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욕탕에서 이루어진 교육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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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욕탕에서 이루어진 최초의(?) 교육 정상회담(?)


 이 일은 지난주 주말 내가 목욕탕에 갔을 때의 일이다. 목욕탕에서도 많은 사람과 부딪히기 꺼려하는 성격 때문에, 일부러 사람이 없는 시간대를 맞춰서 갔었는데 생각보다 꽤 사람이 있었다. (2~3명) 사건이 일어난 것은 어느 때처럼 혼자 탕에 들어갔다가 때를 밀고 나와서 옷을 갈아입고 나가려고 하려던 찰나였다. 갑자기 한 아저씨(A)가 나에게 질문을 해왔다. 이것이 한 15분동안 진행된 목욕탕 교육 정상회담의 발단이었다. 


 아저씨(A) : 고등학생?
 나 : 아니요. 대학생이에요. (사실은 평범한 히키키모로증 니트입니다만….)
 아저씨(A) : 요즘 뉴스나 애들 사이에서 노스 뭐시기가 많이 거론 되던데, 그게 뭐꼬?
 나 : 아, 그거요? 그냥 애들이 입는 메이커 점퍼 같은 건데, 그거 안입으면 따돌림 시키거나 학교폭력의 희생양이 되곤 하는 거에요.
       최근에 뉴스에서 많이 다루고 있지요.

 아저씨(A) : 요즘 애들 그렇게 폭력이나 여러 문제가 심각하다면서? 나 때는 안그랬는데 말이야.
                  내가 학교 다닐 때에는 누구를 괴롭히거나 따돌림 시키거나 그런거 없었는데 말이야. 다 사이좋게 잘 지냈다고.
 나 : 하하하. 뭐, 요즘에도 그런 애들이 있긴 있지만…지금 세상이 조금 그렇다보니…
 아저씨(A) : 그래도 진짜 싸움 잘하는 애들은 일반 애들 안건드리잖아? 항상 이상한 놈들이 꼭 가만히 있는 애들 건드리지.
 나 : 맞아요. 진짜 일진들은 자기들끼리 놀지요. 일반 학생들 건드리는 건 어중이 떠중이 같은 애들이에요.
 아저씨(A) : 그렇지. 원래 싸움 잘하는 아이들은 운동을 좋아해서 운동부 하는 경우가 많거든.
                  그런 애들은 지가 폭력을 휘두르면 어떻게 되는지 알고 있기 때문에, 절대로 일반 애들 터치안한다니까.
                  꼭 공부도 어중간하고, 싸움도 어중간한 애들이 꼭 그런 문제를 일으키고는 한다니까. 그럴 시간에 공부나 해야지.
 나 : 그래도 뭐… 공부보다는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해야지요. 
 아저씨(A) : 아니야, 공부가 어려운 만큼 꼭 해야되는거야. 공부를 잘하는 만큼 나중에 잘 먹고 잘 산다니까.
                 공부 못하면 나중에 그거 전부다 몸으로 떼워야되. 진짜 그거 죽을 맛이거든. 
 
 가만히 듣고 계시던 아저씨가 끼어들어서 말씀하시길…

 아저씨(B) : 맞아. 너희들 나이 때는 공부가 가장 쉬워. 우리 나이 때가 되서는 공부를 안한 것을 제일 후회하고, 공부가 제일 어렵다니까.                  공부가 세상에서 가장 쉬운거야.
 나 : 암요. 공부가 가장 쉽기는 쉽지요. 그냥 학교에서 시키는대로만 하면 되니까요. 
 아저씨(A) : 에이, 공부가 쉽기는 무슨…. 어려우니까 애들이 다 그렇게 공부에 매달리는 거지.
                 공부를 어중간하게 잘해도 안되고, 진짜 정말 잘해야 된다니까. 그래야 나중에 쉽게 먹고 살 수 있어. 

 또 다른 아저씨가 끼어들어서 말씀하시길…

 아저씨(C) : 요즘 애들이나 부모나 다 '공부, 공부'만 말하니까 애들이 그렇게 문제아가 되는 거잖아.
                  공부 잘하면 뭐해? 먼저 인간이 되어야지. 안 그래?
 나 : 하하하. 맞아요. 공부 잘해봤자 사람 못되면 그건 그냥 죽일놈 밖에 안됩니다.
 아저씨(A) :  에이, 그래도 일단 공부가 중요해. 일단 공부를 잘하는 놈은 뭐가 되도 된다니까?
                  우리 시대 때도 공부 잘하는 놈이 최고였어.
 아저씨(B) : 요즘에는 다 대학교를 다 가기 때문에, 그 정도는 기본입니다. 이젠 그냥 평범히 공부 잘해선 안된다니까요.
 나 : 그렇죠. 뭐, 요즘에 일어나는 교육문제들이 어찌보면 다 그 때문에 아니겠습니까? 하하하.


