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범균 속도위반 결혼, 마냥 축하할 수 없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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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인들의 속도위반 결혼, 마냥 축해해야만 하는 일인가?


 어제 개그콘서트에 출연 중인 개그맨 정범균이 결혼 소식을 알리며 속도위반을 고백했다. 이에 많은 팬이 "축하한다"는 인사와 함께 속도위반 사실을 알린 것에 대해 "용감하다"고 말하고 있지만, 일부 네티즌은 "요즘은 다 속도위반인가?"라는 말을 하며 비판적으로 보고 있기도 하다. 지금 이 글을 읽는 당신은 정범균을 비롯한 연예인들의 속도위반 결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저 서로 사랑하기 때문에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하여 그냥 가볍게 생각하는가? 아니면, '옳지 않은 사회적 문제'라고 생각하는가?


 나는 후자다. 연예인들의 결혼 소식은 대중적으로 축하받을 일이고, 명백히 사회적으로 보더라도 출산율과 기혼율이 떨어지고 있는 우리 사회에서 분명히 축하할 일이다. 그러나 연예인이기에 그들은 '속도위반 결혼' 같은 결혼이 아닌, 조금 더 모범이 될 수 있는 결혼을 하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분명, 서로 사랑해서 성관계를 맺다가 속도위반이 될 수도 있다. 그럼에도 이건 단순히 가볍게 넘기기 보다는 조금 더 무게를 두고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는 문제다.


 왜냐하면, 지금 우리나라에서는 각종 성범죄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며… 이런 성범죄를 성인만 일으키는 것이 아니라 청소년들도 세상 무서운 줄 모르고 일으키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가 이상하게 성범죄에 대해 가벼운 처벌이 이어지고 있고, 정치에서 일하는 사람이나 연예인이 성에 대해 가볍게 여기는 일이 많다.) 그리고 단순히 성범죄 수준에서 그치지 않고, 서로 좋아해서 '사귄다'고 말할 수 있는 청소년들 사이에서도 가벼운 생각으로 성관계를 맺으며 임신이 되는 심각한 문제가 점점 더 증가하고 있다.


지난 1일 충남 천안에서 17살 고교생이 스마트폰으로 알게된 여중생과 초등학생을 2시간 간격으로 잇따라 성폭행했습니다.

다음날 광주에서는 평소 알고 있던 여중생을 모텔로 유인해 윤간한 혐의로 고교생 2명이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지난 6월에는 인터넷 채팅 사이트에서 알게된 여중생 2명을 성폭행하고 원조교제까지 시킨 10대 2명이 구속됐습니다.

이처럼 10대 청소년이 또래를 대상으로 한 성범죄가 10년새 크게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대법원에서 발간한 2012년 사법연감에 따르면 지난해 ‘'아동.청소년 성보호법'으로 보호처분을 받은 청소년은 690명, 2002년 60명에 비해 무려 11배로 급증한 수치입니다. 

특히 성매매 알선 등을 포함한 특수 범죄로 보호처분을 받은 청소년은 지난해 1천8백여명으로, 2002년 600명과 비교해 3배로 늘었습니다. 

성폭력 특별법 위반으로는 1천여명이, 성매매특별법를 위반한 청소년도 백40여명으로 각각 2배 이상 늘었습니다. (연합뉴스)


 성범죄 증가와 같은 이런 일에 원인이 속도위반 결혼을 당당히 밝히는 연예인이 무슨 잘못이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하지만 단순하게 한 번 생각해보자. 요즘 10대는 누구보다 연예인에게 영향을 받기가 쉽다. 그런데 자신이 그렇게 좋아하는 연예인이 속도위반에 관해 도덕적 책임을 느끼지 않고 '사귀다 보면 그럴 수도 있지'라는 식으로 이야기하며 사회풍토를 어지럽히고 있는데, 그 문제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일이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이런 상황이 계속 반복될수록 10대들이 도대체 어떤 생각을 하겠는가?


ⓒ조선일보


 청소년들이 악영향을 받는 건 단순 야동만이 아니다. 연예인들의 속도위반 결혼을 너무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오로지 축하만 하는 일은 좋지 않은 일이라고 본다. 앞에서도 이야기했듯이 많은 연예인이 '사랑하다 보면 속도위반이 될 수도 있고, 어차피 결혼하지 않느냐?' 식으로 일을 무마시키고 있는데, 이런 일이 조금 더 어린 청소년들에게서 일어난다면 어떻겠는가? 점점 늘어나는 미혼모와 미성년자가 미성년자 대상 성범죄가 9년 새 10배 이상 증가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이미 심각하다는 사실을 충분히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내가 자주 들리는 블로그 커뮤니티 사이트에는 한 블로거가 우연히 버스에서 들은 여학생의 이야기를 적어놓았는데, 그 이야기를 읽으면서 나는 경악을 금할 수가 없었다. 아래의 이야기를 읽어보자.


