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없이 보낸 3일, 난 컴퓨터 중독이었다
- 시사/사회와 정치
- 2013. 6. 26. 07:00
컴퓨터 고장으로 컴퓨터 없이 3일 생활해보니, 난 컴퓨터 중독이었다
요즘 사람들이 일상생활을 하는 데에 없어서는 안 될 물건을 무엇일까?
머릿속에 여러 가지가 떠오르겠지만, 사람들이 가장 극적으로 불편함을 느끼거나 스트레스를 받는 물건은 바로― 늘 손에서 잠시도 놓지 못하는 스마트폰과 이제는 생활의 한 부분이 된 컴퓨터라고 난 생각한다. 스마트폰과 컴퓨터는 예로부터 '중독 위험'에 대한 경고가 계속 나오고 있지만, 우리는 좀처럼 스마트폰과 컴퓨터를 놓지 못한다. 이 글을 읽는 사람 중에서도 스마트폰과 컴퓨터 없이 생활하는 것에 대해 쉽게 상상조차 못하지 않을까? 애초에 없었을 때는 모르더라도 그 속에서 익숙해진 우리는 완전히 스마트폰과 컴퓨터의 '노예'가 되었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난 그렇지 않아.'라고 확신할 수 있다면, 대단하다고 박수를 쳐주고 싶다. '노예'라는 말이 조금 부정적으로 다가올 수도 있겠지만, 거의 모든 생활에서 스마트폰과 컴퓨터로 생활하는 사람들이 많은 현시대에 이 말은 과언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특히 나처럼 거의 반 히키코모리 생활을 하는 사람에게 있어 컴퓨터는 물과 공기, 빛처럼 살아가는 데에 반드시 필요한 필수요소라고 말할 수 있다. 아마 나 같은 사람은 장시간 컴퓨터와 스마트폰 이 두 기기를 사용하지 못하게 한다면, 정말 미쳐버릴지도 모른다.
며칠 전에 내가 사용하는 컴퓨터의 갑작스러운 고장으로 나는 토요일과 일요일을 포함한 주말과 월요일 오전 시간대를 컴퓨터 없이 보내야만 했다. 처음에는 '주말 동안 책이나 열심히 읽어야겠네.'라고 생각하며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었지만, 컴퓨터를 사용하지 않고 조금씩 시간이 지나갈수록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기 시작했다.
내 컴퓨터 책상, ⓒ노지
위 사진에서 볼 수 있는 책상의 이미지는 내가 컴퓨터를 사용할 때의 모습이다. 평소에 나는 컴퓨터로 블로그 포스팅 작성과 인터넷 검색, 온라인 게임, 애니메이션 감상 등으로 장시간 동안 컴퓨터 앞에서 생활한다. 아마 책을 읽거나 기본적인 일상 생활하는 시간을 제외하면 아침 7시부터 밤 11시까지 60%는 컴퓨터를 하면서 시간을 보내지 않을까 싶다. 지금 글을 적으면서 생각해보니 정말 심각한 수준으로 오랜 시간 동안 컴퓨터를 하는 듯하다. (비록 이 사실을 알고 있다고 해도 일이기 때문에 어쩔 수가 없겠지만)
그런 식으로 컴퓨터로 생활하는 내가 몇 시간 동안 컴퓨터를 사용하지 못하고 있으니 점점 조바심이 나기 시작했다. 평소 장시간 컴퓨터를 사용하지 않을 때는 컴퓨터로 해야 할 일을 끝내놓은 상태에서 책을 읽거나 일본어 공부를 해서 컴퓨터에 잘 신경을 쓰지 않았다. 그러나 갑작스러운 컴퓨터 고장으로 해야 하는 블로그 활동을 하지 못한 채 책을 읽으며 시간을 보내려고 하니 도무지 안정을 취할 수가 없었다. 책을 읽다가도 스마트폰으로 인터넷 창을 열어서 들락날락 거리면서 '아, 어쩌지?'라는 고민을 하기가 일쑤였다.