 그렇게 나는 대화를 일단락 한 뒤, 옷을 다 갈아입고 목욕탕에서 밖으로 나왔었다. 내가 밖으로 나갈 때에도 아저씨들은 계속해서 교육과 관련하여 이야기를 하시고 계셨다. 아마, 개인적으로는 꽤 오랫동안 이야기를 나누셨을 것 같은데, 이런 분위기가 익숙지 않은 나는 중간까지만 이야기를 하다가 나왔었다.

 개인적으로 위 대화를 통해서 여러 가지를 느낄 수 있었다. 역시 아직까지 많은 사람들이 아이들에게 다른 어떤 것보다 '공부'만을 우선시 하는 사람들이 많은 듯 하다. 물론, 공부는 학생이라면 당연히 해야할 도리의 이치다. 그러나 자신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공부를 하거나, 애초에 공부보다 더 중요한 것을 뒤로 밀쳐놓고 '공부, 공부'만을 외치는 것 같아서 상당히 씁쓸했다.



 1박2일 절친특집에 출연한 이동국 선수도 '초등학교 4학년 이후로 공부를 하지 않았다.'고 말하기도 했었다. 그것은 처음부터 자신이 좋아하고, 자신에게 가능성이 있는 축구에 매진을 하기 위해서였다. 비단, 이동국만이 아니라 각 분야에서 뛰어난 능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모두가 통상적으로 해야만 하는 공부보다는 자신이 배우기 원하는 것을 위주로 공부를 하였다. 그래서, 그들은 자신이 진정으로 배움을 추구했던 분야에서 자신의 재능을 꽃피울 수가 있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여전히 '공부'에 목숨을 걸어야 된다고 하는 인식이 여전히 강하다. '대학만 가고보면, 일단 어떻게든 되겠지.'라는 생각으로 '무엇을 이루어야 되겠다.'는 목표를 생각해보지도 않고 무작정 대학만을 간다. 자신이 좋아하거나 관심있는 학과가 아니더라도 일단 좋은 대를 갈 수 있으면, 과를 바꿔서 지원해가면서 말이다. 

 그렇게 아둥바둥 대학을 가는데에 성공해서 다음으로 하는 것은 아둥바둥 취업을 준비하는 것이다. 지금 대학 졸업생 인력이 과포화 상태가 되어버린 현재의 우리나라에서 '대학을 나오면 무조건 취직이 된다.'는 말은 사라져버렸다. 고등학교 때는 대학 입시를 위한 전쟁을 하였다면, 대학교 때에는 취업을 위한 전쟁을 해야한다. 

 그러나 그 중에서 취업에서도 자신의 길을 찾지 못하는 사람들은 단 한 가지에 몰두를 한다. 바로. '공무원이 되기 위한 공부.' 말이다. 물론, 정말로 공무원이 되고 싶어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그냥 아무런 이유없이 공무원이 되기 위한 시험을 치기 위해서 공부를 한다. 무작정 사람들이 다 되고 싶어하고, 부모님들이 '공무원 꼭 해라.'라고 귀에 딱지가 앉도록 말하니까 '이 길이 내가 갈 수 있는 최선의 길인가 보다.'라고 생각하면서 말이다. 



 위 이미지는 한 때 인터넷에서 떠돌았던 이미지이다. 이 정도의 그림에 대한 재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아이는 남들처럼 책상에 앉아서 시키는 대로 시험을 쳐야만 했다. (뭐, 시험을 치지 않고 그림을 그린 것 같지만 그건 넘어가도록 하자.) 아이의 재능을 발견하여 재능을 키우기 위한 교육을 펼치기 보다는, 그냥 무조건 남들과 똑같이 하라고만 가르치는 교육. 창의성을 죽여버리고 언제나 위에서 아래로 시키는 대로 하라고 가르치는 획일화 되어버린 교육. 그것이 지금 우리 교육의 현재이자 실체다. 

 아이들에게 먼저 인간이 되라고 가르치기 보다는 먼저 공부부터 하라고 가르치고, 문학책을 읽으면서 감성을 배우기보다는 언어문제집을 풀면서 문제를 푸는데에 익숙해지라고 가르치고 있다. 아마 이 교육체제가 계속 되는 원인은 목욕탕 교육회담에 참가했던 한 아저씨처럼 여전히 '공부만 잘하면, 모든 것이 잘 된다.'라고 생각하는 모순에 빠져 있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 아닐까?

 언젠가, 사람들의 인식이 바뀌어 아이들이 자신이 배우고 싶은 것을 배우면서, 자신의 재능을 키울 수 있는 교육을 받을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간절히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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