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국선언, 대한민국에서 정의를 외친다는 건…
- 시사/사회와 정치
- 2013. 6. 23. 07:30
대학생들의 시국선언과 새누리당 NLL, 대한민국에서 정의를 외친다는 건…
지금 우리나라는 경제, 정치, 교육 어느 한 곳에 한정되지 않고 거의 전 분야에서 많은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남양유업이 일으킨 '갑과 을의 문제'부터 시작하여 뉴스타파가 보도한 조세 피난처 명단, 그리고 지금 가장 큰 논란이 되고 있는 국정원 사건과 NLL 사건이 그것이다. 여기서 언급한 사건들에 대해 잘 알지는 못하더라도 한 번은 들어보았을 것이고, '심각한 사회 문제'라는 인식은 누구라도 가지고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가장 큰 문제에 해당하는 국정원 사건은 중립을 유지해야만 하는 국정원이 의도적으로 선거에 개입한 사실이 명백하게 밝혀지자 많은 국민이 분노하며 철저한 조사를 요구하고 있는 사건이다. 그러나 새누리당 측에서는 어떻게 해서라도 이번 국정원 사건을 무마시키기 위해서 갖은 애를 쓰고 있다. 궁지에 몰린 쥐와 같은 신세가 된 새누리당 측은 1급 국가기밀에 해당하는 자료를 함부로 열어본 뒤에 'NLL 포기 발언'을 가지고 나오면서 자신들의 권력과 이익, 그리고 그 수장이라고 할 수 있는 박근혜 대통령을 지키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우리나라 국민은 가만히 앉아서 새누리당의 횡포에 당할 만큼 그렇게 어리석지 않다. 표창원 교수를 비롯한 많은 사람이 시국선언을 하고 있으며, 여러 대학의 총학생회와 대학생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시국선언을 하며 촛불을 들고 거리로 나서고 있다. 이런 대학생들을 가리켜 일베와 같은 사이트와 새누리당 측에 해당하는 자칭 보수주의 인물들은 "종북 좌빨 세력의 음모"라고 말하고 있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명백한 사실에 기반을 두어 국민을 우롱한 국정원과 박근혜 대통령에게 책임을 묻고 있는 정당한 행위다. 이런 행위가 정말 우리가 주장하는 '정의'라는 낱말을 붙일 수 있는 일이지 않겠는가?
ⓒ2차 출처 아이엠피터
현재 우리나라는 OECD 국가에 해당하는 선진국으로 포함되어 있지만, 여전히 국내 정치와 문화는 후진국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 예는 무수히 많지만, 이번 국정원 사건이 가장 대표적이라고 말할 수 있다. 선진국에서도 각자의 이익을 대변하는 정치인들이 몇 가지 의제를 두고 많은 논란을 겪지만, 우리나라처럼 명백히 하나의 국가기관이 한쪽을 일방적으로… 그것도 불법으로 이익을 지지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야권의 국정원 사건 조사에 대한 노력에도 새누리당의 회피와 꼼수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그들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고 하고 있다. 어찌 이런 행위를 가만히 보고만 있을 수 있겠는가?
우리는 지금 이 상황을 좀 더 면밀히 살펴보고, 좀 더 세밀한 관심을 둘 필요가 있다. 우리가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면, 이 사건은 새누리당이 의도한 대로 다른 사건으로 덮으며 무마시킬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지금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전두환 추징법이 그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정치인들은 언제나 자신들에게 위치가 닥칠 때마다 교묘하게 이슈를 조절하면서 위기를 피해 갔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절대로 간과해서는 안 된다. 우리가 집에서 편안히 앉아있는 이 시간에도 많은 대학생과 시민이 촛불을 들고 거리에 나서는 건 바로 그 때문이기도 하다.
