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인 흉기 난동 사건을 통해 본 군대의 불편한 진실
- 시사/사회와 정치
- 2013. 10. 6. 07:30
춘천의 한 병사의 흉기 난동 사건이 보여준 우리가 외면한 군대의 불편한 진실
얼마 전에 한 군부대에서 병사 한 명이 흉기를 휘둘러 선임병을 죽이고, 저항하다 총을 맞은 사건이 사람들에게 보도되었다. 몇 해 전까지 시끄럽던 군부대 살인 사건이 조용했으나 다시 고개를 내민 대표적인 사건이다. 군대는 폐쇄적인 공간이기 때문에 실제 우리가 아는 살인 사건보다 훨씬 더 많은 사건이 발생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자살과 사고사로 위장한 사건으로 알려진 사건들의 실체가 알고 보면 '살인' 혹은 '학대'로 인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을지도 모른다. 전혀 가능성이 없는 이야기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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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를 다녀온 사람들은 딱 두 분류로 나뉜다. '군대 가더라도 괜찮다. 어려움이 없다.'라고 말하는 사람과 '군대 절대 가지 마라. 사람 다 버린다.'라고 말하는 사람이다. 이런 판단의 기준은 자신의 어떤 성격이고, 어떤 군대에서 어떻게 생활했는지에 따라 나누어진다. 그러나 절대적으로 바뀌지 않는 사실은 '군대'이라는 곳이 '사람을 망치는' 곳이라는 수식어를 떼기 어려운 곳이라는 사실이다.
예로부터 폐쇄적인 공간에서 다수의 사람이 함께 생활하는 곳에서는 늘 학대와 차별 같은 것이 존재했다. 내가 다녔던 남자 중학교에서도 남자아이들끼리만 생활하는 바람에 그런 학대와 차별이 있었는데, 그런 좋지 않은 쪽으로 머리가 큰 성인이 된 사람들이 모이는 군대가 오죽하겠는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악행을 일삼는 썩은 씨를 품고 자란 사람은 폐쇄적인 공간에서 더 심해지는 법이니까. 바로, 군대가 그런 곳이다.
ⓒ(1)연합뉴스, (2)MBC
최근 한국에서는 '진짜 사나이'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군 생활의 일부를 보여주며 많은 인기를 얻고 있다. 그런데 솔직히 이 프로그램이 난 불편하다. 군대를 미화시켜 어린아이부터 뭣 모르는 어른들이 군대라는 존재 의의를 긍정적으로 보고, 총과 살인 기술에 관해 관심을 두게 하고, 해병대 캠프 같은 곳에 어릴 때부터 다니도록 하는 진짜 이유가 무엇일까.
이런 관점으로 한 번 접근해본 적이 있는가? 과거 군사 정부 독재 시절에 군인은 무서운 존재이면서도 크게 나쁜 존재 자체는 아니었다. 왜냐하면, 나라에서 끊임없이 군대를 미화시켰으니까. 그런데 왜 하필 지금도 그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군대를 미화시키고, 어릴 때부터 해병대 캠프나 '진짜 사나이' 같은 프로그램을 통해 '절대적 복종은 좋은 것'이라는 인식을 머릿속에 박게 하려는 의도가 무엇일까? 도대체 그런 일을 통해 무엇을 도모하려는 것일까? 너무 수상쩍다.
얼마 전에 일본에서는 집단적 자위권을 미국이 지지하면서 많은 논란이 되고 있다. 과거 일본이 지향했던 전체주의가 다시 부활하는 것이 아니냐는 걱정이 주변국에서 퍼지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이 지금 이 수준까지 올 수 있었던 건― 긴 시간 동안 일본 국민에게 군대라는 존재를 미화시켜 긍정적으로 비치게 한 것도 큰 요인이다. 일본 사람 중에서도 적잖은 사람이 일본 보수세력이 강화하고 있는 군대라는 존재에 회의적으로 보고 있지만, 또 그 수만큼 군대라는 존재를 긍정적으로 보는 사람도 적잖다. 왜냐하면, 긴 시간 동안 주입된 잘못된 환경이 바탕이 되어 있기 때문이다. 혹시 우리나라도 특정 세력의 이득을 위해 이런 과정을 지금 거치고 있는 것이 아닐까?
ⓒ다음뉴스 댓글
우리는 이번 군인 흉기 난동 사건이 보여준 군대의 불편한 진실에 주목해야 한다. '진짜 사나이' 같은 프로그램을 통해 군부 세력을 미화시키려는 의도에 경계심을 가져야 한다. 언제 또 총을 든 군인들이 시가지로 나타날지도 모르니까. 이런 일은 전혀 가능성이 없는 일이 아니다. 폐쇄적인 그 공간에서 무엇이 일어나는지 우리가 어떻게 알겠는가? 겉으로 보이는 것과 속이 다른 것이 사람인데, 보이지 않는 곳에서 사람이라는 존재는 무엇이든 될 수가 있다. 난 어릴 때부터 '악마'로 변하는 사람 같지 않은 사람을 흔히 보아왔다.
'군대라는 건 가는 것이 당연하다.', '군대는 안 좋은 곳이 아니다.', '군대는 의미 있는 곳이다.' 등의 말 속에 들어있는 불편한 진실. 학교에서 벌어진 학교 폭력 가해 학생들이 말하는 '장난이었어요.'이라는 이유로 군대 내에서도 그런 폭행이 일어난다. 그리고 사회는 피해 학생들을 가리켜 '맞은 네가 잘못이다.'고 말하는 것처럼 군대에서도 피해자에게 '네가 잘못이다.'고 말한다. 가해자는 대접받고, 피해자는 처벌받는 곳. 말없이 꾹 참을 수밖에 없고― 사람의 인간성을 버리게 하는 곳. 그곳이 바로 군대라는 곳이고, 폐쇄적인 공간에서 비열한 사람들이 벌이는 일이다.
그러나 모든 곳이 그 같을 수는 없을 것이다. 일명 확률의 문제다. 그럼에도 그 확률은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군대를 다녀온 사람 중 2/3 이상이 '군대에는 학대가 있다.'라고 말하는 것이 그 증거다. 애초에 군대가 존재하는 목적이 인간성을 버리고, 한 가지 목적을 수행하기 위해 철저히 훈련하는 곳이니까. 그런 곳에 익숙해진 사람이 어찌 사람이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 어찌 그런 곳을 미화시키려고 한다는 말인가. 거기에는 우리가 모르는 숨어 있는 의도에 대해 조금이라도 생각해보기를 바란다.
또한, '군대 다녀오면 사람 된다'는 말의 불편한 진실을 우리는 명심해야 한다. 그리고 이번 군인 흉기 난동 사건이 보여준 군대의 불편한 진실을 똑바로 보아야 한다. '맞고만 있는 것'이 당연한 것이 아니라 '어떻게든 저항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다. 그리고 '맞고만 있는 것', '피해를 받고 있는 것'을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말하는 건 잘못된 일이다. 애초에 징병제라는 제도 자체가 지금 시대에 있어 필요하지 않다. 현실에 맞게 수정될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으면, 앞으로도 이 같은 일을 통해 적잖은 희생자가 꾸준히 발생할 것이다. 지금 우리가 일상을 보내는 이 순간에도 누군가는 부들부들 떨며 발갛게 핏기가 선 두 눈을 부릅뜨며 '죽여버리겠다'는 결심을 하고 있을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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