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 어떤 말이 아이의 기분을 망칠까?
- 시사/학교와 교육
- 2012. 1. 21. 07:19
설날, 도대체 어떤 말이 아이의 기분을 망칠까?
이제 우리나라의 최대명절 중 하나이자 한 해의 시작을 알리는 명절인 설날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이 설날에는 많은 사람이 모여서 웃기도 하고, 울기도 하면서 나름 화목하고 따뜻하게 지내는 날에 속하는 날이다. 하지만, 설날에 어느 곳, 어느 사람이나 다 그렇게 화목하게 지낼 수가 있는 것은 아니다.
사람이 많이 모이다보면 꼭 한 두 가지씩은 서로의 기분을 상하게 하는 일이 일어나고는 한다. 그것이 고의적이든 고의적이지 않든 상대방의 기분을 상하게 할 수가 있으며, 그러한 것으로 인해서 가해자는 인지하지 못하더라도 피해자는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것을 알아주었으면 한다.
이 스트레스에는 어른들만이 아니라 아이들도 상당히 받는다. 그저 먹고 놀면서, 새뱃돈까지 받아 설날 내내 기분이 좋을 것 같은 아이가 도대체 무엇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거나 기분이 상하는 것일까?
그 원인은 바로 어른들의 조심스럽지 못한 행동과 말에 있다. 일반적으로 자주 뵙지 못하던 어른들이 모이게 되면, 꼭 한번씩 거론하게 되는 말이 있는데, 그 말들 중에서 '고의'가 없다고 하더라도 상당히 아이에게 '스트레스'를 주거나 기분을 상하게 하는 것들이 있다. 설날 마지막에는 새뱃돈을 주기 때문에, '병주고 약준다.'라고도 말 할 수가 있겠지만, 그래도 말과 행동을 조심하여 아이가 즐거운 설 명절을 보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좋을 것으로 생각한다.
그렇다면, 도대체 어떤 말이 아이에게 스트레스를 주는 것일까? (여기서 아이는 초등학생부터 결혼하지 않은 20대까지 해당함)
1. 공부는 잘 되가나? (초·중·고·대학생, 재수생, 취업준비생)
아무리 듣기가 싫더라도 설날 같은 명절날에 어른들을 만나게 되면, '공부'에 관한 이야기가 꼭 한 번쯤은 나온다. 이전에 개그콘서트 '황현희의 불편한 진실' 코너에서도 이와 같은 이야기를 했었는데, 어른들은 아무런 가볍게 던진 이야기일지라도 이 '공부'와 관련된 말 때문에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는다.
설날만큼은 조금 쉬고 싶어하는 어른들의 마음처럼, 아이들도 설날만큼은 그냥 놀고 싶어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 어른들이 설날과 같은 명절에 스트레스를 받는 '일'이나 여러가지 사안에 대해서 언급하기를 꺼려하는 것처럼 아이들도 마찬가지이다.
질문하는 어른의 입장에서는 '그럴 수도 있지.'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지만, 제발 자제를 좀 해주었으면 한다. 아이가 이런 질문을 하는 어른을 향해서 '요즘 연봉이 얼마나 되세요?' 혹은 '요즘 일은 잘 풀리고 계시나요?'라고 물으면 어떻겠는가? 당연히 짜증이 날 것이다. 그러므로 이러한 질문은 최대한 삼가주었으면 한다.
2. 자자, 술잔 받아라. (고·대학생, 재수생, 취업준비생)
올해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아이나 대학을 다니는 아이가 있다면, 명절에는 어른들이 주는 술로 의도치 않게 많은 술을 먹게 되는 경우가 상당하다. (가끔 어른들이 아직 고등학교를 졸업하지도 않은 아이에게 술을 권하는 경우도 있다.) 아이 개인이 술을 좋아하는 타입이라면 괜찮겠지만, 술이라고 하면 쳐다보기도 싫은 아이에게는 어른들이 술잔과 술을 건네면서 '자, 한잔 마시라.'라고 주는 것은 정말 주된 스트레스 중 하나이다.
이때 예의상 1~2잔은 마실 수가 있겠지만, 어느 정도의 주량이 넘어가면 참으로 속으로 답답해진다. 거절을 하려고 해도 '괜찮아'라고 말씀을 하시면서 계속해서 술을 술잔에 따라주신다. '전 음료수로 대신 하겠습니다.'라고 말을 하더라도 '에이- 취해도 괜찮으니까, 술 마셔'라고 말씀을 하시게 되면, 정말 술잔을 계속해서 받아야 하는 아이의 입장에서는 진퇴양난이다.
사회에 나가면 '술을 배워야 한다.'는 말로 자꾸 무리해서 아이에게 술을 권해주지 말아야 할 것이다. 그러다가 술에 취해서 어른들에게 못할 소리를 하게 된다면, 설 명절의 훈훈한 분위기는 그것으로 끝이 나버린다.
