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고사 때문에 자유를 빼앗긴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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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고사 때문에 학교에서 자유를 빼앗긴 아이들이 있습니다.


 작년, 우리나라 학교에서는 도무지 아이의 짓이라고 생각할 수 없는 수준의 학교 폭력이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많은 사람이 경악하였다. 그 결과 '아이들에게 경쟁보다는 인성이 함유될 수 있는 교육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올라오기 시작했지만, 그 순간에만 반짝하고 빛났을 뿐, 1년이 다 지나가는 지금도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 오히려 학교 폭력을 '쉿쉿'하면서 묻어버리려고만 하는 학교가 더 늘어났으며, 피해자를 보호해주는 것이 아니라 가해자를 보호해주는 방향으로 나아가면서 역효과만 계속되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여러 문제를 지적할 수 있겠지만, 가장 대표적으로 지적할 수 있는 건 '일제고사'라는 시험이 아닐까 싶다. 일제고사는 대한민국에서 전국의 학교 또는 특정 지녁 내의 모든 학교에서 모든 학생이 동시에 치르는 형태의 시험을 뜻한다. (각종 진단평가와 학업성취도평가를 흔히 일제고사라고 칭한다) 이 시험은 시행 초부터 많은 부작용이 예상되어 큰 반발을 샀었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시행되면서 아이들을 성적순으로 나열하는 비인간적인 행위를 멈추지 않고 있다.


 물론, 성적이라는 것이 높으면 좋은 일이다. 그러나 일제고사처럼 성적 지상주의를 부추기는 형태의 시험은 오히려 아이들에게 악영향만 끼칠 확률이 더 높다. 평소에도 학교에서 치는 중간고사, 기말고사 시험 성적에 부모님과 학교 선생님, 학원 선생님으로부터 많은 압박을 받는데… 거기에다가 일제고사 성적까지 스트레스를 받는다면 얼마나 힘들겠는가? 어른들은 '공부가 제일 쉽다'고 말할지도 모르지만, 그 나이대의 우리도 공부 스트레스 때문에 일탈 행동을 하려고 했던 적이 몇 번이나 있었음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왜 그 잘못을 고치지 않고, 계속 아이들에게 대물림을 해주려고 하는가?



ⓒ부산일보


 이 일제고사의 문제는 아이들이 피해를 본다는 점에 있지만, 아이들이 피해를 보는 건 성적 스트레스만 해당하지 않는다. 위 첨부 자료 이미지를 보면 알 수 있겠지만, 학교에서는 일제고사를 치르는 아이들에게 강제 자율학습을 시키거나 시험 문제풀이에 급급하여 정작 아이들에게 가르쳐야 하는 것을 가르치지 않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정말 아이에게 필요한 독서·명상 시간을 없애고 오로지 시험 문제풀이만 한다고 하여 아이들이 좋아할까? 과연 아이들이 인간적으로 바르게 자랄 수 있을까?


 그 답은 '아니오.'다. 비인간적인 폭력으로 학교 폭력을 일으키는 아이들의 문제는 누구 하나 아이들에게 '그건 잘못된 일이다'고 가르쳐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범죄를 일삼는 아이들은 자신들이 하는 모든 행위를 '장난이다'는 말 하나로 변명하고 있으며, 어른들도 '애가 그럴 수도 있지'라며 가볍게 넘어가 버린다. 게다가 사람의 도리를 먼저 가르치기보다는 시험 문제를 풀도록 강요하고 있으니 어찌 아이들이 똑바른 한 명의 사람이 될 수 있겠는가? 애당초 이런 제도 안에서는 너무 힘든 일이라고 생각한다.


 위 첨부 자료 이미지를 자세히 살펴보면, 학교 교사가 "시 교육청에서는 '학업성취도평가 위주의 학습을 하지 말라'는 내용의 공문을 학교로 보냈지만, 장학사들이 뜬금없이 찾아와 학교를 둘러보고 가는 등 무언의 압력을 여전히 행사하고 있다""아이들을 위한 교육은 온데간데없고 무한경쟁에 아이들을 내몰고 있는 형편"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고 한 부분을 읽을 수 있다. 일부 교사가 반발하더라도 결국 권력을 앞세워 아이들을 힘들게 하는 건 작년 이후로 많은 시도를 하였으나 실질적으로 아무것도 바뀌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준다.


 아마 나와 같은 또래(20대)의 사람들은 고등학교 시절에 학교에서 강제로 시키는 야간 자율학습을 하기 싫어서 몰래 도망친 적이 한두 번쯤은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특히 황금연휴가 이어지는 전날에는 전교생 중에서 학교에 남아있는 아이가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였었다. 우리가 그렇게 도망을 친 건 '자유'를 원했기 때문이다. 학교에서 시키는 대로 계속하고 있지만, 오로지 문제집을 들고 문제만 풀게 하는 그런 시스템에 속박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 시절은 평범한 수준이었다. 요즘에는 고등학생만이 아니라 초·중학생도 일제고사 때문에 강제 자율학습을 시키고, 일제고사 성적을 올리기 위해 보충학습까지 강제로 시킨다고 한다. 어휴, 쓴웃음밖에 나오지 않는다.



 학교 폭력은 지금도 여전히 계속되고 있고, 계속 큰 논란으로 번지자 이제는 보이지 않는 학교 폭력이 학교에 깊게 뿌리내려 아이들을 괴롭히고 있다. 단순히 아이들끼리 누구를 폭행하거나 감금하거나 자살로 내몰거나 따돌림을 시키는 것만이 학교 폭력이 아니다. 이렇게 어른들이 제 욕심에 아이들을 무한 경쟁으로 몰아넣고, 아이들에게 심리적·육체적으로 억압하는 것 또한 명백한 폭력이다. 이런 사회적 폭력이 사라지지 않고서 어떻게 학교에서 '학교 폭력'이라는 단어가 사라질 수 있겠는가?


 나는 무한경쟁으로 아이들을 내몰고, 성적 지상주의에서 비인간적인 성인으로 자라게 하는 이 일제고사를 반대한다. 물론, 이 일제고사에도 장점이 있을 수는 있겠지만… 너무 비인간적이다. 교육청에서는 아이들에게 강제 자율학습을 시키는 등의 자유를 빼앗지 말라고 하지만, 여전히 학교에서는 아이들의 자유를 빼앗고 있다. 학교에서 자유를 빼앗긴 아이들은 계속 불만과 스트레스가 쌓여 결국 언젠가는 어긋난 방향으로 폭발해버릴 가능성이 높다. 그 점을 분명히 명심하여 잘못된 이 제도를 전반적으로 고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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