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의 손에 흉기마저 지니게 한 교육
- 시사/학교와 교육
- 2012. 1. 19. 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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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이 선생님께 흉기로 위협해, 그 내막을 살펴보니
어제 아침에 뉴스에서 한 학생이 여 선생님께 흉기로 위협을 가한 사건을 보았었다. 나는 도대체 이게 무슨 사건인가 싶어서 그 기사를 꼼꼼히 챙겨 읽어보았다. 몇 가지 다르게 쓰인 기사가 있었지만, 전반적으로 다루고 있는 내용은 같았다. 그 자세한 상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7일 경찰과 대구시교육청에 따르면 지난 9일 오후 1시15분쯤 대구의 한 고교 2학년 교실에서 김모(17·2년)군이 이 학교 배모(29·여) 교사에게 접이식 칼을 겨누며 휴대전화를 돌려달라고 요구했다. 김군은 수업시간에 휴대전화를 만지다 벨 소리를 내 배 교사에게 압수당한 상태였다. 배 교사는 "일주일간 휴대전화를 보관하겠다"고 말하고 수업을 계속했다. 김군은 수업이 끝난 직후 교실 앞으로 나가 휴대전화를 달라고 요구했다. 배 교사는 그 자리에서 김군의 어머니와 통화해 "압수해도 좋다"는 허락을 받았다. 이어 김군이 자신의 어머니와 통화에서 "휴대전화를 돌려받아야겠다"며 언성을 높였고, 배 교사는 "어머니에게 무슨 말버릇이냐"고 꾸짖었다. 이때 김군이 주머니에서 길이가 10㎝가량(접었을 경우) 되는 칼을 꺼내 교실 바닥에 내던졌다. 그리고 칼을 주운 뒤 배 교사의 가슴 부분을 겨누며 "한번 해볼까. 휴대전화 돌려주세요"라고 했다. 이때 학생들이 와 김군을 제지하면서 소동은 끝났다.- 출처: [링크]
분명히 이 사건을 현재의 입장에서 보면 선생님에게 흉기로 위협한 학생이 100% 잘못했다. 이것은 도저히 학교에서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이었으며, 결코 용납될 수가 없는 일이다. 이 학생에게는 그에 상응한 마땅한 처벌이 필요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나는 이 사건을 많은 사람이 조금 더 깊게 생각해주었으면 한다. 단순히 지금 이 학생이 흉기를 들고 선생님을 위협한 모습만을 보지 말고, 어쩌다가 교실에서 이러한 사건이 벌어질 수밖에 없었는지를 말이다.
위 학생의 진술이 거짓말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위 학생은 중학교 때 따돌림들 당하여 심하게 괴롭힘을 당했었다고 한다. 그러던 와중에 칼을 가지고 다니니, 아이들이 건들지 않아서 칼을 호신용으로 소지하게 되었다고 한다. 평범한 사람들이 보기에는 이 말이 말도 안되는 소리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지만, 나의 입장에서는 그렇게 생각되지 않는다.
왜냐하면, 나도 아이들로부터 심하게 이지메를 당하던 시절에 '오늘 건들면 다 죽여버리겠다.'라고 생각하면서 칼을 숨겨서 들고 있었던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 후로 나는 대학교 1학년 초창기까지 어디 모르는 사람이 많은 곳을 갈 때마다 호신용 칼을 들고 다녔었다. 단지, '언제 누가 나에게 위협을 가하면, 합법적인 정당방위로 죽여버린다.'라는 생각으로 말이다.
이것은 일반적인 사람들에게는 '과잉반응을 하고 있다.'고 생각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 솔직히 대부분의 사람들 중 어느 누가 '이 중에서 나를 죽이려고 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겠는가? 하지만, 어릴 때부터 갖은 폭력에 노출되어 온 사람들의 머릿속에는 그러한 생각이 충분히 든다. 혼자서 다수가 휘두르는 폭력에 희생이 되었을 때, 속에서 끓어오르는 그 '분노'와 죽을지도 모른다는 '공포심'과 '두려움'이 그렇게 만들기 때문이다.