3. 이성친구는 있나? (초·중·고·대학생, 재수생, 취업준비생)
'이성친구'에 관한 이야기는 부모님에게도 잘 하지 않는 이야기 중 하나이다. 이 이야기를 친척들이라고 할 리가 만무하지 않은가? 그리고 대한민국의 학생들은 세계 그 어느 나라 사람들보다 공부를 하느라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런 아이들에게 '이성친구'를 만들거나 '연애'를 생각할 겨를이 어디있겠는가? 조금만 생각해보면 답은 간단하게 나온다.
그럼에도, 아이들더러 꼭 위와 같은 질문을 하는 어른분들이 있다. 물론, 그 질문대상자가 중·고등학생이 아닌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것이라면 타당한 명분은 있겠지만, 이러한 것을 질문하는 것은 도리가 아니다. 나처럼 그러한 것에 관심이 별로 없는 사람들 같은 경우에는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버리겠지만서도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스트레스를 심어주기도 하고, '좌절감'마저 느끼게 해버린다.
그러므로 '이성친구'에 관한 이야기는 '공부'라는 주제와 함께 되도록 하지 않는 것이 상식이라고 생각한다. 아이의 경우 이 질문을 받으면 "요즘 이모랑 이모부 관계 어때요? 살만해요?"라고 도리어 질문을 해보는 것이 효과적인 카운터가 될 것이다. (킥킥)
4. 이제 슬슬 취업 해야지? (대학졸업반, 취업준비생)
대학 졸업반 이상이 되면 명절 때마다 질문을 받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위 질문이라고 한다. 어른들은 걱정이 되서 하는 질문이겠지만, 당사자에게는 정말 '스트레스'만 받는 질문이다. 만약, 질문을 받는 사람이 대기업에 취직이 예약이 되어있다거나 어디든 바로 취업을 할 수 있는 상태라면 이 질문은 그저 웃고 넘기겠지만, 마땅히 어디 갈 곳이 없어서 평소에 '자괴감'을 느끼면서 대학 도서관에서 토익이나 공무원 시험 공부만을 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손에 주먹이 쥐어지는 질문이다.
그러므로 이러한 질문은 설날 같은 명절에 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할 것이다. 그 걱정되는 마음으로 맛있는 음식이나 하나 더 해주는 것이 좋지, 걱정된다고 이것저것 꼬치꼬치 캐묻지 않았으면 좋겠다. 만약, 이런 질문을 학생들이 받는다면 "이제 슬슬 명퇴 후 준비 하셔야지요?"라고 도리어 질문을 해보라. 아마 어른들도 주먹을 휘두르려고 할지도 모른다. 어른이나 아이나 똑같은 처지라는 것을 명심해주었으면 한다.
위 대표적인 네가지 이외에도 남자 대학생들에게 "군대 언제 가냐?"라고 묻든지, 여자 대학생들에게 "결혼할 상대는 있냐?"라고 묻는 것또한 상당한 스트레스를 주는 동시에 설 명절의 즐거운 기분을 한 번에 다 망치는 질문이므로 삼가해주었으면 한다.
내가 이토록 아이에게 하는 말을 조심해달라고 하는 것은 이러한 명절마다 아이들이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면, 아이들이 이런 모임 자체에 대해서 부정적으로 생각하게 되는 경향이 상당히 많기 때문이다.
지금의 젊은 부부가 있는 가정은 이러한 명절 때, 가족을 만나러 가기 보다는 여행을 가는 쪽이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이다. 이 현상의 원인이 바로 위와 같은 설 명절의 분위기 때문이 아니겠는가? 조금 휴식을 취하고 싶거나 따뜻한 정을 느끼고 싶어서 참석하는 가족 간의 모임인데, 오히려 스트레스만을 잔뜩 받고 기분이 더 엉망이 되어서 집으로 돌아오게 되니, 누가 이러한 모임에 참석하고 싶어지겠는가?
요즘 아이들이나 젊은이들에게 '철이 없다'혹은 '어른에 대한 예의가 없다.', '부모를 생각할 줄 모른다.', '지만 생각한다.'라고 매번 욕을 하기보다는 왜 그렇게 될 수밖에 없었는지를 생각해보아야 할 것이다.
명절은 단순히 '명절'이라는 의미만이 아니라 차후 아이가 성장해서 어떠한 어른이 되고, 어떠한 가정을 만들어서, 어떠한 형식으로 부모님과 친척을 대하는지를 가르칠 수 있는 '교육'의 연장선이라고 말할 수가 있을 것이다. 선택은 당신의 몫이다. 아이들에게 스트레스를 팍팍 줘서 다시는 찾아오지 않게 만들 것인지, 아니면 정을 나누면서 '또 보고 싶다.'라고 느끼게 할 것인지…
이 글을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