평소 컴퓨터에 의존하여 생활하고 있어 컴퓨터를 사용하지 못할 때는 꽤 심각한 부작용을 겪게 되리라고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이 정도로 고생할 줄은 생각도 못했었다. 컴퓨터로 해야 할 일을 하지 못했다는 생각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아 '노트북을 하나 사둬야 하나?'는 고민을 하며 스마트폰으로 노트북을 검색해보거나 좀처럼 스마트폰에서 손을 떼지 못했다. 컴퓨터로 인터넷을 하지 못하니 스마트폰을 자꾸 만지게 되어 책을 읽기는커녕 한자를 노트에 적으며 외우는 공부도 집중하지 못했다. 단순히 스트레스를 받는 수준을 넘어 평소에 하는 일에 의욕도 떨어졌었다. 그야말로 완벽히 컴퓨터 중독자가 겪는 금단현상 그 자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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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시간을 보내다가 '맛있는 거나 먹고 싶다'는 기분이 들어 주말 동안 동생과 치킨을 하루에 한 번씩 시켜먹었다. (속으로는 다른 맛있는 걸 정말 먹고 싶었지만, 지금 당장 손쉽게 먹을 수 있는 건 치킨밖에 없었다.) 치킨을 먹으면서 야구를 볼 때에는 다소 컴퓨터 금단현상이 적었지만, 야구가 끝난 뒤에는 다시 비슷한 증세를 겪었다. 다른 일에 집중하려고 해도 도무지 집중이 잘되지 않았다. 이런 일을 나는 주말 동안 내내 겪었고, 월요일 아침까지 이어졌었다. 결국, 컴퓨터를 고치고 나서 다시 컴퓨터를 하게 되면서 이 현상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말끔히 사라졌다. 그리고 지금도 이렇게 컴퓨터로 열심히 자판을 두드리며 글을 쓰고 있다.
평소에 나는 책을 읽을 때도 무의식적으로 스마트폰에 손이 자주 간다. 그래서 나는 일부러 책을 읽을 때에는 스마트폰을 아예 거실에 놓아둔 채 내 방에서 책을 읽는다. 단지, 이 일을 할 때는 전제조건이 '컴퓨터로 할 일을 모두 다 했을 때'라는 조건이 붙는다. 컴퓨터 없이 보내야만 했던 3일은 그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했기 때문에 더 심한 컴퓨터 금단 현상을 겪지 않았나 싶다. 이번 3일동안 정말 뼈저리게 느꼈다. 아마 이런 일은 나만 아니라 평소 컴퓨터를 오랜 시간 동안 사용하는 사람들은 꽤 비슷하지 않을까?
예전부터 우리나라에서 컴퓨터 중독은 심각했지만, 지금은 컴퓨터 중독 이상으로 스마트폰 중독도 심각하다고 한다. 컴퓨터와 스마트폰은 어릴 때부터 적절히 시간을 분배하여 스스로 조절할 수 있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컴퓨터 중독 증세가 있는 내가 이런 말을 하는 것은 조금 모순적일지도 모르겠지만, 우리는 컴퓨터와 스마트폰을 사용할 때 항상 자신이 사용하는 시간을 주의해야만 한다. '일'이 아닌 이상은 컴퓨터로 보내는 시간을 줄여나가는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인터넷 중독자 구별법, ⓒ인터넷 검색 '디시인사이드'
위 이미지는 인터넷에서 '컴퓨터 중독'과 관련한 재미있는 이미지를 찾다가 우연히 발견한 이미지이다. '디시인사이드'라는 커뮤니티에서 올라왔던 글인 것 같은데, 그 내용이 아주 적절했다. 평소 컴퓨터를 잘 사용하지 않는 일반인들은 쉬는 시간이 컴퓨터를 켜는 것이지만, 나처럼 컴퓨터를 오랫동안 사용하는 사람들은 쉬는 시간이 컴퓨터를 끄는 것이니까. 지금 글을 읽는 사람 중에서도 이 말에 상당히 공감하는 사람이 적잖을 것으로 생각한다. 당신은 어느 쪽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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