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진 자와 힘 있는 자가 정의가 되는 사회
- 시사/사회와 정치
- 2013. 7. 1. 07:00
'그것이 알고 싶다'가 보여준 가진 자와 힘 있는 자가 보는 다른 세상
'법 앞에서는 누구나 평등하다', '잘못을 저지르면 누구나 법 앞에서 심판을 받는다.' 등의 말들을 우리는 어릴 때 어른들에게서 들었다. 그러나 점차 나이를 먹으며 성장해 나갈수록 세상은 절대 그렇지 않다는 사실을 배우게 된다. '법 앞에서는 누구나 평등하지 않다', '잘못을 저지르면 누구나 법 앞에서 심판을 받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우리는 슬픈 어른이 된다. 누구는 "무슨 말을 하느냐? 그래서는 정의가 죽어 있는 사회가 아니냐?"고 말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정의가 죽어 있는 사회가 바로 우리가 사는 이 사회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가?
지금 우리나라는 국정원 선거 개입과 관련해 이미 정의라는 게 어디에서 볼 수 있는 것인지 모르는 사회가 되었다. 국정원 선거 개입 사건은 가장 크게 터진 일이라고 말할 수 있다. 나는 어릴 때부터 이 사회가 부조리하게 돌아가고, 어른들이 말하는 '법 앞에서는 누구나 평등하다.' 등의 말이 허튼소리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왜냐하면, 내가 학교에서 겪었던 여러 부조리한 일들은 절대 사람을 평등하게 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저 공부를 잘한다고 하여 그 아이의 학교 폭력을 눈감아주고, 네가 공부를 못하니 그 녀석의 장난감이 되어도 된다고 말하는 선생님과 그런 걸 당연하게 여기는 아이들을 보면서 나는 '이미 우리 사회에서는 정의가 없구나'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꼈었다.
그리고 국정원 선거 개입 사건 이외에도 우리에게 '사회에서 정의는 죽어있다'는 사실을 가르쳐주는 한 가지 사건이 있다. 바로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방영한 '사모님의 이상한 외출'편에서 볼 수 있었던 사건의 실체였다. 예로부터 우리 사회에서는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말이 흔히 사용될 정도로 가진 자와 힘 있는 자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는 사실이 익히 알려졌었다. 이건 정권이 바뀌더라도 전혀 바뀌지 않고, 가면 갈수록 그들이 저지르는 불합리한 일은 더 심해지고 있다. 그 사건 중 가장 큰 파문을 불러오고 있는 게 바로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방영한 '사모님의 이상한 외출'에서 볼 수 있었던 사건이다.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이틀 전에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방영되었던 '사모님의 이상한 외출 그 후'편에서는 조금 더 사건의 전황을 세밀하게 보여주었다. 아마 많은 사람이 이번 사건을 보면서 사모님이 가진 인맥과 사용한 돈의 힘이 얼마나 큰 역할을 하였는지 똑똑히 보았을 것으로 생각한다. 일반 사람들은 거의 죽는다고 생각하지 않는 이상 받기 어려운 형 집행 정리 처분을 사모님은 단순히 전신 쇠약과 소화불량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받았고, 사모님이 이용한 병원의 주치의와 변호사와 검사는 모두 한 통 속이었다고 볼 수밖에 없었다. 나와 같은 일반 사람들에게는 절대 불가능한 일이었다.
한 번 생각해보자. 만약 우리가 사모님과 같은 사람과 법으로 맞붙게 되었을 때, 어느 쪽이 이길 수가 있겠는가? 물을 것도 없다. 인맥과 돈이 있는 사모님 쪽이다. 우리는 돈과 힘도 없어 국선 변호사를 이용해야 하겠지만, 이미 상대방 쪽은 우리가 평소에 만질 수 없는 돈을 이용하여 뛰어난 변호사만이 아니라 검사까지 매수해놓은 상태에서 우리는 법으로 정당성을 주장해야 한다. 계란으로 바위 치기다. 비록 내가 정의라고 할지라도 우리 사회에서는 그 정의가 힘을 가지지 못한다. 그게 우리가 사는 현실이다.
지금 이 글을 읽는 사람들도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연고주의와 학연주의가 특히 강해 어디서나 출신을 따지는 예가 적잖다는 사실을 말이다. 하물며 돌고 도는 형식이 되어 있는 법조계나 정치계에서는 오죽하겠는가? 많은 사람이 '비리는 계속되고 있다'고 말하고 있는 이유는 이 사실을 잘 알고 있고, 절대 바뀔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일은 법조계와 정치계에 그치지 않고,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거래처나 다른 크고 작은 공공기관에서도 비일비재하게 발생하고 있다. 그저 '먹고 살려면 이렇게 할 수밖에 없다'는 현실 때문에 그 많은 사건이 수면 위로 떠오르지 않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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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모두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에서 대한민국의 국민으로 사회에 적응하며 살고 있다. 그러나 저마다 다른 방식으로 사회를 보는 것과 마찬가지로 사회도 우리를 저마다 다르게 평가한다. 부를 가지지 못하고, 힘을 가지지 못한다면… 우리는 절대 사회에서 도움을 받을 수가 없다. 오로지 가진 자와 힘 있는 자만이 누리는 사회이기 때문이다.
'그것이 알고 싶다'를 통해 이번 사건이 방송을 통해 알려지면서 이름 없는 사람들이 모여서 진상 규명을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 (국정언 사건도 마찬가지로 고등학생들도 시국선언을 하며 정의를 외치고 있다.) 그러나 그 사람들이 과연 어디까지 가능할 것인지는 미지수다. 이번 방송을 통해서 사람들이 주장하는 '정의'라는 단어가 과연 살아날 수 있을까? 아니면, 여전히 '돈과 힘이 정의다'는 정의가 여전히 자리를 차지할까?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그들을 지켜보며, 큰 힘이 되지 못하더라도 함께 정의를 외치는 일에 힘을 보태는 일밖에 없다. 국정원 선거 개입 사건도 그렇고, 연예 사병 사건도 그렇고, 사모님 사건도 마찬가지다. '돈과 힘이 곧 정의'라는 말이 오랫동안 자리 잡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과연 이번에는 이변이 일어날 수 있을까? 지금 이 글을 읽는 당신에게 묻고 싶다.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 단순히 이건 우리나라만이 아니라 전 세계가 마찬가지다. 세상은 언제나 가진 자의 것이고, 그래서 우리는 모두가 가진 자가 되고 싶어 오늘도 발버둥을 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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