만약, 위 학생이 진술한 것이 사실이라면, 이 학생도 지금은 가해자이지만 한편으로는 피해자인 것이다. 만약, 위 학생에게 따돌림을 당했던 중학교 시절 적절한 심리치료를 비롯한 도움이 있었다면, 오늘 이같은 사건을 일으킨 가해자로 낙인이 찍히는 일이 없었을 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학교에서 일어나는 폭력을 비롯한 여러 가지 사건만이 아니라, 사회에서 일어나는 각종 범죄들도 원인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여, 차후 올바른 대처를 하지 못해서 일어나는 경우가 많다. 이것도 그와 같은 경우라고 생각하면 될 것이다.
내가 이 말을 하게 된 경위는, 위 사건이 일어난 학교의 대처가 참으로 안일했었기 때문이다. 이 학교는 어찌되었든 가해학생에 해당하는 이 학생과 학부모님에게 피해 선생님의 신상정보를 노출시켰을 뿐만 아니라, 왠지 일이 커질 것 같으니까 가해 학생을 전학 권고처리로 처벌을 하는 것으로 사건을 빠르게 끝내는 동시에 덮으려고 했다.
아마 이러한 행동은 위 학교만이 그런 것이 아니라 대부분의 학교가 전부 그럴 것으로 생각한다. 그것이 바로 학교에서 폭력이나 여러 가지 문제가 끊이지 않고, 좀처럼 줄어들지 않는 이유 중 하나이다. 학교는 '학생'을 먼저 생각할 줄 알아야 하는 곳인데, '학생'보다는 '학교의 이미지'를 더 우선시 하고 있기 때문에, 올바른 교육이 제대로 시행이 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정책적이나 사회 구조적인 문제도 있겠지만, 선생님이라는 사람들이 '의보다는 이'를 추구하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이다.
이충권 선생님께서 이런 말씀을 하셨었다.
"나중에 니들 중에서 선생님이 되려고 하는 애들은 명심해라. 니들이 나중에 선생님이 되어서 언제나 깨끗하고, 스스로 잘하는 아이만 챙겨주고 이뻐해주고 싶고, 왠지 뭔가 모자라는 듯한 애들은 자꾸 미워지고 그 아이에게 신경을 쓰기가 싫어진다면, 니는 절대로 선생이 되서는 안된다. 선생님이 있는 것은 뭔가 모자라는 듯한 애들을 다른 아이들처럼 똑바로 해나갈 수 있게 도와주기 위해서 있는 것이다.
평소에 숙제도 잘해오고, 옷도 가지런하게 잘 입고 다니는 애들은 부모님이 애들을 잘 챙긴다. 니는 그런 애들을 신경을 쓰는 것이 아니라 그렇지 못한 애들을 신경을 쓰고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할 줄 알아야 한다. 왜냐하면, 걔들은 뭔가 부모님의 문제가 있든, 무슨 문제가 있어서 그런 것이기 때문에 니들이 그것을 도와줄 수 있어야 한다.
만약, 그렇게 못하겠으면 절대로 선생해서는 안되. 그렇게 행동하지 않는 놈들이 무슨 선생이야? 알겠나? 무릇 선생님이라는 것은 조금 못난 아이들을 더 챙겨줄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나중에 니가 선생되서 그렇지 않으면, 니는 천발 받을끼다. 내가 지금 저주 내릴 거거든."
이 학생이 단순히 '휴대폰을 압수 당한 것' 때문에 선생님에게 흉기로 위협을 한 것은 분명한 잘못이다. 하지만, 어쩌다가 이 학생의 인격이 이렇게 될 수 밖에 없었는지를 파악하고, 다시는 이러한 학생이 생기지 않도록 차후 심리치료를 비롯한 여러가지 방안을 생각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학교는 아이들을 범죄자로 만들어버리는 곳이 아니라, 한 명의 사람으로 길러내는 곳이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처벌기준을 강화하는 것도 좋지만, 그 원인을 분석하여 다시는 학생들이 처벌을 받을 만한 일을 하지 않도록, 또 그러한 학생이 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이상적인 교육정책이라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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