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후 안티카페, 윤후 사랑해 사건의 진짜 문제
- 시사/사회와 정치
- 2013. 6. 12. 07:00
'윤후 안티카페', '윤후 사랑해' 사건이 우리 사회에 보여준 것은 무엇일까?
며칠 전에 인터넷 실시간 검색어에 '윤후 안티카페'라는 검색어가 떴었다. 나는 처음 그 실시간 검색어를 보자마자 '또 어느 모자란 놈이 아이들을 괴롭히는 카페를 만든 거야?'라는 생각이 제일 먼저 들었다. 그리고 혹시나 이 검색어를 보고 윤후와 가족들이 상처를 받지 않을까 심히 걱정되었다. 이런 걱정을 한 사람은 소수에 그치지 않고, 대다수 네티즌이 비슷했던 듯하다. 많은 네티즌이 '아직 8살밖에 안 된 어린아이를 비난의 대상으로 삼는 건 도저히 사람이 할 짓이 아니다'고 '윤후 안티카페'를 만든 카페 운영자를 비난했다.
또한, 네티즌들은 네이버나 다음 같은 대형 포털사이트에 '윤후 안티카페'라는 실시간 검색어가 보기 좋지 않다며 '윤후 사랑해', '윤후 천사' 같은 단어를 실시간 검색어에 대한민국 네티즌으로서 상당히 이례적인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 덕분에 인터넷 실시간 검색어 순위에서는 '윤후 안티카페'가 뒤로 밀려나며 '윤후 사랑해', '윤후 천사' 같은 단어들이 앞 순위를 차지하기 시작했다. 그야말로 대한민국 네티즌이 순수한 어린아이의 마음을 지키기 위해 모두 합심한 기적 같은 모습이었다.
이 사건을 두고 많은 말이 오가고 있지만, 나는 이 사건이 우리 사회에 보여준 어떤 것에 관하여 이야기하려고 한다. 이런 사건들은 단순히 한순간의 논란으로 넘어가기에는 그 문제가 상당히 심각하다. 도대체 어떤 사람들이 무슨 생각으로 안티카페를 만들어 남을 모욕하고, 단순히 헐뜯는 데에만 집중하는 걸까? 그리고 그런 현상이 보여주는 사회 문제는 무엇일까? 그에 관하여 나는 이야기하고자 한다.
ⓒ인터넷 캡쳐
앞에서도 이야기했었지만, 나는 이번 윤후와 관련한 사건에서 네티즌들의 태도가 상당히 이례적이라고 말했었다. 보통 네티즌들은 누군가의 안티카페가 생기더라도 '흠, 그래?'라는 식으로 반응하며 무관심하게 지켜보는 경향이 강하다. 안티카페와 관련된 기사가 인터넷에 뜨면 댓글로 서로 '정당하다', '심하다' 등의 설전을 주고받기만 하지, 이처럼 실시간 검색어 순위를 바꾸기 위해 노력하는 건 거의 볼 수 없었던 일이다. (혹시 있었을지도 모르나 나는 오랫동안 인터넷을 사용하면서 이런 현상을 처음 접했다.)
우리가 사용하는 인터넷에는 남을 무차별적으로 비난하는 사이트나 글, 댓글들을 아주 손쉽게 볼 수 있다. 얼마 전까지 계속 화제가 되고 있던 '일베 사건'이 그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일베만이 아니라 일베 같은 사이트들을 개설하여 특정인을 비난하고, 자세히 알지도 못하는 타인을 깎아내리면서 즐거움을 느끼는 건 아주 흔한 일이다. 블로그나 기사에 악플을 다는 사람도 비슷한 유형으로 생각할 수 있다. 그러면, 여기서 한 번 생각해보자. 도대체 이들은 왜 이런 행동을 하는 걸까?
그 이유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열등감'이라는 존재를 부정하고 싶은 마음이 강해서이다. 보통 그런 사람들은 자신이 남보다 조금 부족하다는 사실을 알지만, 그 사실을 받아들이고 싶지 않아 누구라도 한 명을 희생양으로 삼아 '나는 열등하지 않다'고 생각하고 싶어하는 경향이 강하다. 물론, 안티카페를 개설하거나 남을 무조건 비난하는 사람들은 이 사실을 인정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그 사실을 인정하는 것만으로도 스스로 '난 열등하다'고 마음 한구석에 있는 생각을 인정하는 꼴이고, 자신의 행동이 정당하지 않다는 사실을 스스로 인정하는 꼴이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 번 누군가를 일방적으로 비난하는 사람들은 좀처럼 쉽게 그 행동을 거두지 않는다. 어떻게 해서든 누구 한 명을 그냥 이유 없이 비난하며 '그래도 저런 쓰레기보다 내가 낫지 않겠어?'라는 비난을 통해 '나는 정당하다', '나는 살아도 된다', '나는 열등하지 않다'는 인정을 받고 싶어한다. 이건 그 사람이 누군가의 위에 서고 싶다는 잘못된 인격을 내포하고 있기도 하지만, 그 사람을 그런 식으로 행동할 수밖에 없도록 한 부모님과 선생님 등을 비롯한 그를 가르친 환경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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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윤후 안티카페' 사건은 그런 대표적인 예 중 하나라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런 식으로 생각하는 사람조차도 '어린아이는 잘못이 없다'는 사실을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기에 이번에 많은 네티즌이 힘을 합쳐 '윤후 사랑해, '윤후 천사' 같은 검색어를 실시간 검색어 반열에 띄을 수 있었고, '윤후 안티카페' 개설자로부터 공식 사과와 함께 카페 폐쇄라는 사회적 현상을 유도할 수 있었다.
그렇다고 해서 이번 사건을 '훈훈한 사건'으로 마무리 짓기는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함께 한 번 생각해보자. 만약 이번 안티카페 사건의 피해자가 윤후가 아니라 일반 성인이었다면, 우리가 잘 아는 연예인 같은 사람들이었다면… 과연 이 정도로 화제가 될 수 있었을까? 과연 많은 네티즌이 실시간 검색어를 바꾸기 위해 노력하였을까?
그 답은 분명하게 '아니오'다. 본디 사람의 마음은 이기심이 더 강하고, 다른 사람이 희생되어 내가 즐길 수 있다면… 마땅히 즐기는 쪽을 택하는 것이 사람이다. 뭐, 그렇지 않은 사람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대다수 사람은 다수 쪽으로 함께 행동하는 경향이 짙어서 우리 사회는 계속해서 그런 방향으로 흘려간다. 학교폭력, 일베사건, 안티카페… 그 모든 건 바로 이런 이유로 쉽게 설명할 수 있다. 한 명에게 상처를 입히고 그 녀석을 배척한다. …… 모두를 위한 하나. 흔히 벌어지는 일이지 않는가?
우리 사회에서는 여전히 그런 행위가 반복되고 있고, 누군가는 희생양이 되어 피눈물을 흘리며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다. 비록 강한 마음을 가지고 있어 다른 사람을 신경 쓰지 않고, 제 일만 하며 꿋꿋이 사는 사람도 있겠지만… 보통은 그런 환경에서 쉽게 마음이 무너져버리기 일쑤다. 우리 사회를 병들었다고 말하는 건 이 때문이다. 모두가 이런 일을 '당연하다'고 여기고 있고, 누구 하나 '잘못되었다'고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 사회에서 눈에 보이는 범죄 이상으로 눈에 보이지 않는 범죄는 좀처럼 줄어들지 않고 있다.
(어쩌면 안티카페 운영자를 처벌하라는 주장도 '윤후를 지키자'는 대의명분으로 자신의 욕구를 채우려는 것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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