이렇게 한번 상상해보자. 어떤 집에서 무슨 이유에서인지는 모르지만 남편이 자동차 전기 시스템을 수리하지 않고 버티고 있다. 이제는 시동도 안 걸린다. 그런데도 배터리를 갈아보려고도 하지 않는다. 가만히 있다가 이제야 배터리를 간다면, 그동안 자신의 판단이 잘못됐음을 인정하는 꼴이 되기 때문이다. 대신 남편은 가족들에게 걸어다니거나 버스를 타라고 말한다. 그 때문에 가족들은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하지만 문제를 자세히 들려다보기만 하면 얼마든지 해결할 수 있다. 그렇다면 문제의 핵심은 자동차가 아니라 '남편'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문제는 쉽게 해결할 수 있는 것이다. (지금 당장 이 불황을 끝내라!, P43)
위 이야기는 얼마 전에 내가 소개했던 책에서 읽을 수 있었던 이야기 중 하나이다. 위 이야기를 읽으면 알 수 있겠지만,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쉽다. 왜냐하면, 명백하게 무엇이 문제인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위 이야기에서는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못한 남편이 문제였다. 그렇다면, 국정원 사건의 문제는 누구일까? 바로 '국정원' 그 자체다. 우리는 이번 국정원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서 국정원을 철저히 조사하여 깊숙이 숨어있는 수뇌부를 철저하게 조사할 필요가 있다. 대선 기간 동안 부정선거를 일삼은 국정원이 만든 대통령인 박근혜 대통령도 이 일에 책임을 지고 행동을 보여주어야 한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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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 광화문에 모인 학생들과 시민이 주장하는 건 국정원 불법 선거개입 사건에 대한 철저한 처벌과 박근혜 대통령의 책임 있는 행동이다. 대통령은 국민의 의지가 만드는 것이지, 이렇게 불법으로 만드는 것이 아니다. 국정원 선거개입 사건으로 국민의 분노가 하늘을 찌르고 있음에도 정부는 아무 말이 없고, 새누리당의 NLL 사건과 관련해서도 '난 모르네'로 일관하고 있다. 도대체 이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에서 '정의'라는 것이 어디에 있다는 말인가?
그래서 대한민국에서 정의를 외친다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대한민국에서 정의를 외치는 건 무관심과의 싸움이자 기득권과의 싸움이고, 정의를 외치는 사람은 '종북 좌빨'이 되는 일이다. 우리는 이런 일을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 우리는 모두 저마다 자신이 할 수 있는 방법으로 정의를 주장하고, 지금 우리 대한민국의 잘못된 정의를 바로 세울 수 있는 데에 힘을 보태야 한다. 어떤 사람은 나를 가리켜 직접 앞에 나서지도 않으면서 말만 한다고 비난할 수도 있다. 솔직히 난 비겁한 사람일 수도 있다. 앞에서 행동하지 않고, 매번 이렇게 뒤에서 글로만 주절주절 떠드니까. 그러나 이게 내가 가장 잘할 수 있는 방식이고, 내가 정의를 주장하는 하나의 방식이다.
우리는 이 일에 반드시 지속해서 관심을 두고, 더는 정부가 국민을 우습게 여기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나라가 있어 국민이 있는 것이 아니라 국민이 있어 나라가 있는 것이다. 오늘날 서구 세계 전반에서 급진적인 이민 반대운동, 민족주의 운동 그리고 권위적인 정권 등 극단적인 모습들이 조금씩 고개를 내밀고 있다. 가령 헝가리에서는 1930년대 유럽 전역에 감돌았던 전제주의 정권으로 되돌아가는 움직임이 서서히 감지되고 있다. 지도층이 사회 전반에 만연한 고통에 대해 아무런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할 때, 극단주의는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껍데기는 가라.
사월(四月)도 알맹이만 남고
껍데기는 가라.
껍데기는 가라.
동학년(東學年) 곰나루의, 그 아우성만 살고
껍데기는 가라.
그리하여, 다시
껍데기는 가라.
이 곳에선, 두 가슴과 그 곳까지 내논
아사달 아사녀가
중립(中立)의 초례청 앞에 서서
부끄럼 빛내며
맞절할지니
껍데기는 가라.
한라에서 백두까지
향그러운 흙 가슴만 남고.
그, 모오든 쇠붙이는 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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