교복을 입은 여학생 2명이 타더니  제 옆을 지나서 제 바로 뒤에 있는  제일 뒷자리에 앉았습니다. 그러더니 어디론가 전화를 해서 "학원 몇시에 끝나니?  끝나면  전화해" 라면서 끊더군요. 여기까지는 정상적인 여고생들의 대화 같았으나 갑자기 약간 작은 목소리로 심각한 대화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약간 작게 말하면 다른 사람들에게 잘 안들릴꺼라 생각했는지)


여학생A "나 생리를 안해  사정할때 빼긴 뺐는데 빼는 도중에 오빠가 사정을 해버려서 약간 들어갔나봐 그 뒤로는 배에다가 사정을 하긴 했는데..."

여학생B "약간만 들어갔으면  씻으면 되는 거 아니야?"

여학생A "아니라는거 같던데… 나머지 얘기는 내가 내려서 해줄게"


저런 종류의 이야기를 주고 받더니 내리더군요. 저는 여고생들이 교복을 입고 저런 이야기를 버스 안에서 다른 사람들이 들을수 있는 톤으로 스스럼 없이 이야기 한다는게 굉장히 충격이었네요.


 위의 예에서 읽을 수 있는 10대의 사례는 점점 더 증가하고 있다. 그리고 이건 미혼모가 증가하는 한 가지 원인이라고 말할 수 있고, 미성년자들 사이에서 성범죄가 꾸준히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는 원인이기도 하다. 여기에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성관계를 너무 가볍게 여기는 사회환경이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는가? 10대들이 자주 보고, 그토록 좋아하는 연예인들이 당당히 속도위반을 알리며 결혼을 하는 모습은 10대들에게 악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더욱이 학교에서 이뤄지는 성교육에서는 성교육 자체를 심각하지 않게 하는 것도 문제다. 아이들에게 성의 중요성과 자신의 행동에 대한 책임감을 함께 가르치면서 올바른 피임법을 반드시 가르칠 필요가 있다. 그런데 단순히 노는 시간처럼 성교육을 가볍게 하면서 청소년들에게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게 하는 건 무리다. 음란 동영상을 단속한다고 하더라도 근본적으로 올바른 성교육과 무거운 사회환경을 청소년들에게 가르치지 않는다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와 마찬가지가 아닐까?



 옛날의 '남녀칠세부동석'으로 남녀를 엄격하게 구별했었다. 지금은 사회가 전혀 다른 아주 개방적인 사회다. 그런데 여기서 지나치게 자유로운 건 해만 되는 일이다. 제 일에 책임도 질 줄 모르는 사람들이 버젓이 책임도 질 수 없는 일을 벌이고 다니는 건 사회적인 범죄라고 말할 수 있다. 연예인의 속도위반 결혼은 어느 정도 자신이 책임질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하지만, 청소년들의 속도위반은 어떻게 여겨야 하겠는가? 그건 아이에게 똑바로 가르치지 못한 부모 탓이요, 선생 탓이요, 성범죄에 대해 너무 관대한 사회 탓이다.


 그래서 나는 정범균 같은 연예인의 속도위반 결혼을 마냥 축하할 수 없다. 속도위반 결혼이 당연시 받아들여 지는 분위기는 잘못되었다. 그가 성인이기에 자기 일에 책임을 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한 명의 연예인으로 자신을 보는 사람들의 시선도 생각해야만 했다. 서로 사랑하다 보면 한순간의 실수로 그럴 수도 있다고? 하지만 그런 식으로 결혼하여 잘 사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되는가? 속도위반 결혼을 했다가 이혼이 증가하는 건 가볍게 여기는 감정과 성, 자신에 책임을 지지 않는 무책임을 넘어 도덕적인 인간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일은 성인에서만 한정되지 않고, 청소년들 사이에서도 점점 증가하고 있다.


 '아청법'으로 음란 동영상을 배포하거나 아동을 성폭행하는 성인만 강력하게 처벌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미성년자가 미성년자들 대상으로 하는 성범죄도 성인만큼 강력하게 처벌해야 하고, 속도위반 결혼을 당당히 자랑하는 연예인도 처벌해야 하지 않을까? "당신은 청소년들에게 올바르지 않은 성문화를 심어주었습니다."라는 죄목으로.

(애초에 아청법은 그 목적과 수단이 맞지 않은 모순덩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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