우리를 위한 삶이었는지, 아니면… 그저 단순히 어른들이 자신이 이루지 못한 꿈을 우리에게 떠넘긴 것인지, 아니면… 그저 이 대한민국이라는 사회가 원하는 인재의 이상형으로 만들었는지 모르겠다.


 난 이 글을 읽는 사람들에게 한번 물어보고 싶다. 당신은 '대한민국이 원하는 인재의 이상형'이 어떤 인재라고 생각하는가? 창의적인 생각으로 새로운 것을 발견해서 기득권층의 이익을 무너뜨릴 수 있는 인재인가? 아니면, 기득권의 말을 고분고분 잘 듣고― 절대 반항하지 않는 인재인가?



(1)오마이뉴스, (2)노지


 내 개인적으로 대한민국이 원하는 인재의 이상형은 후자에 해당한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사는 사회 대한민국이 원하는 인재의 이상형은 어떤 일에 반기를 들지 않고, 오로지 시키는 대로만 사는 그런 사람이다. 누군가는 '그렇지 않다.'라고 말할지도 모르겠지만, 우리가 어릴 때부터 받는 교육 방식은 오로지 수동적인 인간을 성장시키는 데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 교육 방식에서 스스로 벗어나지 못하는 이상, 우리는 수동적인 인간으로 성장할 수밖에 없다.


 학교에 다니며 공부할 때에는 사회 문제에 관심을 두지 않고, 오로지 '수능 성적'과 '대학' 하나만 바라보며 자신이 배우는 역사가 옳은 역사인지도 모르는 학생을 가장 이상적인 학생이라고 대한민국은 평가한다. 그리고 대학에서도 사회 문제에 적극적으로 자신의 의견을 표출하는 것보다 '대기업 취직'과 '공무원'만을 바라보며 스펙 쌓기에 열중하는 대학생을 대한민국은 이상적인 대학생이라고 평가한다. 나아가서, 완벽히 사회의 한 구성원이 되었을 때도 시끄러운 잡음을 내지 않고― 정치 문제에는 관심을 두지 않은 채 먹고 사는 데에만 신경 쓰는 사람을 이상적인 사회의 한 구성원이라고 평가한다.


 그 이외에도 더 길게 말하고 싶지만, 바로 위와 같은 예에 해당하는 인재가 우리 대한민국이 원하는 인재의 이상형이다. 정치와 사회 문제에 적극적으로 관심을 표출하지 않고, 시키는 대로 고분고분 말 잘 듣는 그런 사람을 원한다. 어릴 때 다니는 초·중·고등학교 때 한 번쯤은 참가하게 되는 수련회 같은 활동에서는 '단체 활동에 대한 예의'이라는 겉포장 속에 들어있는 '반박하지 않고, 오로지 시키는 대로만 하는 인간 만들기'이라는 목적을 위해서 이루어진다. 그 나이에 가장 영향을 많이 미치는 선생님도 '그냥 시키는 대로 해!' '공부만 해!'라고 아이들을 가르치고, 부모님도 피차일반이다. 모든 사회의 시스템이 '토 달지 않고, 시키는 대로 하는 수동적인 인간'이라는 대한민국이 원하는 인재의 이상형을 만들기 위해 맞춰져 있는 것이다.



ⓒ구글 검색


 이전에 대한민국에서 '정의란 무엇인가'이라는 책과 함께 마이클 샌델의 강의가 한참 동안 큰 유행을 탄 적이 있었다. 우리가 사는 사회에서 이 같은 돌풍이 일어났던 건 그저 시키는 대로만 사는 삶을 사는 사람들 속에서 '이게 정의인가?' '이게 정말 옳은 일인가?' '내가 이렇게 살고 있어도 괜찮은 건가?'는 의아심이 생겨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의아심에 질문 한 번 제대로 던져보지 못하고,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찾지 못했던 사람들이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를 통해 한 번 깨어났던 현상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일은 오래가지 않았다. 경제 침체 속에서 사람들은 그런 고민을 하는 것보다 그저 위에서 시키는 대로 고분고분 말을 잘 들으며 먹고 사는 데에 다시 집중했기 때문이다. 또한, 연이어 정치적 이슈나 사회적 문제가 터지면서 '정의란 무엇인가'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은 자연히 멀어지고 말았다. 그리고 사람들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자신의 삶에 의문을 가지지 않고, 어릴 때부터 배웠던 '시키는 대로' '남이 하는 대로' 그런 삶을 살아가고 있다.


 '어떤 어른이 되고 싶나요?'라는 질문을 던지는 학교에서 원하는 인재는 '내 인생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기보다 수능 성적과 대학만 바라보며 공부만 하는 학생'이고, '어떤 일을 하고 싶나요?'라는 질문을 던지는 대학교에서 원하는 인재는 '대기업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대기업에 취직을 희망하며 사회문제에 관심을 두기보다 스펙 쌓기에 열중하는 학생'이고, '어떤 삶을 살고 싶나요?'라는 질문을 던지는 사회에서 원하는 인재는 '정치와 사회 문제에 관심을 두고 적극적으로 참여하기보다 단순히 먹고 사는 일에만 신경을 쓰는 사람'이다.


 지금도 우리 대한민국은 그런 인재를 기르기 위해서 모든 시스템이 돌아가고 있고, 언론은 왜곡되고 있고, 정부는 자신의 겉 이미지를 청렴한 이미지로 만들고 있다. 우리는 그런 대한민국에서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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